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차기 중 그림책 숲 38
이혜원 지음 / 브와포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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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복을 입고, 수모를 쓰고, 수경을 쓰고 나면
가슴은 벌렁벌렁, 뱃속은 꿈틀꿈틀
이제 더는 도망칠 수 없음을 아는 온 몸이 저마다의 절규를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제가 다니던 유치원에는 수영장이 있었어요.

유치원을 다니는 2년 내내 수영 교육은 필수코스였죠.

하지만 저는 물을 무서워했습니다.
'접시물에 코 박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할 정도였어요.

멈출 수 없는 두려움은 제 몸을 늘 경직시켰고,
덕분에 저는 이제껏 단 한 순간도 '물에 뜨는 경이로운 경험'을 해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발차기 중」을 펼쳐
이야기 속 아이와 함께 다시 그 시절 수영장으로 한 발짝씩 걸어들어갑니다.

"난 래시가드 안 입어. 수영선수들도 안 입잖아."



눈치채면 어쩌나, 잘난 척을 해 버리고 만 아이 뒤를 바짝 쫓으며
수영복, 수모, 그리고 수경으로 최대한 두려움을 가리운 저는 중얼중얼 주문을 외워 봅니다.

'나는 수영을 좋아해. 나는 수영을 잘 할 거야.'

아이를 따라 일부러 못하는 척 준비 체조를 마치고
최대한 천천히 키판을 찾아 든 저는 아이의 '못하는 척'에 동행합니다.

하나 둘 친구들을 모두 앞세우고 맨 뒤로 가 선 저는
아이의 '느린 척'을 좇아합니다.

흐르는 물살에 마음을 맡기고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던지고
그러다 꿀꺽! 물을 한 움큼 먹어버리고 마는 아이를 따라
쫓아가지 못할까 조마조마하지도
쫓기면 어찌할까 두근두근하지도 않은
여유로운, 그렇지만 치열한 수영을 마치고 나니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 시절의 내가

물은 무서웠지만, 물을 가르며 나아가는 기분은 좋아했다는 것을.
물에는 뜨지 못했지만, 키판에 의지해 발장구를 치며 전진하는 순간만은 행복했다는 것을.

"내가 왜 일부러 느린 척하는지 알겠지?"
히히 웃으며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키 판을 움켜쥔 제 마음을 두드립니다.

물에 못 뜨면 좀 어때? 물이 무서울 수도 있지.
키판과 함께 물살을 가르고, 파도를 넘어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걸!

왜 그때, 마음껏 좋아하지 못했을까...
이제야 그 시절 제 마음을 만났습니다.



다시는 수영장에 가지 못할 줄 알았는데...
물을 싫어하고, 수영도 싫어하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이제는 수영장 문을 열 용기가 생겼습니다.

작가님의 말씀을 빌어
수영복을 입고 수모와 수경을 쓴 제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겁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너만의 속도로 가 보는 거야!"

수영장 밖에 갇혀있던 어린 저를
수영장 안으로 초대해 준 「나는 발차기 중」

넘어가지 못한 파도 뒤에서 발차기 중인 모두에게 힘이 되어줄
브와포레 그림책숲 38권, 이혜원 작가님의 「나는 발차기 중」
당신의 마음에 선물하고 싶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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