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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의 죽음
리사 오도넬 지음, 김지현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벌들의 죽음
이 소설 속 흐름은 편도 3차로에서 3명의 자동차가 각자 자신의 길을 달리는 구도이다.
언니 마니, 동생 넬리 그리고 이웃집 아저씨 레니 물론 일방만은 아니다 이들은 서로의 차선을 가끔 들어갔다 나오기도 한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로 이어지는 5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야기로
이들 각자의 시선이 던져주는 이야기는 결코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주변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 한 불편한 기분을 전해준다. 그것이 첫 겨울이였다.
<winter>
유진도일(애칭 : 진)과 이사벨 앤 맥도널드(이지)의 두 딸 중 언니인 15세 마니 와 12세의 동생 넬리는 어느 추운 겨울 부모의 죽음을 맞는다.
늘 마약에 찌들어 지내던 아빠 ‘진‘은 침대위에서 죽음을 그리고 그 죽음에 여파로 목을 맨 엄마 ’이지‘ 그리고 이 두 사체의 처리에 골머리를 썩기 시작하는 마니....
이미 두 자녀 마니와 넬리는 깨닫고 만 것이다. 부모가 죽었다하면 자신들은 사회가 만들어낸 보호소라는 감옥 속에 격리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곳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엄마는 헛간 저장고에 아빠는 땅에 묻고 그 위에 라벤더 꽃을 심어 논다.
어머니의 죽음은 이미 드러나 있는데, 이 두 딸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지만 그것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죽음에 대해 체념과 자신들의 안위가 더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가 이미 그러한 존재였던 것이다. 사랑을 주기보다는 방치만을 선호한 부모였다.
한편, 이웃집 할아버지 레니는 창가에 서서 커튼을 방패삼아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며 궁금증에 서서히 자매의 공간에 침투해가며 반대로 자신의 생활에 이 두 자녀를 끌어들인다. 그것이 타인의 시선에는 레니의 과거와 더불어 불쾌해 보일지언정 레니는 진심으로 대한다.
그러면서 레니는 사라진 부모에 대한 의문과 남들과 다른 괴짜적인 성격을 지닌 넬리의 바이올릿, 마니의 방황에 이끌려 겨울을 보낸다.
마니는 학업성적이 뛰어나다 하지만 세상이 요구하는 착한 아이가 아니다. 그것에 대한 이해의 차이 속에 혼돈의 연속을 보내는 마니는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부적절한 묘사가 만들어내는 부정의 세계에 갇혀만 있는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아무것도 모른다고만 여기는 동생 넬리는 그 자신만의 중심이 만들어져 있기에 언니가 모를 생각과 생각을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이들 틈에 껴 있는 이웃집 레니는 이들의 중간다리 역할이자 자신의 세계관을 담담히 끌어안아 이 두 자매의 존재감을 포용하려 한다. 하지만 의심은 끊이지 않는다. 도대체 이들의 부모는 어디에 있는걸까...........?
세상의 간섭이 시작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두 자매간에 갈등이 생기고 만다.
그 갈등이란 자신들의 안위에 변화를 만들 두려움, 그것이 언니 마니를 폭발하게 하여 동생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이유로 두 자매는 점 점 레니의 세상에 기대면서 그 곳에서 평온을 찾으려는 도피처를 만들며 레니가 만들어 주는 따뜻한 음식과 환경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더 높아져만 간다.
이렇게 세사람이 바라보는 시각의 연속으로 이 외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로 이 소설의 흐름에 양념역할을 뿌려주며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spring>
봄이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는 이 세사람의 여행으로 시작한다. 바다가 펼쳐진 꿈에 그리던 별장과 함께
그리고 마니는 평상시 귀찮아 하던 커클랜더와의 관계 개선까지, 정말이지 봄을 노래하고 있는 파트다.
허나 그렇게 간다면 재미가 없겠지요...............
이들을 찾아온 외할아버지와의 관계 및 마니의 사랑 등 이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마니의 삐뚤어진 세상 속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고 있는 커클랜더와의 사랑이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summer>
이들의 이야기가 아련함으로 다가옴을 내 스스로 부정할 수 없다.
이들의 고통 뒤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고 변화 속에서 갈망하며 점점 성숙해져가는 모습들
여름 파트 부분은 왠지 계속 슬펐다.......
그러한 감정표현이 서툴 듯 표현하는 심리가 솔직하고 냉정했다. 그러한 점들이 좋았다.
<autumn>
가장 큰 파도가 휩쓸고 지나갔다.
자매는 파도에 휩쓸려 자신들이 원치 않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희생이 만들어 낸 기회가 어디로 향할지 갈림길에 놓인 듯 이야기의 흐름은 빠르게 진행되어간다.
이후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져간다. 미치도록..... 이야기는 클리이막스로 향하기 위해 속도을 점 점 높여간다. 이들이 만들어낸 도로 속 주행은 이들의 삶의 종착역을 보고 달리는 것인지는 묘한 기대감을 전달해준다.
<winter>
마니, 넬리 그리고 레니 이들의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최종장에서 이들의 우정이 빚어낸 결과 그리고 자매의 자유가 어떻게 완성되어갈지 그 결말을 차분히 기다리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절로 날것이다.
※ 처음에는 이들의 존재와 이들의 시각이 정상이 아닌 걸로 비추어졌으나 겨울에서 계절이 바뀌어 가며 다시 만난 겨울이 되었을 때 진실로 정상이 정상이 아닌 것처럼,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느껴진 여러 가지의 눈이 한 상자 속 인물들을 관찰하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벌들의 죽음>은 성장소설의 틀 속에 갖추어진 자유를 향한 울부짖음이다.
넬 리가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그 순간만이 이들의 자유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만 같다.
장르소설에 많이 익숙해져 이러한 내용은 지루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그건 착각이였다.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슬프고 통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