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스페인 자동차 여행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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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간 자리, 여행에도 뉴노멀이 적용 중이다. 친구들과 배낭 하나 매고 버스와 기차를 이용해 이동하며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녹아들던 여행은 사라지고, 자동차를 이용해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외부 요인의 방해 없이 자신만의 스팟을 찾아가는 여행이 대중화되었다.

스페인 여행을 위해 자료를 찾던 중 알게 된 오늘의 책 <스페인 자동차 여행> 63개국 이상을 여행한 조대현 여행작가의 여행 노하우가 진하게 녹아있는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자동차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자유로움과 여행 비용 절감.

틀에 박힌 코스를 따라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구석구석 숨어있는 소도시들을 둘러볼 수 있으며, 무거운 짐에서 해방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니 비싼 중심가 호텔을 예약하지 않아도 되며, 교통비도 아낄 수 있고, 더불어 식비도 줄일 수 있다. 물론 혼자서 여행한다면 렌트 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고, 낯선 나라에서 운전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내 경험상 시작이 어려웠지 한번 해보니 별거 아니었다.

버스 시간 늦을까 봐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하고, 놓칠까 봐 삼십 분 전에 버스 정류장에 가서 서있던 경험 다들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커피 한 잔도 비싼 유럽에서 자동차는 틈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자동차 여행의 필요성을 설명한 다음에는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를 위해 스페인의 환경, 문화, 역사 등의 정보를 담았다. 다양한 스페인의 문화유산들을 감상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정리해 두어 별도로 공부하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물론 딥하게 알면 더욱 재미있는 여행이 되겠지만, 쉬러 가는데 공부가 웬 말이냐 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좋다.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 제일 먼저 하게 되는 고민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두 공항 중 어느 곳을 통해 스페인에 도착할 것인가이다. 나 역시 아직 결정 못 한 부분이고. 이 책에는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다양한 추천 코스들이 담겨있어 좋았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두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한 단기간 여행 코스부터 한 달에 이르는 스페인 집중 투어까지 총 11가지의 추천코스를 제공한다. 많은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스페인 남부 여행 코스는 물론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북부지방에 관한 코스도 정리되어 있으니 남들과는 다른 곳을 찾는 여행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와인에 대한 부분도 정리되어 있다. 스페인 와인의 역사와 평가 등급, 품종별 생산지 정보까지! 많은 여행자들이 와이너리 투어를 떠나고는 하는데 10대 와이너리를 모두 들러보려면 자동차 여행이 필수지!!!

마드리드, 사라고사, 발렌시아, 세고비아, 톨레도, 안달루시아, 그라나다, 세비야, 알메리아, 론다, 코르도바, 말라가, 마요르카, 빌바오, 레온,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총 16개의 도시에 대하여 자세하게 서술하는데 대중교통과 도보이동에 관한 정보도 2023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수록하여 자동차 여행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도움이 될 내용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각종 여행 팁! 우리로써는 알기 어려운 스페인 도로 사정부터, 신호체계, 렌트하는법, 유료주차장 사용하는 법, 주유에 관련한 내용 등 자동차 여행객들을 위한 정보와 안전한 여행을 위한 치안에 관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스페인에 비보호 좌회전이 많다는 것, 경찰인 척하는 사기꾼들이 많다는 것. 모르고 갔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사실 스페인에 가야겠다 막연하게 계획만 했지 IN&OUT 설 정도 못하고 있었다. 시기적절하게 읽은 오늘의 책 < 스페인 자동차 여행 > 덕분에 머릿속에 윤곽이 잡힌 느낌이다. 스페인 여행을 꿈꾸지만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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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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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년간 조선을 다스린 27명의 임금 중 폭군을 꼽으라면 연산군을 떠올릴 테고, 혼군을 꼽으라면 선조와 인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전란중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왕.

 

<인조 1636>은 저자 유근표가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각종 사료를 연구해 펼쳐낸 책으로 조선의 16대 왕 인조와 병자호란에 관한 내용을 자세하게 담아냈다.

