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시화 에고 2 - 일상과 우주를 넘나드는 천 편의 시와 그림책 천일시화 에고 2
정다혜 그림, 현우철 글 / 우철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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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일상활동중 감성을 고양시키는 활동을 좋아한다.  아재 세대의 표현으로 정서함양 그런 것이다.  그중에서도 '시'는 내게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번잡한 심상의 상태를 가장 솔직하게 풀어낼 여과장치라고 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경험하곤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원래의 것들에 하나둘씩 섞이고 융화되다보면 본래의 색은 탁해질 수 밖에 없다. 시는 정신적으로 순해지기 위한 제약없는 자유로운 심상의 반영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혼란할 때일수록 시인들의 활동은 움츠렸던 비상의 날개를 활짝 펼친체로 이어졌다.  '생존'을 떠나 비로소 하나의 독립된 정신적 객체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니, '자존'의 의미라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삭막해진 사회풍토속에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한 '자존감'의 실체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시는 누구나 적어갈 수 있다. 어떤 내용을 써야 할 지 정해주지 않는다. 양식의 제약도 없다. 시 자체가 그 순간 '나' 스스로가 보고 느낀 심상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짧막한 문장들이 의미없이 나열되어도,  일관성이 없어도 그 자체가 시의 본질이다.  시에 형식을 요구하는건 이 자체를 상류층의 풍류쯤으로 여기던 중세봉건시대쯤의 일이다. 하지만 물흐르듯 막힘없이 흐르는 이 시엔 분명한 지향점이 있다. 생각할 여운을 반드시 던진다는 것이다. 문득 누군가가 건넨 의미심장한 말들이 뇌리를 스치며, 오랫동안 고민하게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궁금증이 되기도 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답답함 같은 것이다. 답을 정의내려야 속시원해질 것같다. 생각날 듯 하면서 마지막 순간에도 걸려있는 실마리를 향해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는 복잡하게 얽혀있지도 않다.  겉으로 드러내지도 않고, 조용히 속삭이고 있을뿐이다. 물론 정면으로 매섭게 몰아치는 강렬한 시도 있다. 그 자체를 은유하지 못할 정도의 혼탁한 상황에서 냉철한 문체만이 필요할 뿐이다. 순간적으로 감정은 변화하는거라, 같은 사람이 써내려간 시에도 감성의 기폭은 다르다. 그러함에도 시를 읽는건 세상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관찰하며 정제한  영혼의 노력흔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 짧은 문장들의 나열에도 함축성이 있으며, 포괄성을 반영하고 있다. 세상의 여러 삼라만상을 모조리 담는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중에서 이 시대를 헤쳐나가는 정신적 컨셉트 (Concept)를 가슴깊이 새기고, 행동할 뿐이다.  







 


 




 

 

 

 

 

      짧은 시의 구절에서 전율을 느낄 수 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건 그런 까닭이다.  마음속 깊이 아련하게 숨어있던 "따뜻한 감성"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 아무리 논리정연한 기승전결의 내용보다 '시'한편이 주는 읊조림의 효용은 크다. 사실상 책한권을 펼쳐 볼 여유갖기 힘든 바쁜 세태에 짧은 시는 배려넘치는 편지이기도 하다.  내게도 그랬다.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걸 즐겼지만, 시는 예상치 않은 순간에 우연히 "영감"으로 써내려가게 된다. 심상의 흐름이 그칠 줄 모르고, 감성의 흐름처럼 이어질때의 만족스러움은 이루말할 수 없다. 












 

 

 

 

 

    시 한편을 제대로 쓰기도 힘든데, 매일 시인을 꿈꾸며, 1000편의 시를 책으로 엮은 저자... 거기에 시를 읽으며 느낀 감회를 그림을 더했다. <천일시화 에고>는 시와 그림의 만남을 이룬 감미로운 책이다. 매일같이 시를 써내려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저자는 그 위대한 습작의 습관을 이뤄냈다. 비단 그뿐만 아니다. 오로지 이 책을 위한 자신의 출판사를 열었다 싶을 정도로 출판사도 저자의 이름을 따고 있다. 흔한 도서출판 그런 말들은 붙어 있지 않다. 1000편의 시가 담긴 책을 여는데엔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한다.  얼마나 시를 향한 열정과 성찰의 깊이가 담겨있을 지 읽어보지 않아도 특별함을 예상할 수 있었다. 







 












 


 

 

 

 

 

       어느 책장의 단편을 억지로 주입하듯 떠올릴 필요없다. 시는 있는 그대로 가슴속을 흡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01편에서부터 이어진 100개의 시를 살펴보는데엔  30분이면 족했다. 주마등같이 흘러가는 흐름에 가속도가 붙어 술술 넘어간다. 여유가 있다면 자아를 뜻하는 에고의 캐릭터가 그려가는 개성있는 삽화를 감상하면 족하다. 시가 좋아 시를 쓰듯, 그림이 좋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에고작가 둘의 만남은 운명적인듯 하다. 













 

 

 

 

 

    총 10편으로 이뤄진 천일시화 에고 전집중 2편은 아직은 덜 영근체로 시를 향해가는 번민스런 일상이 들여다보인다. 남들처럼 결혼, 연애를 염원하는 30대 시인을 꿈꾸는 회사원의 일상... 흥미로운것은 무미건조한 일상의 심상까지로 독특한 표기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마른 사막 위에서 스스로 선인장을 키워내 고갈된 수분을 충족시키는 것처럼 스스로 꿈을 향해 천천히 나가는 모습이다. 











 

 

 

 

 

    평범한 일상속에 발견할 수 있는 행복한 휴식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다음편에 다뤄질 내용들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내겐 그러는것조차 여유롭지 않다. 그것이 유일하게 책에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한참 맛있게 먹고나면 또 먹고싶어지는 음식들처럼 시는 감성의 메마름에 촉촉한 단비를 제공한다. 태어날 때부터 불완전한 존재였기에 불확실성을 끌어안을 수 밖에 없는 '사람'에게 시는 심신의 자생분이 된다. '그래. 우린 원래부터 그래서... 앞으로도 너와 나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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