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짙게 바르고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 한국어 강사로 거듭나는 30가지 꿀팁!
강정미 지음 / 성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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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문화충전 200을 통해, 출판사 협찬받아 작성한 내용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과학적인 원리로 창제된 한글의 나라 대한민국... 한글로 된 많은 글들을 읽고 쓰며 말한다. 하지만,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항상 갖는다. 과연 외국인들이 내게 한국어에 관해 물어볼 때 그들보다 유창하게 가르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1년에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는 씁쓸한 상황에선, 한국어를 새롭게 익혀가는 외국인들이 훨씬 나을 수 있다.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큰 경쟁력의 요소는 '언어'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립스틱, 한국어, 그리고 삶을 가르치는 시간

강정미 저자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한국어를 가르칩니다』는 단순한 한국어 교재나 교육 에세이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어 선생님이자 이방인을 품는 사람으로서, 또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저자의 진심 어린 ‘말하기’ 기록이다. 다문화 사회의 현장에서, ‘언어를 가르치는 것’과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를 이 책은 섬세하게 들려준다.


 다문화 현장에서 피어나는 언어와 관계의 미학

저자는 결혼이주여성과 난민,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그러나 단지 문법이나 발음을 교정하는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한국어’는 생존 수단이며, 동시에 자존감을 회복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은 이제 목소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말이 터지는 순간, 이방인에게도 비로소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책은 교육 현장의 감동적인 순간들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아이를 업고 수업을 듣는 엄마, 낯선 한국의 규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노동자, 그러나 “선생님, 저도 말할 수 있어요”라고 소리치는 이들의 입술을 통해, 독자는 한국어 교육이 단순한 전달을 넘어선 인권의 영역임을 실감하게 된다.




립스틱은 나의 갑옷

제목은 단순히 문장을 예쁘게 치장하는 문구가 아니다. ‘립스틱’은 여성으로서의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그날의 전장을 준비하는 상징이다. 이방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사회의 무관심, 제도적 한계,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매일같이 싸우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오늘도 교실에 선다”고. 그 결의는 화장이 아니라 선언에 가깝다.

저자의 문장은 솔직하다. 위로하지 않으려 애쓰지 않고, 애써 예쁘게 포장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생생하고, 때로는 가슴 아프게, 때로는 웃기도록 담담하게 현실을 그려낸다. 여성으로서, 교육자로서, 한국 사회의 경계인을 마주하는 존재로서 그는 이 책을 통해 "가르치는 삶"의 생동하는 리얼리티를 펼쳐 보인다.






한국어 교육자, 혹은 시대의 언어치유자

한국어 선생님이라 하면 다소 낡은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한국어 교육자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유연해야 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교과서의 틀’보다 ‘삶의 현장’을 우선시하고, 정답보다 ‘말하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저자의 철학이 빛난다.

이 책은 한국어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이주민 문제, 다문화 사회, 여성의 노동과 자기실현, 언어와 정체성의 문제에 고민하는 모든 독자에게 의미 있는 울림을 준다. 감동의 눈물을 유도하는 류의 감정적 글쓰기가 아니라, 공감이 바닥에 깔린 차분한 호흡으로 사람과 언어의 본질을 건드린다.





 경계를 넘는 언어, 삶을 건네는 수업

『립스틱 짙게 바르고 한국어를 가르칩니다』는 다문화 사회의 교육이 단순히 말하기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목소리를 듣고 존중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깊게 일깨운다. 그것은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말 뒤에 숨어 있는 “나는 당신을 이해하려 노력할게요”라는 무언의 다짐이기도 하다.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누군가에게 말을 가르치고 싶어지는 마음을 얻게 된다. 아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욕망을 품게 된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건넨 가장 큰 문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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