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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1 - 소설 안중근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학창시절에 배운 단순한 지식으로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대한제국의 영웅이자, 일본에겐 테러리스트라는 사실.
얼마전에 안중근 의사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볼 때도,
'벌써 100주년인가' 라는 그저 한번 쓰윽 지나가는 관심을 보였을 뿐이었다.
소설은 동학군을 물리치는 그리고 문(文)보다는 무(武)를 사랑하는 소년 안중근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활약상과 그의 성품, 가족사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얼마나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무관심 했는가, 또 우리는 얼마나 주목하지 않고 무관심하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책과 역사 속에서 다시금 느꼈다.
올림픽 금메달을 WBC 준우승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정작 나라를 위해 몸바쳐 싸운 영웅은 왜 진정한 영웅 대접을 받지 못하고 우리 기억속에서 희미한 것인가..... 정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소년 안중근은 고민한다 '나는 내 길이 있는가. 그리고 어김없이 그 길을 가고 있는가...' p131 아버지의 아들로서, 안태훈의 아들로서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는 아들이었다. 청계동에 살면서 가정을 꾸리고 부모님을 모시는 착실한 무예에 관심이 많고 건장한 소년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삶의 치열함을 느끼고자 고민하기도 한다. '자신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좁은 세계에 갇혀 세월을 헙하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p158 김구(김창수)를 만나면서, 그리고 그의 집안과 결별을 하면서도 그들의 끈은 정말 보이지 않는 실로 튼튼하게 연결되어 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안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버지 안태훈이 피신해 있으면서 천주학에 심취하게 되고, 안중근 집안도 천주학으로 점점 발을 내 딪는 과정이 정말 솔직하게 묘사됨이 많은 동감이 갔다.
종교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며 유학에 물들어 있던 선비들은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근의 아버지 안태훈 덕에 청계동은 천주학으로 점점 물들어가고, 세례를 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런 와중에 안중근은 빌렘 신부와의 관계로 복사까지 서다가 나중에는 복사 노릇도 그만두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
그는 '일본어를 배우는 자는 일본의 종놈이 되고, 영어를 배우는 자는 영국의 종놈이 된다. 나도 불어를 배우다가는 필경 불란서 종놈을 면치 못할 것이라 그만두어 버렸다. 만일 우리 조선이 부강해져서 세계에 위력을 떨친하면 세계 사람들이 조선말로 서로 소통할 것이니 아무 걱정 없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사실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는 대사는 아니지만, 그의 애국심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글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구절이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애국심'을 가졌던 뜨거운 가슴을 가진 청년-
천주학을 받아들이고 서민들과 민초와 함께 호흡하려고 했던 사람..... 안중근
올림픽 금메달만큼, WBC 우승만큼 값진 것은 우리가 역사를 바로 알고,
그리고 올바르게 기억하고, 그리고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을 가져서 우리를 위해 희생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그들을 기억해야 함이.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더욱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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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을 처음 쓸 때, 이문열 작가 책이란 것을 배제하고 썼기 때문에 조금 덧붙이자면, 원래 개인적으로 책을 볼 때, 작가는 좋고 싫음이 있지만 글에는 편견을 두고 보지는 않는다.(물론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론 특정 작가의 말이나 행실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문체나 글은 조금 별개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사실 다른 작가가 썼다면 더 사랑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이문열이란 작가의 책이란 걸 배제하고 봤을 때,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에 대해서 논할 수 없는 지식이 없음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많은 준비를 하고 썼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누가 글을 썼든(사람에 따라서는 아쉬움이 엊갈리겠지만) '안중근 의사'를 다시 재조명 할 수 있다는데 점점 희미해져 가는 관심 속에서 이 분을 재조명 하는데 어울리지 않는 작가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가진 작가가 글을 씀으로 인해, 다시 한번 관심이라는 불을 지필 수 있다는데에는 그래도 약간의 의의는 둘 수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