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 뭔가 의미심장한 느낌이 드는 도서이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세상을 버리기로 했는지 궁금한 가운데 초반엔 속도감이 나지 않았다.

한장씩 넘어가는 책장 속에서 외계인의 등장과 마르코스의 초능력이 드러나면서 책에 몰입하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초능력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상대방의 과거를 볼 수 있고 마음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세계적인 발레리나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모든 것을 함께 해 온 어머니의 존재가 너무나 컸기에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을 덜기 위해 영원히 잠을 포기하기로 한 주인공 마르코스.

사랑의 대상이자 친구, 그리고 스승의 존재였던 어머니의 존재감 상실로 잠을 자고 싶지 않았던 마르코스.

잠을 안자고 싶을만큼 그의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는데 그 상실감으로 마르코스는 잠이 안오는 주사와 약을 사게 된다.

잠들고 싶지 않은 순간에 약물을 주사하면 자지 않고도 24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신비의 약.

그런 그가 주사기를 팔에 댄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사람들로 가득한 산타아고 광장 한복판에 서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녀를 보게 되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가운데 마침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새벽 3시에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전화를 받고 경찰서에 나가는 것도 웃기지만 그 시간에 연극을 상영한다는 것도 참 독특했다.

우리나라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일까?

 

마르코스의 운명은 외계인과의 만남으로 바뀌게 되는데 외계인에 대해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취조실에 들어갔다가 초능력이 먼저 자신에게 들어오는 것을 감지한다.

마르코스가 초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외계인은 벌써 마르코스의 마음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지금 당신은 어머니가 떠나셔서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다고 느끼고 있어요.

오랜 시간 수많은 나라에서 당신과 함께했던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네요.

당신과 그녀……

늘 당신은 어머니와 함께였죠. 그러니 아주 고통스러울 거예요.

당신 삶이 최악의 상황이 바로 지금인 거죠, 맞죠?" <본문 p. 140 일부 발췌>

 

자신이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보긴 했지만 막상 외계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켜버린 그는

외계인으로부터 산타아고 광장에서 보았던 그녀에게만 가야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듣는다.

당신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 상상도 못할거라는 메시지와 함께...

 

마르코스는 외계인의 말에 따라 그녀를 찾아 극장에 들어가게 되고

연극을 보기 위해 나타나지 않은 그녀의 남자친구인척 연극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 친구...

어차피 올거였으면서 왜 몰래 숨어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외계인이 탈출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고, 외계인이 찾아갔다는 살라망카의 마요르 광장으로 그녀와 함께 이동하게 된다.

광장에서 마르코스를 기다리고 있던 외계인은 그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여섯개의 행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까지도...

 

외계인의 등장과 함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는데

사고로 팔다리를 잃어야만 했던 외계인의 존재와 그가 사랑했던 한 여인을 떠나보내며

함께 하고픈 강한 마음이 그녀가 잠든 자리를 찾아가 꿈을 이루는 외계인.

외계인은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 옆에 잠들게 된다. 

마르코스가 그렇게나 알고 싶었던 아버지의 존재는 끝내 드러나지 않았지만

에스파뇰 극장 소녀의 존재감이 드러나면서 소설은 마무리된다.

 

"그 누구도 문 뒤에서 무엇과 마주하게 될지 알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

문손잡이를 돌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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