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친일 매국노 한간
이강범 지음 / 피엔에이월드(PNA World)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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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제국주의가 한참 팽창하던 시절,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가 일본에게 굴복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의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가 일본의 점령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하였는데, 반대로 강대한 일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일본의 앞잡이가 된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친일파'라고 불렀는데, 옆나라 중국은 '한간漢奸'이란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한간'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자 노력한 책이다. 책을 지은 목적은 우리나라에서 무색해진 '반민특위'로 인해 친일파에 대한 처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반면에 중국이란 나라는 철저하게 했기 때문에 그 아쉬움과 이 역사에 대해 잊지 않자는 의지로 쓰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에 앞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큰 차이가 이들을 부르는 명칭에서 의외의 신기함을 보았다. 우리나라는 상대국에 대해 빌붙은 의미의 '친일'을 사용하는 반면에 중국은 하나된 우리 안에 속한 변절자라는 의미의 '한간'이란 의미로 이들을 대한다. 하나된 중국의 방해물이란 의미를 나타내는 의미인 것처럼 보여지는 '한간'이란 용어의 사용에 반대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문화 차이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한간'의 우두머리격인 왕정위 일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실제 역사 속에서 한간들이 행했던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져 내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하나의 소설책을 읽듯이 읽는다면, 책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가 제3자의 입장에서 서술하듯 이야기에 첨언하는 부분들도 있어서, 단순하게 진행되는 서사보다 몰입감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또한,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 '왕정위' 일파의 몰락과 일본이 물러간 이후에 처형당하는 '한간'들의 최후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주고자 했던 그 어떠한 내용보다 더 인상이 깊었던 점은 이 책에 마지막의 작가의 말에 있었다. '일본의 침략을 마주한 우리에게도 희미한 옛 이야기 같지만 광복 후 8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는 개운치 않은 마음을 작은 책으로 풀어보았다.'라는 말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지금 누군가를 처벌할 수 있기엔 어려울 수 있지만, 해당 사건에 대해서 기억하고, 그리고 그 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렇게 책으로나마,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중국, 그리고 한간들을 통해 응어리를 풀어보는 것 또한 인상이 깊었다. '한간'은 어려운 말처럼 느껴지지만, 그들의 삶,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하지 못했던 끝맺음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이 가장 훌륭한 대체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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