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조전 1 - 농단의 시대, 흔들리는 낙양성
왕샤오레이 지음, 하진이.홍민경 옮김 / 다연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의 한 가운데를 의미하는 '중국'의 최근 경제보복 조치에 두 가지 이면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일사분란하게 통제되는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의아함과 둘째는 중국의 역사를 통한 당위적 이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내우외환의 상황에 놓여진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따지고보면 당연히 이미 인식되었어야 할 '우리 역사'에 대한 정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클 것입니다. 중국을 이해하는데 있어, 삼국시대를 빼놓고는 이해가 불가능한 이유일 것 입니다. 




 


 

 

 

 

 

       요즘처럼 각종 역사서적을 펼쳐본 적도 없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그동안 제대로 몰랐다는 지식의 한계점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독서력을 고양하는데엔 최적의 시기입니다. '집단지성'이라 일컫는 거대한 흐름도 개개인의 역사인식에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삼국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 꼭 읽어야 할 책으로 분류되던 삼국지는 지극히 정통적인 입장이었습니다. 후한시대를 위촉오로 양분하며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던 이 시대의 대중심 인물을 지극히 유비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죠. 비약적으로 조조는 농단세력의 주축으로 전체적으로는 부수적인 배경설정으로 안주하고 있습니다. 과연 유비는 어진 사람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삼국시대 당시 인구는 후한시대의 1/10이 안될 정도로, 급감한 상태였다고 많은 역사자료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저마다의 대의명분을 가지고, 전쟁에 나섰을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현대 정치상황과 유사합니다. 간신이 존재했고, 배신과 술책이 이어지는 양상입니다.  물론 관우,장비 같은 끈끈한 도원결의의 의리 또한 존재합니다. 따지고 보면 당시 시대 그랬어야 했습니다. 중국대륙 최초의 통일제국을 이룬 진시황의 후예들이 정통성을 계승할 명분이 사라질 위기였으니까요. 병든 왕이 21년동안 왕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왕권이 외척세력에 휘둘릴 수 밖에 없고, 간사한 세력들이 득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민초들의 삶이 피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황제로 군림하던 시대이니, 황위 계승을 놓고 살벌한 권력투쟁이 기정사실된 시점... 자신이 군림하려면 권력경쟁자를 제거해야만 하는 시대가 개막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변방에선 영토전쟁이 한창입니다. 전쟁의 결과에 따라 자신의 권력위치가 좌우되는 셈입니다. 자연스럽게 전쟁을 벌여만, 논공행상의 순서로 권력을 서로 나누기 좋은 시대적 상황인 것입니다. 

     





 




 

 

 

 

 

       중국은 자문화 우월주의를 내세웁니다. 세계의 문명은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 중국 vs 중국이 아닌 나라로 구분될 뿐입니다.  이 뿌리깊은 사상의 중심은 漢민족에 대한 자부심에서 시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 중국이다보니, 중국을 통일한 왕조 漢족을 통해서만 통치시스템이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폐족 직전의 위기에 놓이고, 많은 백성들이 유민으로 내몰린 삼국시대 유비는 당연히 천하를 평정한 영웅호걸로 부각되어야 했던 것이겠죠. 그래서 15권의 시리즈로 이어진 『삼국지 조조전』은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시각에서 생생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조조가 왜 낙양성을 함락하며, 군웅할거 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학문수양엔 전혀 관심없었던 조조가 낙향해서 어린시절 학문에 입문하게 된 과정, 유년시절 성숙해지는 과정을 물흐르듯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삼국지의 역사는 적벽대전 이전, 이후로 나눌 수 있는데, 조조에 대패해 세력이 위축된 유비가 삼고초려를 통해 '적벽대전'을 기점으로 조조를 물리치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제갈량 사후엔 전쟁이 빈번하지 않았고, 끝내 짧은 삼국시대는 저물고, 漢족의 나라는 이어집니다. 철저하게 왜 그동안의 삼국지는 조조를 나쁜 족속으로만 치부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떠오를 수 없다는  자존심은 환관세력이 거대한 영토의 나라를 세우는것을 용인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정말 치졸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도량없는 존재로 부각시켜야 했던 것이죠. 그래서 가장 비좁고 척박한 영토에서 백성들의 신임을 얻어가며, 난세를 평정할 영웅만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삼국지조조전』을 탐독하고 나면, 역사의 맥락이 꼭 현재의 우리 현실과 맞닿은 느낌을 강렬하게 받습니다. 역사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대신, 이념의 산물로 생성된 맹목적인 정치관을 역사로 혼동하던 시대에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물간 긴밀한 대사에 집중한 소설 특유의 특성상, 신랄한 비판의식은 사라진 체로 서술하고 있는 작가의 장점을 보여줍니다. 조조의, 조조에 의한, 조조를 위한 고증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조에 관한 전문가 왕샤오레이의 통찰력있는 서술에 이것을 생생하게 번역한 하진이/ 홍민경 번역가의 활약이 더해져 있습니다. 







 

  



 

 

 

 

 

       단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전체적인 맥락을 일목요연하게 시대사적으로 살펴볼 도식화된 표가 없다는 점 입니다. 대략 조조 나이가 몇세였을때, 중국 대륙은 정치경제적으로 어떤 소용돌이의 상황이었는지 단락을 펼쳐보기전에 소개했더라면 하는 점 입니다. 대사와 배경 부분의 단락을 띄웠더라면 기존의 가독성을 배가했을 것 입니다. 이런 아쉬움을 토로할 수 있는 자체가 『삼국지 조조전』이 얼마나 치밀한 구성으로 완성된 작품인지를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읽히지 않는 책은 첫 장을 펼쳐드는 순간 한숨 나오게 마련입니다. 앞으로 어떤 내용이 전개될 지를 암시하는 배경서사가 이뤄져 있어, 매 페이지가 기대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1권을 마무리한 시점, 나머지 14권을 완독하는 그 순간까지 초심의 독서평이 한결같이 이어지길 기대하게 합니다. 책을 읽어나가는데엔 배경지식의 유무는 중요치 않습니다. 기존에 어느정도 아는 사람에겐 심화하며 재고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시해 줄 것입니다. 반면 처음으로 삼국지를 접하는 사람에겐 처음부터 제대로 된 흥미로운 역사고양을 하게 해 줄 것입니다. 심층적으로 전개하는 '역사'의 특성상 따분해지기 쉬운 구성을 전혀 꺼리낌없이 자연스런 인물 전개로 이어가는 서술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역사가 왜 살아가는데 중요한 지침이 되는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하는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대韓민국을 이야기할 때 우리에게도 있는 '韓' 의 뿌리깊은 역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본 서평은 다연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인 서평내용을 서술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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