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40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는 어떤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어쩌면 가장 복잡하고도,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관계인 것 같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그리스로마신화에서도 이 관계는 굉장히 복잡하다. 최고의 신 제우스는 아버지를 물리치고 왕좌에 올랐으며, 항상 자신보다 뛰어난 아들이 태어나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까 전전긍긍했다. 제우스의 아버지 또한 그 아버지를 물리치고 최고의 신에 오른 자였다. 비단 신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이야기에서도 이는 비슷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말이 바로 이 이야기에서 나왔는데, 아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뛰어 넘어야하는 벽과 같은 존재임과 동시에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처럼 양분된 시각이 존재한다. 구세대의 보수적 사고와 신세대의 진보적 사고는 매번 충돌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도 구세대로 대표되는 아버지 세대의 인물들과 신세대로 대표되는 아들 세대의 인물들의 충돌이 이야기의 주를 이룬다. 그러나 소설은 철저하게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이 부분이 오히려 양쪽의 의견에 대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특히 이 소설은 농노제 폐지 2년 전인 러시아의 개혀시기에 쓰여져 있다. 당시 농노제 폐지는 또 다른 혼란을 초래했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개혁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누가 옳았던 것일까? 글쎄, 난 작가가 하고 싶었던 진정한 이야기는 이 소설의 또 하나 주된 축인 사랑으로 대표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다른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모두를 이해할 수 있거나, 맹목적인 사랑으로 기다려주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 우리가 말하는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