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아이들 - 조재도 3부작 청소년 소설 작은숲 청소년 3
조재도 지음, 김호민 그림 / 작은숲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고 엄청 발칙하고 불량한 녀석들을 상상했었다. 인명을 파리목숨처럼 여기고, 아무 꿈도 없으며, 매일매일이 지옥 같은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너무 착하다. 성적에 따라 댓수를 정해서 몽둥이 찜질을 하는 선생님 밥솥에 쥐약을 넣으러 찾아갔다가 그냥 돌아오고 나중에 그 사실이 탈로나자 같이 일을 모의했던 아이의 이름을 끝까지 말하지 않고 의리를 지키는 아이들... 심지어는 폭력성이 엿보이는 일진 형들 조차도... 여자친구 때문에 다른 조직과 싸움이 붙은 주인공에게 당사자끼리 한 판 붙고 승폐에 더이상 이의제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던가 어려움에 처한 동생을 위해 대신 나서주기도 한다. 그래서 느꼈다. 이 소설 제목에 등장하는 두 단어 중 하나밑줄을 긋는다면'불량'이 아니라 '아이들'에 밑줄이 그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성적에 따라 특성화고니 인문계니 실업계니 무리지어지는 아이들, 하지만, 꼭 공부 잘하는 애는 공부 잘하는 애랑만 친구하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평대는 반에서 최하권 성적에 조직폭력배 형들과 어울리는 두배와도 친구고, 교회 다니는 희남이와도 친구고, 시험 기간만 되면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전학생과도 친구다. 아이들이라면, 적어도 중학생이라면 그래야하지 않을까? 성적표가 학교 복도에 나붙고, 누군가가 밤에 몰래 그것을 찢어버리고, 복도 창문으로 날아 든 앵무새 다리에 '일제고사 반대'라고 적힌 쪽지가 묶여있고, 아이들을 사회 시스템 속에 가두려는 학교와 그것을 거부하고 뿌리치려는 아이들의 몸부림이 대적하는 모습들이 이야기의 전반부를 형성하고 잇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사춘기 시기에 겪는 동성 혹은 이성 친구와의 갈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밤 늦은 시간 으슥한 곳에서 만나 술 한 잔 하는 사이이지만, 여자친구 지수는 평대에게 선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평대도 자신의 욕망을 안으로 갈무리할 줄 아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둘의 관게는 막 사랑이 시작되는 연인의 설레임이나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생각없이 저지르는 불장난 같은 모습이 아니라 오래되고 마음 잘 맞고, 이야기가 통하는 동성친구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두 아이는 설레는 이성친구보다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친구가 더 좋은 친구라는 사실을 벌써부터 알아버린듯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아이들은 또 한번 그냥 아이들이다. 비록 스스로가 불량 학교에 다니는 불량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라도...

청소년 소설 치고 책이 두껍다고 느꼈지만, 무거운 이야기를 가벼운 문체로 상쇄시키고 있어 책장이 잘 넘어간다. 그리고 다 읽은 후에는 고민에 빠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10년이 지난 내가 그 때를 되돌아보면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처럼 후회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 해 주고 싶은데 그걸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짜여진 시스템으로 아이들을 억압하는 사람과 무엇이 다른지... 한 아이 한 아이의 생곽과 처한 사정 등을 다 알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하게 된다. 결론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공부가 다가 아닌 시기의 아이들이 공부가 다인 세상을 보다 더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연구해 보아야겠다는 다짐만은 확실히 남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