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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듣고 위로를 연주합니다 - 악기로 마음을 두드리는 음악치료사의 기록 ㅣ 일하는 사람 12
구수정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3월
평점 :
책의 서평단을 신청할 때는 음악치료에 어떤 음악을 사용하는지, 어떤 음악을 들으면 치유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서 였다. 하지만 작가는 특정 음악을 말하지 않는다. 어떤 음악이든 내 마음을 흔드는 음악이 나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음악이라고 한다. 그저께 북토크 자리에서 만난 미술치료사인 김선현 작가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 밝고 예쁜 그림이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우리를 치유하는 것은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19. 영국의 극작가 콩그리브는 “음악이 야만인의 가슴을 쓰다듬고, 돌을 무르게 하며, 옹이 진 나무를 휘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고 했다.
p47. 따뜻한 관심과 포옹은 누군가를 이렇게 조용하고도 강력하게 흔들어 놓는다. 그것은 삶의 의미를 잃고 그저 죽지 못해 산다는 한 사람에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몸을 단정하게 하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이런 온기 충만한 조각의 시간들이 모여 삶을 좀 더 아끼며 살고 싶게 하는 것이다.
p90. 결국 좋은 음악은 어떤 방식이로든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음악이다. 순수하게 음악에서 느끼는 감흥이 있을 수 있고, 추억이 있는 음악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음악치료사의 음악 처방전은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좋은 음악은 이미 당신이 알고 있는 음악이자 앞으로 사랑하게 될 그 음악이다.
p172. 그런데 내가 제풀에 주눅들어 티를 내면 그게 더 나쁜 인상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 내 기분에, 부정적인 감정에 속아 지레 겁을 먹고 나면, 잘한 것도 못나게 보인다.
p209. 깊은 상처는 아물어도 땀샘이 재생되지 않아 모래가 묻지 않는다. 겉으로는 다 나은 듯 보이지만 실은 피부의 기능이 망가진 채 살아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아픔의 흔적은 남아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만 남은 평생 상처를 나의 일부처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p211. ‘같이’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가치’라고도 들린다. 엄마, 아빠와 같이하는 것, 같이 있는 것이 지금 아이에게는 가장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 같이라는 그 말이 사랑스러우면서도 무겁다. 고단하지만 같이 가면서 가치 있는 삶을 향해 가는 것이 우리 가족의 목표다.
p228. 결국엔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결국엔 재미나게 살려고 하는 일이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는 무해한 친절이 한 번쯤 당신을 미소짓게 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하나라도 최대한 다정하게 쓰려 노력한다.
p242. 실패는 이전 것에 몰입하느라 하지 못했던 다른 걸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맷집이 생기게 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몸을 일으키기가 어렵다. 빨리 몸을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다 보면 길이 보인다.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맞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