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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불이 흐르는 바다 - 바다를 모티프로 한 영미 명작 단편선
윌라 캐더 외 지음, 유라영 옮김 / 리듬앤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침대 밑에 숨겨 놓고
몰래 읽던 바로 그 책"
책 표지에 있는 문장입니다.
이 책은 당시에는 금기시된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는데요, 당시에는 금기시되는 내용이지만 이제는 당연한 내용이기도 한 '영미 명작 단편선' 7편이 있는 <차가운 불이 흐르는 바다>를 소개합니다.
책의 저자 7인 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소공녀, 비밀의 화원)과 루시 모드 몽고메리(빨간 머리 앤)만이 낯익었는데요, 이 책을 계기로 다른 작가들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네요.
조지 에저턴 | 교차선
윌라 캐더 | 갈매기 나는 길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 아를에서의 하루
세라 온 주잇 | 잃어버린 연인
앤 리브 올드리치 | 마을의 오필리아
캐서린 맨스필드 | 항해
루시 모드 몽고메리 | 바다가 부르는 소리
제가 읽었던 단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 2편을 소개합니다.
<교차선 | 조지 에저턴>
조지 에저턴은 여성에게 전통적인 역할만 강요하던 시대에 내면의 욕망 등 금기시되던 주제를 과감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이 책에 실린 "교차선"에도 이러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나는 나를 위해 살았고, 내 힘으로 버텨 냈으며, 내 실수의 무게도 스스로 감당했어요. 어떤 이들은 내 자족적인 모습에 불만을 품고 나를 변덕스럽다고 했지만 정작 그들은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어요. 39p."
외적으로 보면 부족할 게 없고 강인해 보이는 주인공이었는데요, 사실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망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그 말을 직접 듣고 싶은 거예요.... 여자가 원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가 날 사랑해 준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요. 28p."
그렇게 남편에게 말하지만, 새로운 사랑으로 찾아온 남자가 원하는 징표를 걸어두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랑이 아닌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위해 거침없이 새로운 사랑을 선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지금도 결혼한 여자가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은 금기시되고 비난받는 일인데요, 19세기 초에는 그러한 욕망조차 이야기로 내놓을 수 없던 시기였음을 생각하면 진취적인 모습이었어요.
<잃어버린 연인 | 세라 온 주잇 >
미스 데인은 혼자 지만 품위 있게 살아가고 있었는데요, 젊은 시절 항해를 하러 떠났다 소식이 끊긴 옛 연인을 그리워하며 계속 혼자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라하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난파선' 같은 중년의 남성이 미스 데인의 집에 들르는데요, 바로 미스 데인의 옛 연인이었습니다.
평생 가슴 아프게 고이 간직해온 사랑의 대상이 생각보다 초라하고 끔찍한 모습을 한 중년이 되어 찾아왔는데요, 추억 속의 젊고 사랑이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차디찬 현실이 되어버린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젊은 날의 깊은 슬픔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미소 지으며 떠올릴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이 되기도 한다. 삶이 어느새 우리에게 더 너그러워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 지나온 날들을 돌아볼 때 대체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힘들어했는지조차 잊게 된다. 156p."
첫사랑과 재회하면 다시 아련한 그때로 돌아갈 것 같지만, 그저 실망만 하는 현실적인 결말이 좋았습니다. 역시 추억은 미화되는 것인가요?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인연인가요?
책을 관통하는 단어를 꼽자면 '바다, 여성, 사랑'입니다. 바다를 모티브로, 바다가 배경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화자도 대부분 여성입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 있는 단편집들은 19세기~20세기에 지어진 작품들인데요, 그래서 다소 딱딱하고 문어체인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 뒤쪽의 미주를 통해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어서 무리가 없습니다.
✨️추천✨️
바다를 모티브로 한 소설을 읽고 싶은 분.
영미 명작 단편소설을 읽고 싶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