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이야기
임정희 지음 / 더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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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픽션은 동양북스의 문학 브랜드이다. 임정희 작가의 사냥꾼 이야기는 인간 내면의 탐욕을 쫓아내는 혼을 도깨비에 빗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전에 이미 출간한 책을 다시 펴낸 책. 시간이 걸려도 사각거리는 종이와 잉크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종이책이 유독 좋다. 이 좋은 책을 잘 꽂아둘 서가를 갖추지 못한 것이 씁쓸한 단면일 뿐이다.


사냥꾼 이야기의 책 제목을 접했을 때는 무엇을 쫓아가는 것일까? 궁금했다. 있는 그대로 수렵을 하는 사냥꾼은 아닐 것이다. 어떤 현실적 배경을 하고 있을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난 황폐한 골목길 헌책방과 노포의 술집 그리고 도깨비를 쫓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김 씨. 연혁을 알기도 힘든 골동품을 들고 다니며, 그것에 오래된 혼이 담겨 있다 신성시한다.


그 들의 나이, 성격, 취향은 제각각이다. 우연은 필연이 되고, 세월이 지나 그들은 서로 마주하며 궂은 날씨면 술 따라놓고 안줏거리 나누는 골목 이웃이었다. 묘하게도 그들은 누가, 언제부터 쓰다 버렸을지 모를 물건에 대한 관심이 많다. 20 년 넘게 헌책방을 오가는 단골손님 김 씨가 쏟아내는 기괴한 이야기... 그들은 서로의 영역을 간섭하지 않고, 서로에 대해 실제로 잘 알지 못한다.


8개의 단락으로 된 소설의 전개는 아주 매끄러웠다. 무당이 전해주는 단서가 김 씨가 살아가는 밑천의 원동력이 되고, 유래를 알기 힘든 물건들에 담긴 원혼이, 극단적인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구하는 기폭제가 된다. 현생의 사람을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관심의 존재로 현생의 탐욕을 각성하게 한다.


물 건엔 그 사람의 혼이 담겨 있어, 함부로 누가 버린 물건을 주워 오는 것이 아니라 했다.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어른들에게 흔하게 들었던 바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그 말이 무색했다. 당장에 쓸 것도 아닌데, 뭣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제품이 낡고 닳아 쓸 수 없어서 버리는 경우 보다, 공간을 떠나며 그 공간과 함께 했던 물건은 한꺼번에 버려진다. 그러다 보니 공간을 비우는 순간에 구석에서 발견되는 비닐 뜯지도 않은 것들이 참 많다.


물 질 범람시대의 인간의 탐욕에 대한 메시지를 도깨비 신화에 표현한 것이 독창적이었다. 점점 개발의 미명에 사람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헌책방, 노포 술집이 대표적이다. 허름한 풍경을 거닐 때면 문득 공기의 흐름 따라 추억이 환기될 때가 참 많다. 언젠가 와본 듯한 공기 냄새, 누구와 함께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책을 사 읽을 형편이 안돼, 헌책방을 전전하며 내가 찾던 참고서를 기어코 찾아내, 아주 파격적인 값 치르고 손에 쥐었을 때의 쾌감. 꿉꿉한 비 냄새와 섞인 고소한 기름내 막걸리 한 대접,,, 비가 쏟아지면, 사람은 세로토닌이 부족해지고, 그래서 고슬고슬하게 부쳐낸 튀김 전을 찾게 된다 한다.


지 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미 존재했던 것들이 사라져도, 그것을 영원히 잊기란 힘든 일이다. 가끔 떠올릴 수 있음에, 현재를 헤쳐나갈 수도 있고, 버텨갈 수도 있다. 왜 도깨비와 싸운다고 했을까? 도깨비는 사람 주변을 맴돌며, 원혼을 끊임없이 쫓아내는 게 아닐까? 우리가 매해 조상을 향한 제사를 지내는 의미는 이와 같을 것이다. 조상의 좋은 혼을 본받아, 조상이 쫓아내지 못한 원혼의 악습 구태를 퇴출하는 정신적 실천... 그것이 대체적인 조상의 뜻이 아닐까? 이런 면에서 보면, 코로나가 많은 해결사 노릇을 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단순한 편의로 접근할수록, 정신은 삭막해질 수밖에...


이 책 서평은 더 픽스 협찬, 문화충전 기획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작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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