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 빈처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1
현진건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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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배웠던 유명한 도서들을 네버앤딩스토리를 통에서 만나 보니 기분이 새롭다.

그때 알았어도 벌써 잊어버렸던 것들...

시간의 흐름 앞에서 이렇게 잊혀져 갈 수 밖에 없나보다.

한손을 쫙 펴면 커버가 될만큼 아담한 사이즈의 얇은 도서이다.

앙증맞고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어서 딱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는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총 8편의 작품이 들어 있다.

빈처 / 술 권하는 사회 / 희생화 / 운수 좋은 날 / B사감과 러브레터 / 까막잡기 / 고향 / 할머니의 죽음

 

빈처와 술 권하는 사회는 가난하고 변변찮은 직업이 없는 남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빈처에서 처형에게 꽃신을 받아 그렇게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에게 꽃신을 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내도 좋은것을 보면 필시 갖고 싶을텐데 궁색한 살림살이네 티도 못내고, 장인 어른 생신 날 청목당혜를 신고 갔던 아내를 보고 처형이 꽃신을 하나 사다 준다. 그걸 받고서 어찌나 기뻐하던지 남편은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자신이 현재 무명작가라 살림살이가 가난하지만, 싫은 내색하지 않고, 처가에서 해온 물건들을 하나씩 팔아가며 살림을 해나가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아내에게 고마워한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보면 그 남자는 대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직업이 없다.

밤새도록 무언가 쓰기도 하고, 무언가 보기도 한다. 책에서 보여지는 그의 직업은 드러나지 않지만, 작가가 아닐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돈벌이가 없는 남편은 초조하고 아내한테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러다가 자신의 처지를 술로 달래며 사회를 탓하기도 한다.

 

희생화와 B사람과 러브레터를 보면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예나 지금이나 청춘남녀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가슴 설레이기도 하고, 봄날의 꽃같다.

사랑하던 두 남녀가 부모 몰래 약혼까지 했는데, 울산에 사는 남자 집에서 정략 결혼을 강요하자 남자는 그곳을 떠나게 된다.

결국 여자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는 슬픔이 어느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여학교에서 노처녀로 기숙사 사감으로 지내고 있는 여자는 기숙사에 오는 편지를 보고 사적인 것까지 시시콜콜 물어본다.

책에 묘사된 그녀의 인상에서 그녀가 어떨것인지를 전부 다 드러내 준다.

현진건의 작품 특징은 바로 세밀한 묘사인데,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전체적인 상황을 짐작케 할 수가 있다.

까다로운 사감이 한밤 중에 잠을 안자고 연인 사이를 혼자 연기를 하는 모습은 정말 아닌 밤중에 홍두깨이다.

 

운수 좋은 날과 할머니의 죽음은 둘다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

새침하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서 보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암시해 주고 있는데, 그날따라 아내는 일을 나가지 말라고 한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력거를 끌고 나간 그는 비가 내려서인지 그날 따라 운수가 좋아 많은 돈을 받게 된다.

하루에 30원을 번 그는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다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지만, 인력거를 끌면서 자신의 집 앞에 다다르면 걸음이 느려지고 이상한 기분이 든다. 별일 없을거라 생각하면서 기분좋게 술도 한잔하고 집에 들어갔건만 자신의 아내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조모가 위독하다는 급한 전보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간 그는 식구들끼리 돌아가면서 할머니를 지켜보게 된다.

며칠 동안 집에 머물면서 할머니의 증세가 좋아지자 다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혼자 일어나서 밥도 잘 드시던 분께서 자손들이 다 올라가고 난 후 갑자기 돌아가시게 된다. 할머니께서 갑자기 그렇게 되신 영문이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현진건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 시절 그때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예나 지금이나 살아가는 모습은 다들 비슷한 것 같다.

흐름상 대략 알수는 있었지만, 1920년대를 배경으로 쓰여져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기는 조금 난해한 부분들도 있다.

다행히 뒷 부분에 주석이 있는데, 주석이 없었으면 모르고 지나갈뻔한 부분들도 있었다.

치밀하게 그려낸 묘사의 아름다움과 그가 겪은 시대의 아픔이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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