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기 좋은 날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6
허은순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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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하면 특별한 의미가 느껴지는 단어이다.

소풍이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설레임을 주고 소풍날 비가 오지 않기를 기다리며

잠 못들만큼 기분 좋은 상상으로 다음날을 기다리는 설레임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적에는 소풍 갈 생각에 들떠서 잠이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아이들과는 다르게 내가 어릴때는 먹을 것도 넉넉치 않았고 가족여행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일상을 벗어나 소풍을 간다는 것이 기다리는 날 중에 하나였으니까...

엄마가 싸준 김밥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한몫했었던 것 같다.

소풍은 학교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날이었기에 소풍에 대한 추억은 지금도 설레임 속에 자리잡고 있다.

요즘이야 체험학습이며 가족 나들이 같은 것들이 흔한 일이 되어 버렸지만

그때 당시에는 가족끼리 여행은 물론 가족들과 어디를 놀러가는 것은 어려웠다.

그렇기에 소풍이 다가오는 느낌은 기분좋은 설레임으로 다가오는데

지금 아이들도 소풍하면 기분좋은 설레임으로 다가오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기분좋은 설레임으로 다가온 '소풍 가기 좋은 날'은 가족 소풍을 떠난 지영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덟살인 지영이는 미미라는 인형과 늘 함께하는데

그날은 소풍에 갔다가 미미의 머리핀을 잃어버려 집에 오기 싫었었다.

하지만 지영이는 혼자 남겨지는 것이 싫어 어쩔 수 없이 엄마와 아빠를 따라 집에 오게 된다.

엄마는 소풍이 즐거운 것이 돌아올 집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지영이는 소풍은 소풍이기 때문에 더 즐거운 거라고 생각한다.

소풍은 즐겁지만 혼자서는 집에 올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돌아오긴 하지만

그래도 지영이의 마음 속에는 실컷 놀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하다.

 

 

 

 

 

 

 

소풍을 다녀온 후 엄마는 피곤함 때문인지 며칠동안 일어나지 못하게 되고 얼굴도 하얗게 되어 간다.

그러다가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늘 옆에서 지영이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엄마의 빈자리를

할머니가 대신하게 되는데, 그런 엄마의 빈자리를 할머니가 채워주기에는 지영이는 성에 차지 않는다.

지영이는 엄마가 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가 계신 병원에 갔다가 지영이의 재촉 때문인지, 아님 지영이의 마음을 알았는지

엄마는 병원에서 퇴원을 하게 된다.

지영이는 엄마가 집에 와서 기분이 좋았는데 예전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엄마는 지영이에게 소풍도 함께 가고 싶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한다.

지영이는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하기도 하는데 엄마는 그동안 한번도 자르지 않았던 머리카락을 자른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할머니는 계속 지영이네 집에 계신다.

그런데 이상한건 엄마의 잔소리가 예전에 비해 늘었다는 것이다.

아빠는 정신이 반쯤 빠져있고 웃기는 말을 해도 멍하니 앉아 계신다.

금방 손에 쥐고 있던 것이 없어졌다며 온 집 안을 뒤지고 다니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밥을 먹을 때 멍하니 있다가 젓가락을 놓치기도 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창가에 서서 하염없이 창박을 바라보고 있는 날도 부쩍 늘어났다.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지영이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잠을 자게 된 날 지영이는 엄마가 다음날 소풍을 가자는 소리에 신이 난다.

하지만 그 다음날은 천둥과 함께 비가 내리고 집에 있어야 할 엄마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엄마는 병원에 가셨다고 한다.

지영이는 문병을 가기도 하지만 이젠 엄마가 집에 오지 못한다는 걸 느낌으로 알게 된다.

어느 날 할머니와 아빠가 하는 얘기를 듣게 되고

할머니는 지영이와 엄마를 위해서 병원에 가지 말라고 하지만 지영이는 엄마가 보고 싶어 아빠를 따라 나선다.

병원에 가는 길에 아빠로부터 엄마가 암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고,

엄마를 위해서 지영이가 엄마를 너무 좋아하는 느낌을 표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병원에 간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울컥울컥했다.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딸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을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엄마가 약속한 소풍은 지영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선물이었지만 결국 지킬 수가 없었다.

자신의 엄마보다는 남겨진 자식을 생각하는건 엄마로써는 당연한거지만

할머니는 엄마인 자신보다 자식만 생각하는 선애에게 늘 인정머리 없다고 얘기한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여덟살 짜리 꼬마에게 엄마의 죽음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부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뭔가를 암시해 주는 부분이 조금씩 형체를 드러낼 때 뭔가 뻥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었다.

결국 엄마의 암으로 모든 것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는데 안타깝게도 지영이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 들여야 했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못해서 너무나 아쉽지만

아이들이 책을 통해서 한번쯤 죽음을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내 일이 아니라 무관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소풍 가기 좋은 날이라는 기분 좋은 제목으로 시작한 책이 세드엔딩으로 끝나서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동화를 통해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 그림은 지영이가 가족과 함께 소풍을 떠나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첫 장에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고

두번째 장에는 날씨가 좋으니 함께 소풍을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세번째 장에는 소풍을 재미있게 다녀온 후 가족들의 행복한 표정이 그대로 보여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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