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
베르너 지퍼 지음, 안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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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보기 전에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이 사람들 간에 느껴지는 '정' 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정이 많이 사라졌지만, 사람들 간의 정 때문에 더 살아가는 맛이 나는 것이 아닐까?

재래시장에 가면 덤을 듬뿍 주고, 이웃집 간에 음식을 나눠먹는 것뿐만 아니라 비록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남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것들이 바로 정 때문이고, 이런 것들이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이 아닐까?

인간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환경적 영향보다 사회적 공동체 내의 조건이 인간의 발달에 더 많이 기여한다.

이 책에서는 무리를 지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발달한 인간의 인지능력과 감성 능력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복제품을 자손 세대에 최대한 많이 퍼뜨리는 것이 유전자의 최종 목표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위 목표는 영양분을 확보하고,증식을 위한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인데, 진화는 자원이 한정된 세상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경쟁과 싸움이 일어난다.

임신은 배 속 아기를 보호하려는 엄마와 자식을 위한 아름다운 공존이라고 생각했는데, 진화생물학자들은 엄마와 자식이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헤이그의 이론에 따르면 임신 중에 나타나는 수많은 합병증은 태아와 산모의 경쟁 때문에 발생하고,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 같은 질환 역시도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 간의 경쟁과 줄다리기의 결과라고 한다. 전쟁은 생물학적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과정으로 전쟁이 치러질 수 있는 조건만 갖춰지면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럼 경쟁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일까?

미래를 위해서 더 좋은 것들이 많이 생기고 발전하긴 하지만, 경쟁으로 인해 세상이 자꾸만 삭막해져 가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인간의 경우 만 20세 정도가 되어야 뇌의 발달이 완성되는데, 이렇게 오랜시간에 걸쳐 발달하는 것은 공동체 내의 복잡한 관계 형성 방식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가 사회적이라는 사실은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며 대개 사회성 결함이 증상으로 나타나는 정신 질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럼 공동체 생활을 하는 동물들에게서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궁금하다. 공동체의 크기와 뇌피질의 관계는 정비례한다고 하는데 침팬지의 경우 공동체의 구성원이 늘어나면 구성원들 간 친분 관계가 멀어지면서 경쟁이 커지고, 공동체는 작은 다수의 무리로 깨지게 된다. 이 이론이 맞다면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인간의 사회가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과 그와 관련된 사회성 결함이 정신 질환을 나타난다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보다 인간답게 살던 시절에는 정신 질환이라는 병은 드물게 나타났지만, 지금은 정신 질환이 흔하게 나타나니 말이다.

 

우울증은 외로움의 한 질환이라고 생각하는데, 외로움은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며 면역 체계의 약화를 초래한다. 반면 사회적 교류가 활발해지면 암을 예방해주는 종양괴사인자 알파의 분비가 촉진된다. 친밀한 사람과의 접촉은 초콜릿을 먹거나 성관계를 갖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데, 심지어 알코올이나 니코틴과 같은 중독성 물질을 흡입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기도 한다.

위험하지 않은 전기 자극을 가한 실험에서 모르는 사람이라도 옆에서 손을 잡아주기만 해도 안정감을 갖게 해주었고, 친밀도가 높을수록 그 효과는 높게 나타났다. 흔히,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줄어든다'는 말이 있는데, 이 실험은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걸 입증해 준 실험이었다.

 

사회적 환경은 한 개인의 습관이나 기호뿐 아니라 행복감이나 안정감 같은 보이지 않는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가까이 사는 이웃도 심리와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의외로 직장 동료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감정이나 기분이 전염되는데 먼 곳에 사는 친구의 즐거운 기분이 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사실 나도 이 부분을 느껴보기는 했었다. 다른 사람이 기쁘면 괜히 기분 좋고, 다른 사람이 슬프면 나도 괜히 기분이 다운되기도 했었다.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이 사회속에서 공존하면서 이렇게 느끼는 작은 부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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