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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모양을 한 행복
고데마리 루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월
평점 :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햇고 큰 감동은 없을 줄 알았다. 역시 그렇게 잔잔한 소설이었고 큰 감동은 없었다. 하지만, 가끔 일상의 사소한 어떤 것이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고, 이 책을 읽으며 내 일상을 두리번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고양이 모양의 행복을 나도 내 주변에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꼭
고양이 모양을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따스하고 몽글몽글한 그런 행복이 내 주변 어딘가에도 숨겨져 있을 것 같아서였다.
여자ㅘ 남자는 각각 과거가 있고 거기서 얻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지치지 않는 방법, 더 애틋해질 수 있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다양한 연애 경험이
앞으로의 더 발전된 형태의 사랑을 위한 연습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마음이 성숙한 두 사람의 사랑을 보고 있으니 그 말에 공감이 된다. 질투는 마음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감정이고, 호르몬의 분비가 저하되면 감정은 쉽게 식어버린다는 사실을 잘 아는 두 사람은 고양이를 매개로 그들의 사랑과 행복을 지속시켜 간다. 마치 평범한 부부가 아이들을 기르며
가족을 유지시켜 가는 것처럼... 고양이는 아이처럼 때로는 그들에게 기쁨도 주지만, 병을 앓아 걱정을 끼치기도하고, 부부싸움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고양이와 놀면서
주변을 되돌아보게하는 여유도 선물한다. 아름다운 연못과 정원이 있는 집에서 여자는 수많은 단풍의 종류에 대해 알게되고, 철마다 바뀌는 연못의 주인들을 보며 즐거워한다. 이런 모양의
행복을 가진 그들은 그래서 행복한 모양이다.
이렇게 행복한 이야기로만 끝났다면 자칫 애완동물 기르기 장려 서적 같은 인상을 받았겠지만, 사실 이 책은 모든 이야기를 다 들려주고 있다. 바로 생명의 유한함에서 오는 슬픔에 관한 이야기를... 반려동물은 인간보다 수명이 짧아서 주인들에게 아픈 상실의 고통과 공허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의 고양이 역시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하늘나라로 갔다.그리고 그들은 슬프고 허전해한다. 그 모습을 과장하지 않고 여과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양이모양의 행복은 사실 슬픔과 공허였다는 부정적인 결말은 아니다.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어떤 모양의 행복을 찾을 준비가 되어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도 그럴 준비가 된 사람들이라고... 그래서계속 그렇게 잘 살아갈 것이라고, 그런 믿음을 독자에게 심어준 채 이 이야기는 끝난다.
재미있는 스릴러물 같은 것을 읽다가 한 숨 돌리며 삶을 그리고 주변을 되돌아보고 싶을 때 보물처럼 다가오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