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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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솔직히 말하면‘김연수의 소설은 나와 잘 맞지 않는다.’ 는 생각을 한다. 그의 글은 결코 쉽지 않다라는 것이 내 느낌이었고,그의 글을 몇 번 접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번 접해보지 않은 그 그들은 나와 책 사이에 모종의 낯설음을 주었을 뿐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이 다섯개인 이유는 ‘세계의 끝 여자친구’가 내가 읽은 그의 소설 중에서 가장 친근하게 다가왔고 몇 개의 단편이 나에게 속삭인 이야기들을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그녀는 케이케이를 찾아 한국에 왔다.  그녀는 케이케이의 고향을 찾아, 그가 수영했다던 그곳을 찾아 왔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케이케이가 말 한 그 곳은, 케이케이 처럼 손에 잡을 수 없이 저 멀리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가 떠나갈 것을 두려워 했으나 ‘결국 영원히 곁에 있어 달라’ 는 말은 하지 못했고 그렇게 보낸 케이케이를 떠올리며 추억하고 오늘을..그리고 또 내일을 살아간다.
소중한 것을 잃었어도, 소중한 것이 지금 내 곁에 없어도 우리는 죽을 것 같이 아파하면서도 그렇게 오늘을 또 내일을 살아간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슬픔이다.

『기억할 만한 지나침』불을 삼키면 그냥 타버리는 것이지, 느낌 따위는 없다는 걸 아는 소녀. 어른들에 눈에는 어려보이지만, 사실 그녀 나름대로는 이미 성숙해 있고 성숙해 가고 있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순간 순간 자라고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간다. 현의 ‘너와 결혼할거야’ 라는 고백이 아름답게 느껴지다가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안아주지도 못하고 부리치지도 못하는 어색하게 자기를 바라보는 현에게 그녀는 현실은 다르다고 과연 사랑은무엇이냐고,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우리는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 당장 죽을 수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현실을 도피할 수 있고 또 사랑 때문에 무모해지기도 하며 그리고 꿈을 꾼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꿈을 꾸며 행복에 잠긴다. 언제나 마지막은 아름답다. 그 어떤 이름을 떠올리면 ‘아름답다’가 떠오르듯이, 우리의 삶은 사랑이란 아름다움의 아지랑이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눈을 감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끝이 없다. 그리고 알 수도 없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스물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 서른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그것이 우리를 잠식해 나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꿈을 꾼다. 스물이 지나면, 그리고 서른이 지나면… 서른이 되면 이렇다 할 우리의 꿈은 어디에 있을까… 벚꽃 흩날리던 아름다움을 주 던 그 꿈들은 어디로 날아가 버린걸까… 현실이 끔찍하다고 누군가 그러던가… 나는 아직도 꿈을 꾸는가… 적어도 그래도… 지금 나는 달리고 있다는 현실을 열심히 뛰고 있음에 만족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라고.
『모두에게 복 된 새해』인도인이 방문했다. 그것도 새롭다. 그런데 그녀는 아내의 친구이며 피아노를 고치러 방문했다. 그녀는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한다. 언어의 장벽 속에서 우리는 처음에 침묵으로 일관한다. 언어 소통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 지 몰라서 이다. 그런 난감함 속에 피아노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른다. 결국 할아버지에게 묻지 못했던 마지막 한마디는.. 아직도 가슴에 울린다.

『내겐 휴가가 필요해』어의없게도 삶은 한 한번 이뤄질 뿐이며 지나간 순간은 두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는 다고, 그 도서관에 있는 책들이 말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있으면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 나로서는 어쩌면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불행할 수도 있고,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그 무언가가 누구에게는 행복이 될 수 있겠구나..를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휴식이 필요하다. 지겨울만큼 휴식을 취하고나면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지만, 그런 상황이되면 우리는 또다시 휴식을 원한다. 결국 몸의 휴식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휴식도 중요하다. 그리고 상처의 치유도 중요하다. 형사 아저씨가 그리고 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꽥꽥거리며 달든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이 글만큼 그녀를 잘 대변해 주는 것은 없을지도 몰라. 그녀가 택한 사진, 노을, 글, 그림 모든 것들이 그녀 주위를 맴돌면서 울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거 같아서 잠시 책을 덮었다. 추억은 희미해져가도, 빙빙 맴돌지라도, 사라지지는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웃는 듯 우는듯, 알렉스 알렉스』 ”관광지 상품답게 그 동물들은 모두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지만, 어쩢니 두 눈동자만은 울고 있는 듯 했다.” 인생은 쉬지 않고 바뀌며 완벽한 어둠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우리에게 삶의 이야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첫문장을 만드는 것은 우리다. 우리에게 그 정도의 권한은 주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어둠 속 첫문장 속으로 들어가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달로 간 코미디언』 ”우린 1982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시합을 벌이다가 14라운드에 링에서 쓰러져 죽은 한 권투선수 때문에 서로 사랑하기 시작해서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쌍둥이빌딩 때문에 이별하게 된 거야.” 사랑은 단순히 아무 이유도 없이 시작하고 끝날 수 있었고 그 사랑에 끝에서 아픔은 남겨진 자에게도 그리고 이별을 고한 자에게도 해당됨을 알았을 때, 우리는 이별 했음을 실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적, 사랑하면 남아있게 되는.. 그것이 좋든, 나쁘든, 사랑하고 있던, 미워하고 있던, 우리 가슴에 그렇게 흔적이 남는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단편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야기와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마치 한플롯처럼 계속해서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그는 단편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한다. ‘삶은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의 시작도 끝도 우리만이 쓸 수 있다’고. 아름다운 행복한 이야기는 없는 사랑 이야기들로 이어져 우리는 끊임없이 상처받고 상처받는 인간임을 깨우쳐 주지만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만 하는 존재라고, 추억 속에서 살고 추억을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그가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치 사랑과 사랑이 수평을 이루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질 수 없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뭉클함을 간직하고 읽을 수 밖에 없었던,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던 그 말이 머리를 맴돌아서 가슴에 남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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