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16통의 가장 사적인 기록, 편지 세계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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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나라에 유행하던 학설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가장 위대한 임금 중에 하나로 꼽히던 정조와 관련된 학설로, 그의 죽음은 석연치 않았기에 정적에게 암살을 당했다는 '정조 독살설'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정조를 독살한 범인으로 가장 유력했던 범인은 반대파로 노론의 영수 심환지였다. 그러나 이 학설은 정조와 심환지가 정치적 동반자였다는 편지의 발견으로 지금은 거의 사장되고 있다.

지금은 전자우편, 이메일의 발달로 편지를 주고 받는 문화는 사라졌지만, 한때 편지는 우리의 소중한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러한 편지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작성자와 수신자의 관계이다. 작성자가 수신자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수신자는 작성자를 평소에 어떻게 생각했는지 이 편지에 다 드러나 있는 것이다.

역사에서도 이러한 편지는 많은 관계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릉을 변호하다 궁형을 당한 사마천이 본인과 동일한 상황에 놓인 친구에게 조언을 하는 편지, 아편전쟁 당시 영국에 분노하며 쓴 편지 등 각기 그 시대, 상황마다 쓰여진 편지가 대변하고 있는듯 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나의 심금을 울린 편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윤봉길 의사의 편지였다. 이전에 알고 있었던 부모보다 생을 먼저 마감하는 아들의 입장에서 쓴 편지 뿐이었다. 그러나 그 편지 외에도 남겨진 3살짜리 아들과 아직 태어나디 못한 복중의 태아에게 쓰는 편지도 있었다. 우리에게 독립운동가로 기억되지만, 윤봉길 의사도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역사의 수많은 편지에 이야기가 담겨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차근차근 이 책에 수록된 편지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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