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에 읽었으니까 조금 늦은 리뷰다. 모처럼 몸과 마음이 여유롭고 이 정도면 살만하군, 이라는 생각이 드는 황금 연휴에 읽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었다. 물론 소설 자체는 훌륭했지만. 장강명 작가가 본인이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독하다고 했다는데. 나에겐... 이건 너무 지독했다. 이것이 현실의 한 단면일거라는 걸 도무지 부정할 수 없어서 더 독했다. 이틀인가 사흘인가 동안 읽었는데 읽는 내내 (솔직히) 기분이 너무 더러워서(작가님 죄송!) 빨리 읽어버려야겠다는 마음이었고, 다 읽고 나서는 방 안에 그냥 있다간 안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밖에 나가 오랫동안 걸었다.제주 4.3 평화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왜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을 택했을지 알 듯도 하다. 평화라는 것.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아직 이런 작품이 필요하구나, 싶다. `평화`라는 단어는 진부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지만 그 평화가 아직 요원한 상태인거다. 2016년의 우리는. 어쩌다보니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소설을 다 읽은 후 느껴진 그 씁쓸함에는 이것도 포함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