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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 정조의 리더십과 무예도보통지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4월
평점 :
드라마 '이산'에는 정조대왕과 함께 하였던 다양한 인물들이 조명되었다. 정조대왕의 정적인 '심환지'를 비롯하여, 측근이었다가 후에는 권신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 '홍국영' 등이 그러한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물들 외에 무인으로서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는데, 그 인물이 바로 '백동수'이다. 우리에게는 '무사 백동수'란 드라마로 더 익숙한 인물로 종종 '무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에도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 인물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 바로 '백동수'가 편찬하였다고 하는 '무예도보통지'였다.
이 책은 '무예'로 조선을 꿈을 꾸었던 두 명의 인물, '정조'와 '백동수'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 처음에 이 책에 '정조'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무예도보통지란 책 자체가 '백동수'가 편찬한 책이었기에 '백동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분량을 삼등분하여 '백동수'와 '무예도보통지' 외에도 '정조'에게 할당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왜 정조가 이 책에 나올 수 밖에 없는지에 관한 명확한 이유를 알게 된다. 바로 이 책이 정조의 정치적으로 수용되는 환경에서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언급한 '정조'는 '수원화성'을 건설하면서 '실용주의'를 내세웠고, 이 '실용주의'에 입각한 책이 바로 '무예도보통지'였다.
그리고 백동수에 관한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숨겨진 '정조'의 리더십은 더욱 부각이 된다. 사실, 백동수는 서얼이었다. 서얼은 양반의 서자를 일컫는 말로 당시 양반에 비해 천대를 받던 신분이었다. 그런데 정조가 실권을 잡으면서 이런 '서얼'에 대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었고, 이 기회를 통해 진출하게 된 백탑파의 일원이며, 이름을 날린 이덕무가 있는데, 이 이덕무가 바로 백동수의 매부로 정조가 만드는 무예도보통지의 편찬자의 일원으로 추천을 받아 백동수가 참여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역사적 오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예도보통지를 흔히 백동수가 편찬하였다고 알고 있지만, 정조란 인물의 명령을 통해서 만들어진 책이었고, 정조의 손에 의해 발탁되어 백동수가 참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무예의 달인이라고 할 정도로 무예의 조예가 깊은 백동수가 무예도보통지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었던 것은 두 말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정조는 만들었고, 그 환경에서 나온 책이다. 정조의 꿈, 그리고 백동수의 꿈이 서린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무예도보통지에 더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