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가 그것도 무려 두 명이나 추천한 소설집이라면 이건 뭐 더 두고 볼 것도 없지 않나. 역시 첫 번째 ˝봄 밤˝부터 마지막의 ˝층˝까지 다 좋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집의 작품들은 모두 술과 술을 마시는, 마셔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짠한 사람들. 서글픈 이야기. 작품들은 대체로 서늘하지만 문체는 담담하다. 그래서 더 아프다. 그런데 아프기만 하다면 이 소설들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무언가가 있다. 나로선 그걸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있다. 그 무언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밀고 나갈 수 있게 해 준다. 그것이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