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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수기 ㅣ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9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9년 8월
평점 :
러시아의 문학이라는 부분이 우리에게 굉장히 생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러시아 문학에서 걸작이라는 작품들을 이야기 해보면 그 중에 꼭 이야기가 나오는 책이 바로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이다. ‘사냥꾼’이라는 것이 최근에 예능에서도 보았지만, 러시아에서는 시베리아 지역에서 일부 존재하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보다 익숙한 것 같았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다. 사실 ‘사냥꾼의 수기’가 러시아 문학의 걸작이 된 이유에는 이 책이 그 어떠한 책들보다 당시 러시아의 시대상을 잘 반영했고, 가장 러시아적인 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러시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사실 사냥꾼이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은 ‘사냥꾼의 수기’라는 책 1권이 아닌 10개의 단편집을 모은 모음집이다. 그리고 이 책은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그 시대상을 비판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에 더 녹아들도록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시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책에서 중세시대 유럽을 이끌던 농노제도에 대해 익히 배워왔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서도 농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농노제에 대해 비난이나, 또한 폐지에 대한 당위성을 이 책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작가를 대변한 화자를 통해서 인간의 삶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농노제에 대해 부당함과 모순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되면서 결국 러시아 말기 농노제를 폐지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도 한다. 이것이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본다면, 직설적이 아니지만 직설적인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담으로 마지막 이야기에 사냥꾼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냥꾼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삶을 위해 자연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볼 수 있는 존재로 마치 우리 모두 자연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인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야 맞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