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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말해요
엘레나 베르나베 지음, 알바 아사올라 그림, 김여진 옮김 / 그리고 다시, 봄 / 2025년 10월
평점 :
"손이 차면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 것 같아."
"따스한 손을 만지면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것 같아."
생활 속에서 우리는 문득문득 '손'과 '삶'의 연결 고리를 발견하곤 합니다.
손 끝이 서로 닿았을 뿐인데 찌릿 마음이 통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손으로 지긋이 눌러주었을 뿐인데 통증이 사르르 사라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손과 정신, 손과 신체의 연결이 비단 기분과 느낌일 뿐은 아닌듯합니다.
수지침 혈자리를 살펴보면
우리 작은 손 안에 우리 몸 전체를 관장하는 모든 혈이 다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엘레나 베르나베 글 작가님과 알바 아사올라 그림 작가님의「손은 말해요」를 만나게 되면
더욱 '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야!
그만 장미 가시에 찔리고 말았어요.
찔린 손가락이 너무 아파요.

"할머니, 아플 땐 어떻게 참아요?"
"마음으로 견디려 하면, 아픔은 옅어지기는커녕 더 짙어진단다."
"그럼 어떻게 해요?"
"두 손으로 낫게 하지, 아가."

"엄마 손은 약손, 우리 아기 배는 똥배."
"할미 손은 약손, 강생이 배는 똥배."
어린 시절 자주 탈이 나 끙끙거리던 제 배를
번갈아 문질러 주시던 엄마와 할머니 손길이 문득 떠오릅니다.
맞아요.
아픔을 마음으로 견뎌보려 했지만
낫기는 커녕 데굴데굴 구르며 설움만 더해졌었는걸요.
도닥 도닥, 괜찮다 위로하는 따스한 손.
문질 문질, 나을거다 약이 되는 든든한 손.
엄마와 할머니의 두 손 덕분에
언제 아팠냐는듯
사르르 사르르 아픔은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솔솔 잠이 채웠더랬지요.

우리는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손금'도 삶의 과정 과정 속에 만들어지고 변해가며 그 사람의 생을 가늠하고 예정하기도 하죠.
더듬더듬 손싸개 밖으로 여리디 여린 고사리 손을 내밀어
만지고, 잡고, 조작하며
만나고, 머무르고, 또 헤어지며
그 모든 시간을 나이테처럼 손에 새깁니다.
그 모든 시간들은
주름 사이사이로 켜켜이 녹아듭니다.
그 시간의 기록들에는
사랑도 아픔도
탄생과 저묾,
창조와 파괴,
만남과 헤어짐도 녹아있겠지요.
어쩌면 그 모두를 이뤄낸 것이 바로 '손'이 아닐까요.

가만히 손을 들여다 봅니다.
우리의 삶을 최전선에서 마주하고 이끌어가는 손.
우리는 하루 중 얼마나 손에 마음을 둘까요?
그래도 일 년 중 겨울이 되면
다른 세 계절보다는 좀 더 손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맹추위로부터 손을 지키려 도톰한 장갑을 끼기도 하고,
춥고 건조한 날씨에 손이 틀까 핸드크림을 바르며 피부를 보호하기도 하죠.
사철 내내 수고했을 두 손.
이 계절에 되어서야 들여다 봄에
미안하고 또 감사한 마음으로 가만가만 손을 어루만지며
제 손 곳곳에 녹아있는 저를 더듬어봅니다.
손은, 세상을 만나게 하고, 알아가게 합니다.
손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나를 사랑해 줍니다.
손은, 세상을 만들고, 관계를 짓고, 나를 세웁니다.
이 모두를 해내는 귀한 두 손을
더 사랑해야겠습니다.
더 아껴줘야겠습니다.
여러분의 귀한 두 손에
조심스럽게 이 책을 전합니다.

북멘토 그림책, 그리고 다시 봄
엘레나 베르나베 글, 알바 아사올라 그림, 김여진 옮김
「손은 말해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