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경험하는 것인데, 책이 나에게로 올 때가 있다. 그때의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책.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책. 외롭고 쓸쓸한 날들에 온기가 되어 주는 책. “해가 지는 곳으로”도 그렇게 나에게 왔다. 내가 소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읽는 내내 가슴이 뻐근하도록 아프기도 했고, 따뜻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겠다는 것. 나중을 생각하며, 또는 내가 겪을지도 모를 상처에 지레 겁먹어 지금 소중한 것을 놓쳐버리지는 않겠다는 것. 소중한 것은 소중하게. 지금 이 순간.
대학 1학년 때 처음 내가 알게 된 김영하 작가는 떠오르는 신인 소설가였는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같은 파격적인(?) 작품을 쓰는... 톡톡 튀는 신세대 작가였는데 이젠 뭐 너무 유명한 중견 작가가 되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계속해서 소설을 쓰고 있다. 다행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으로서 늘 하루키는 장편이지.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은 에세이, 단편은 딱히... 라고 건방지게 생각했던 것이 부끄럽도록 가슴을 울리는 단편들이었다. 물론 책에 실린 모든 단편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예스터데이‘와 ‘기노‘는 책장을 앞으로 넘겨 다시 읽기를 여러 번 되풀이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