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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이 뭔지 알아?
그건 두려움 한가운데로 달려드는 거야 P170
악의 추억은 처음에 외국 소설인 줄 알았다.
아마도 표지 탓일 것이다. 사실 내용에서도 보이듯이 뉴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이야기니까....
사람은 아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가 어떤 것이든.. 누구에게 받았든.. 그것보다 내가 그 상처를
되씹고 곱씹어보면서 잊었다고 명명하고 가슴이 멍멍해도 그저 그렇지 않은 척 그렇게 살아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은 서로를 잘 알아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강하게 끌리는 그 무엇인가가 그들을 사로잡는 것이 아닐까.
라일라와 매코이는 그렇게 서로 만났다.
연쇄 살인범을 쫓다가 뇌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기억을 잃은 형사 매코이.
그 부작용으로 불면증과 정신적 불안에 시달려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라일라는 그녀를 치료하는 일종의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동생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여인이다.
그녀는 자신과 너무 닮은.. 눈동자 색만 달랐던 동생을 추억하며.. 그녀에게 용서받기 위해
그녀 흉내를 내며 살아보기도 했다. 그녀에게 두려운 것은..
자신을 바로보게 하는. 현실을 보이게 하는 '거울'이다.
매코이는... 데니스 코헨을 쫓는다. 끝없이.... 그의 머릿속은 온통 그가 만들어낸 기억으로
데니스 코헨을 추억한다.
매코이는 살인자 였을까?
아니면 아내와 딸을 잃고,살아남은 막내딸을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고양이로 생각하는 불쌍한 정신 이상자였을까....
그에게 아픈 상처를 지우는 방법은 자신만의 기억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 시켜 자기만의 세계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현상은 현대인들과 너무 닮았다.
그저 추리 소설이라고 말하기엔.. 현대인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읽고 있다.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너무나도 가면을 쓰고 미치지 않은 척 도도하게 춤을 추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유행가의 한 구절처럼 '예쁜 인형을 들고 거리를 헤매이고 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까지.. 라일라는 매코이는 살인자 였을까? 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는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의 의식속에는 교묘하게 동정심과 분노가 절충되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매코이는 살인자였을까? 그건 나조차도 .. 어쩌면 그 어느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그런 끝을 맺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프지 않으려고, 마음의 상처를 끝까지 합리화 시키려고, 끝까지 자기가 범인인지 아닌지조차도 제대로 모르고.. 그렇게 눈을 감은 그에게 우리는 동정을 가져야 할까, 아니면 박수를 쳐야 할까?
그것 참..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