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 팥죽 ㅣ 그래 책이야 79
조현미 지음, 안병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6년 9월
평점 :
#인생팥죽 #잇츠북 #그래책이야
#공감 #가족
매년 동짓날은 팥죽을 쑤어 먹고, 한 해의 액운을 피해내고자 하는 날이지요.
그런데 저는 그 날이 되면 도망다니기 바빴습니다. 팥죽 먹기가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고역이었거든요. 어린 시절에는 '팥'이 왜그렇게도 맛이 없었는지 몰라요. 지금은 팥빵도 팥빙수도 찹쌀떡도 다 좋아하는 데 말입니다.
실은 아직도 팥죽은 썩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긴 합니다만.. 외려 그래서 였는지 '인생 팥죽'을 처음 만났을 때 혹시 나도 아직 '인생 팥죽'을 만나지 못해 팥죽을 좋아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펼쳐든 '인생 팥죽' 이야기는 처음부터 조금은 매운 맛이었어요.
주인공 나라는 올 여름 사랑하는 아빠를 교통사고로 여의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반에는 매번 나라 마음을 온통 뒤집어 놓기 일쑤인 대수와 늘상 나라만 꾸짖는듯한 선생님이 계십니다.
이 정도 액운이 겹겹이 쌓여있다면 정말이지 ‘액운을 막아준다는 뜨끈한 팥죽 한 그릇'이 절절이 필요한 상황이지요.
오늘도 대수와 한바탕 끝에 담임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은 나라는 억울함이 주렁주렁 매달린 무거운 다리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어 못보던 가게네?"
시장 어귀 품목을 바꿔 가며 물건을 팔던 형제 쌀집 옆에
못보던 팥죽집이 눈에 띄었어요.
사실 팥죽은 나라와 아빠의 최애 음식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할머니표 팥죽은 최고 중의 최고였지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그리움에 두 눈 질끈 감고 등을 돌리려는 나라에게 도착한 문자 한 통,
‘엄마 야근. 저녁 사 먹고 들어가.'
핵심만 콕! 쏘아 보내는 엄마의 메시지는 그만 나라를 무장해제시켜 팥죽집 안으로 떠밀었습니다.
저녁 한 끼 밖에서 먹는 것 뿐입니다.
아빠 생각, 할머니 생각일랑은 하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팥죽으로 저녁을 때우는 것뿐이라 굳게 마음 먹은 나라는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팥죽 주랴?"
"뜨겁다."
"팥죽은 달달해야 제맛이지."
“새알심도 먹어야 팥죽 한 그릇을 다 먹는 게지."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주인 할머니의 목소리,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팥죽 내음은 나라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양껏 팥죽을 먹고, 남긴 새알심을 그대로 둔 나라가 가게 문을 나서려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나라 손에 검은 봉지 하나를 쥐어 주며 말씀하셨습니다.
”이거 가지고 가. 네가 남긴 팥죽."
그 때는 몰랐습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요.
나라가 남긴 팥죽, 그 안에 든 새알심이 일으킬 어마어마한 사건을 말입니다.
마음이 시리고 더할 수 없이 아린 날,
'인생 팥죽'을 만난 나라의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
"눈 올 때까지... 그 때까지 잘 지낼 수 있지?"
가까운 사람과의 헤어짐. 그 슬픔의 무게는 감히 헤아리기조차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 슬픔의 무게가 견디기 버겁다고 모르는척 밀어내거나 애써 괜찮은척 하는 것은 스스로를 병들게 할 수 있다고 해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 가까웠던만큼, 슬픈만큼 충분히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것. 내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고 잠시 앓을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인생 팥죽'에는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아빠를 잃은 나라뿐 아니라 남편을 잃은 나라의 엄마, 그리고 반려견 동동이, ......
그들 모두는 각자의 아픔이 있어요. 하지만 각자의 아픔을 감당해내느라 서로의 아픔은 살펴볼 새가 없지요.
인생 팥죽의 새알심은 그 새를 마련해 줍니다. 서로의 아픔을 살펴보고 서로의 마음(심)을 알(알)아갈 그 사이(새)를 말입니다.
우리는 때로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제일 마지막에야 살피게 됩니다. 특히 내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말입니다. 하지만 내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사람의 마음, 그 사람의 마음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줄 사람 또한 바로 나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갈 새를 선물하는 '인생 팥죽'!
뚝뚝 떨어지는 기온, 찬 바람이 어느덧 소매 사이로 파고드는 이 계절. 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의 안녕을 '인생 팥죽'과 함께 살펴보시는 건 어떨까요?
올 동짓날에는 가족과 함께 '인생 팥죽'을 펼쳐 사랑을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스한 시간 보내시기로해요!
#새알심 #서로의마음을알아가는시간
#이해 #애도 #사랑
#조현미 글 #안병현 그림 #아빠해마 꾸밈 #인생팥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