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가 그것도 무려 두 명이나 추천한 소설집이라면 이건 뭐 더 두고 볼 것도 없지 않나. 역시 첫 번째 ˝봄 밤˝부터 마지막의 ˝층˝까지 다 좋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집의 작품들은 모두 술과 술을 마시는, 마셔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짠한 사람들. 서글픈 이야기. 작품들은 대체로 서늘하지만 문체는 담담하다. 그래서 더 아프다. 그런데 아프기만 하다면 이 소설들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무언가가 있다. 나로선 그걸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있다. 그 무언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밀고 나갈 수 있게 해 준다. 그것이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역시나 한참만에 쓰는 리뷰다. 읽고나서 바로 그 따끈한 감상을 적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김금희의 소설은, 그중에서도 표제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다. 처음에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에서 읽었을 때 뭔지 모를 큰 위안이 되었다. 정확히 어떤 점이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어쩐지 내 마음을 토닥여주는 것 같은 그런 마음이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 작가다. 게다가 책 표지가 이렇게 이쁜 건 처음 봤다.
이번 추석 연휴에 읽었으니까 조금 늦은 리뷰다. 모처럼 몸과 마음이 여유롭고 이 정도면 살만하군, 이라는 생각이 드는 황금 연휴에 읽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었다. 물론 소설 자체는 훌륭했지만. 장강명 작가가 본인이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독하다고 했다는데. 나에겐... 이건 너무 지독했다. 이것이 현실의 한 단면일거라는 걸 도무지 부정할 수 없어서 더 독했다. 이틀인가 사흘인가 동안 읽었는데 읽는 내내 (솔직히) 기분이 너무 더러워서(작가님 죄송!) 빨리 읽어버려야겠다는 마음이었고, 다 읽고 나서는 방 안에 그냥 있다간 안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밖에 나가 오랫동안 걸었다.제주 4.3 평화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왜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을 택했을지 알 듯도 하다. 평화라는 것.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아직 이런 작품이 필요하구나, 싶다. `평화`라는 단어는 진부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지만 그 평화가 아직 요원한 상태인거다. 2016년의 우리는. 어쩌다보니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소설을 다 읽은 후 느껴진 그 씁쓸함에는 이것도 포함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