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떠났다 - 220일간의 직립보행기
최경윤 지음 / 지식노마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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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잇다. 하지만, 그걸 실천하기에 여건이 좋지 못할 때는 기행문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얻는다. 한 장 한 장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책 속 세계가 마치 현실처럼 생생해 진다. 그리고 다 읽고 났을 때는 마치 먼 길을 돌아서 제자리에 온 듯 나른한 피로감과 함께 만족감이 찾아온다.

이 여행도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삶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나 마음을 사로잡는 글솜씨는 아니지만, 젊은 저자이기에 가질 수 있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톡톡 튀는 개성을 느낄 수 있어 좋앗다. 답답한 현실에서 뛰쳐나가듯 무작정 떠났던 저자는 혈실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돌아왔다. 그런데 특별했던 점은 저자가 어떤 빼어난 풍광이나 고대 건축물을 보고 깨닳음을 얻은 것이 아니라 길 이에서 저마다의 현실을 살아가고 잇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마음을 다잡아 갔다는 점이다. 다른 기행문에서 지면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건축물이나 자연 풍광에 대한 묘사 대신 이 책에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나날들이 이어진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음담폐설이 거리낌없거나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남자들과 마음을 얻은 후에 돈을 빌려달라고 간청하는 가난한 사람 까지 모국에서 받는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는 여행지에서도 저자를 따라다니며 괴롭힌 듯 하다. 하지만, 한정된 만남의 시간이 모든 관계의 해결의 열쇠가 된 듯하다. 같이 하고싶지 않은 사람 때문에 괴로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되고, 갈등을 겪고 잇는 사람에게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헤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너그러워 지곤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요즘 대학생들의 고민이 보인다. 흔히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정체성의 혼란기를 통과했다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20대들이 여전히 혼란 스러운 시기를 겪는 듯 하다. 등떠미는 사회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미래 때문에 그들은 무언가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미완의 자기 자신을 비하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해서 현실 도피를 목적으로 택한 여행은 무언가 기적같은 깨닳음이나 자기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다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뿐이다. 그리고 그 희망이 결국 그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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