 

병자호란을 이해하려면 당시 조선에 자리 잡았던 친명배금(親明排金)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문자 그대로 명을 가까이 하고 후금을 멀리한다는 이 외교정책은 작금의 정서로만 본다면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완벽하게 실패한 정책일 수 있으나, 당시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내는데 큰 힘이 되어준 명나라에게 재조지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광해군이 패륜과 명과 금 사이에서 중립을 지켰다는 이유로 폐위되고, 반정을 통해 즉위한 인조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인조에 대한 평이 박한 것은 그가 즉위 이후 보여준 한심한 행보들 때문일 것이다. 간신들의 이간질에 넘어가 공신들을 박대한 점, 전시마다 가장 먼저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점, 정권 유지를 위해 저물어가는 명나라를 맹신하고 후금(청나라)을 배척한 점, 자신의 아들인 소현세자를 질투한 점 등 참으로 다채롭게 실망스러운 행보만 보여준 왕이 바로 인조이다.

 

 

청태종을 향해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 삼전도의 굴욕을 통해 후손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인조에 관한 내용 외에도 전란 초기 인조 못지않은 어이없는 행보를 보인 황해도원수 김자점, 명장으로 칭송받는 임경업, 소현세자 독살설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인물들에 관한 저자의 시각이 아주 흥미로웠다.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내용보다 자세하게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어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 흥미롭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남한산성><활>등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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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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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경 활성제는 마치 폭탄처럼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바이러스처럼 넓게 퍼졌으며, 얇게 썬 빵처럼 순식간에 사라졌고, 얼마 안 가 한 잔의 커피처럼 자연스러워졌다.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20세기 제약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저자 노르만 올러

옮긴이 박종대

출판 열린책들

출간일 2022.12.25

 

세계 최초의 인터넷 소설 < 할당 기계>를 집필한 노르만 올러가 펼쳐낸 오늘의 책. 저자가 코블렌츠 연방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한 한 의사의 진료 일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돌프 히틀러의 주치의였던 테오도르 모렐이 써 내려간 그날의 기록을 통해 1920년 독일 전역을 뒤흔든 제약산업의 부흥과 2차 세계 대전 사이의 유기적 연결을 조명하고 독재자의 자멸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메이드 인 저머니

1920년대의 독일은 각성제가 필요한 사회였습니다. 패전 이후의 막대한 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고, 몇 안 되는 식민지까지 모두 상실했으며, 국민들은 불안과 우울을 호소했습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건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던 독일의 제약사들. 기업 간 합병을 불사하며 지쳐있던 독일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줄 코카인과 헤로인, 모르핀 등을 찍어냅니다. 이 순도 높은 마약은 독일 전역으로 그리고 제3국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용기 알약과 아돌프 히틀러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 약물을 통해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 환각 세계로 도피하는 사람들이 늘어갔습니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코카인이 함유된 코카콜라를 마셨고, 처방전 없이도 마약을 구매할 수 있었으며, 베를린 의사의 40%가 모르핀에 중독되었습니다. 이처럼 모두가 쾌락을 추구하던 그때 한 남자가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마약은 물론 담배도, 술도 즐기지 않는 이 금욕적인 남자는 반 유대, 반 마약을 외치며 독일인들에게 희망을 선사합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제스처와 강단 있는 연설로 독일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남자가 이루지 못한 게 무엇인가?>

이는 당시의 시대적 구호였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환자 A

완벽하게 독일인들을 속여낸 히틀러는 또다시 전쟁을 일으킵니다. 약물 퇴치를 주장하던 그는 주치의 모렐을 곁에 두고 끊임없이 약물의 힘을 빌리기 시작합니다. 또한 병사들에게 페르비틴(메스 암페타민)을 제공해가며 빠르게 유럽 전역을 휩쓸죠. 페르비틴의 강력한 각성효과로 인해 독일군은 지치지 않고 나아갑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정신도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독재자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아요. 순간의 각성효과에 기대어 오판을 일삼는 아돌프 히틀러. 결국 망가진 육체는 약물조차 통하지 않고 전세는 역전됩니다.

