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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평점 :
'여행자는 행동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집중한다..... 여행지에서는 그 지긋지긋하던 삶이 나를 도발한다.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은 척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나는 졸린 고양이처럼 솔직해진다.'-들어가는 말 中
동유럽 앓이다. 요즘은....
4,5월이 여행 적기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 알지만.... 그래도 시간이 나는 무더운 여름에라도 가방을 메고 떠나고 싶어지는 요즘 나는 정말 동유럽 앓이 중이다.
그 와중에 동유럽 여행기라는.. 굴라쉬 브런치.
참 책 이름만 들어도 내 마음에 단비같다.
프라하는 사실 서유럽을 여행가도 거쳐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그저 내가 여행했던 곳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그런 추억의 이야기들이었다.
사실, 아무리 인상깊고 추억이 남는 곳도
아주 머리를 '띵'하고 때릴만한 추억이 아니라면,
시간과 함께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는 건 막을 수 없는 일!
그래도 그나마 그녀의 이야기로 인해서 다시금 새록새록 추억이 떠오른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도 나왔지만,
그 목각인형은 정말 갖고 싶었는데 그때는 시간에 쫒겨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넘어왔던 아쉬움이 그저 다시 떠오르고, 사진들과 함께 그녀의 이야기 속에 마구 몰입이 된다. 첫 이야기부터가 참 좋다.
행복했다.
'다음에 다시 들러서 그 추억들을 되새겨 봐야지' 라고 불끈 결심을 해보게 된다.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했던 곳.
그래서 더욱 눈을 반짝이게 해 준 파트였다.
사진과 함께 어울어진 글들은 정말 순간 슬픔도 기쁨도 그리고 모든 잡생각들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끊임없이 취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에 취한단 말인가?
술이건 시건 덕성이건 그대 좋을 대로 취할 일이다.' -(148)
정말 지금 나는 술술 훌훌 읽히는 이 여행기 흠뻑 취해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이야기를 잘 하는 것도, 그리고 내 경험을 남들이
귀 기울이게 이야기하는 것도
다 재주라던데....
이 책은 정말 그런 재주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비록 프라하, 크로아티아, 슬로베이나란 세 나라의 여행기 이야기긴 해서
짧다고하면 짧을수도 적다고하면 적을수도 있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어디서 햇빛이 끝나고 어디서 별빛이 시작되는지
도무지 나는 모르겠어.
정말 미스테리야.
사람이 어떻게 자기 인생에 옳은 일을 결정 할 수 있는지도
도무지 난 모르겠어.
정말 미스테리야.'-(171)
이 책이 어떻게 나를 이렇게 매료 시켰는지도 참 미스테리하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내 마음을 어떻게 이리도 잘 흔들었는지도 참 미스테리하다.
미스테리해서 더 매력적이다.
나는 가끔, 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고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내가 떠나지 못할 이유들을 찾고 마구 망설인다.
내가 가진 모든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 거리는 나를 발견하고는,
쓴 웃음을 지을때가 많다.
이 책을 읽고나니, 요즘 나의 동유럽앓이를 더욱 가중시키고 말았다.
마치 동유럽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계속 고민하고
어떤 책을 사서 내 여행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지가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망설임없이 떠나게 해 줄, 가방을 꾸리게 해 줄
이 책이...........
나는 아주 마음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