2차 세계대전과 마약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히틀러의 피폐해져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니 한편의 소설을 보는 듯 빠르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제약산업에서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 또한 죄책감 없이 마약을 생산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그렇게 세계인의 안녕을 위하는 척하더니.

히틀러가 주치의 머렐에 의해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했고 그 때문에 미치광이가 된 거라는 옹호의 뉘앙스를 내포한 콘텐츠들을 여럿 본 적 있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히틀러는 끝까지 제정신을 유지했으며, 자기 의지의 주인이었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온전히 깨어 있는 상태로 악행을 자행했다는 점을 강조한 게 매우 마음에 들었어요.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 기사를 접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약물 중독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마약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될 때마다 이 책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고 하죠. 마약의 시대는 돌아왔고, 아돌프 히틀러는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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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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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가장 한국적인 서사를 담은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걸까.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던 <파친코>의 뒤를 잇는 작품이라니, 상점 시리즈처럼 흥행공식을 충실히 따른 클리셰 가득한 이야기는 아닐까. 호기심 반, 걱정 반 만나게 된 오늘의 책 <작은 땅의 야수들>
인천에서 태어나 9살에 미국 포틀랜드로 이주, 프리스턴 대학교에서 미술사 학을 전공한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작가의 장편소설 데뷔작입니다. 집필 기간만 무려 6년이 걸린 이 작품은 톨스토이 스타일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출간 직후 아마존 '이달의 책'에 올랐고, 다수의 매거진에서 '2021년 최고의 책'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줄거리(약간의 스포 포함)
1918년. 10살짜리 시골 소녀 옥희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평양 시내의 한 기방 앞에 도착합니다. 옥희의 값어치는 고작 50원. 평범했던 소녀는 남자들에게 웃음을 파는 기생이 되기 위해 견습 생활을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행수 '은실' 그리고 그녀의 두 딸 '월향'과'연화'.
은실이 순정을 바친 남자의 소생인 월향은 엄마를 닮아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손님과의 사이에서 원치 않은 임신으로 태어난 연화는 두 모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옥희는 그런 연화와 마음을 주고받으며 둘도 없는 짝꿍이 됩니다.
춤과 노래, 그리고 글을 배우며 하루하루 아름다운 기생이 될 날을 기다리던 어느 날
소녀들의 앞에 나타난 끔찍한 일본인은 네 사람의 운명을 뒤흔들고,
세 소녀는 은실의 사촌동생 '단이'를 따라 경성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약한 국가와 민족이 더 강한 국가와 민족에 흡수되고 통합된다는 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라는 거야 p.147

소설의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일제강점기를 지나 6.25까지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옥희를 기생집에 억지로 팔려가는 비운의 여인으로 묘사하거나, 대단한 애국심을 가진 여인으로 그리지 않아요. 아름다운 자태의 은실에게 반해 기생이 되겠다 결심하는 철딱서니 없는 소녀이며, 자신의 친구에게 해악을 끼친 사람이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일본 남자에게 날을 세우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자신의 조국이 누구의 손에 떨어지던 관심도 없고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여인이에요. 저자의 말처럼 그저 100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사람 중 한 명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화가 났습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옥희를 괴롭히는 모든 일들의 근원이 일본이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소설 속 옥희는 당연히 행복할 수 없어요. 옥희가 매 순간 다른 선택을 했어도 그녀는 결국 불행했을 겁니다. 100년 전 조선의 여인들은 언제라도 일본인들에게 강제로 범해질 수 있는 위치였고,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옥희는 스스로 가난 때문에, 재수가 없어서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녀의 집이 왜 가난했는지, 재수 없는 그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 알려줄 수 없어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p.512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다 일본인들 때문이다! 일본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소설은 아닙니다.
옥희가 사랑했던 한철은 자신의 위신을 위해 연인과의 약속을 저버렸고, 옥희가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정호는 그녀의 사랑을 받을 수 없음에 분노하여 그녀를 버리고요.
반대로 말종 일본군 이토는 내내 옥희를 괴롭혔지만, 결국 그녀를 살아갈 힘이 되어줍니다. 그에겐 값싼 동정이었대도 말이죠.

죽어가는 사냥꾼을 살려준 일본인, 그를 호랑이에게서 구해낸 조선의 늙은 사냥꾼
그 일본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독립군,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쳤음에도 이념이 달랐다는 이유로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죽음에 이르는 독립운동가.
그 시절을 살아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냄에 있어 불필요한 치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흔한 말로 떡밥이라고 하죠. 프롤로그에서 등장한 작은 떡밥이 후반부에서 서서히 풀리고, 또 다른 복선으로 작용하는데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미국인들이 극찬을 한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았어요. 한국인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내용이지만 상관없는 제3자가 읽었다면 흥미진진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저자의 외조부께서 실제로 독립운동을 하셨고, 어머니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합니다. 미국에 사는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저자의 포지션 덕분인지 기존의 한국 문학 작품보다 한 발짝 물러서 관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과하지 않은 신파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적고,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할 말도 많고요. 스포가 될까 다 적어낼 수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같이 이 책을 시작한 친구는 아직 반도 못 읽어서, 이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듯해요.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긴 세월을 살아낸 여인 옥희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작은 땅의 야수들>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자의 다른 작품들처럼 TV 시리즈로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며 오늘의 독서기록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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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한국사 : 사건편 - 본격 우리 역사 스토리텔링쇼 벌거벗은 한국사
tvN〈벌거벗은 한국사〉제작팀 지음, 최태성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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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저녁 tvN STORY에서 방영하는 <벌거벗은 한국사>. 한국사를 공부해 본 사람은 모두 좋아하는 영원한 1타 강사 큰별쌤이 우리의 역사를 재미있게 소개해 주시는 역사 스토리텔링 쇼입니다. 방송에 소개되었던 수많은 이야기 중 엄선된 여덟 가지 사건을 담은 오늘의 책. 지난여름 출간된<벌거벗은 한국사 : 인물 편>에 이어, 이번에는 <벌거벗은 한국사 : 사건 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신정변, 여몽전쟁,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새로운 사건이 아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존의 딱딱한 역사교육방식을 벗어나, 역사는 '이야기'라는 본질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삼국사기를 엮어낸 고려 초기 최고의 문신 김부식에게는 김돈중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아버지의 권세를 믿은 김돈중이 오만방자하게도 장수 정중부의 수염에 불을 붙여 무신들의 가슴에 원한이 맺혔다.' 책의 첫 번째 주제 '무신정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려 인종 시절부터 지속되어오던 무반 차별로 인해 무신 정중부 등이 일으킨 정변이다'라고 교과서처럼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워요. 사건의 흐름이 보이니, 일부러 외우지 않아도 순서가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30여 년에 걸쳐 고려인들을 고통받게 한 여몽전쟁.
12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몽골인들을 물리친 김 경손 장군과, 한발의 화살로 몽고 장수 살리타를 명중시킨 승려 김윤후, 종교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려는 고려인들의 염원이 담긴 팔만대장경 등 다양한 고려인들의 이야기는 알고 있던 내용인데도 새삼스레 감동적이까지 합니다.
제3장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6장 경술국치, 7장 조선 어학회, 8장 광복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들을 끝없이 괴롭힌 일본의 이야기. 정말 치가 떨리게 싫습니다. 몇백 년이 지난 임진왜란에 대한 사과는 차치하고서라도, 불과 백여 년 전의 악행도 사과하지 않는 그 나라. 절대 잊지 않겠다고 오늘도 다짐합니다.
수백 년 전 이야기 속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봅니다. 끊임없이 무고한 사람들을 도륙하고 약탈한 나라들과 자신의 이익을 좇아 나라를 팔아먹고, 백성을 외면하는 인물들. 지금도 역사는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역사에 다소 관용하는 것은 관용이 아니요 무책임이니,
관용하는 자가 잘못하는 자보다 더 죄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우리 조상님들이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주신 소중한 나라. 오천 년간 이어진 역사를 바로 알고, 비극적인 역사가 이 땅에 다시 쓰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꼭 알아야 할 한국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벌거벗은 한국사 : 사건 편> 한국사 공부가 필요한 모든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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