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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 - 이 시대 전방위 창작자들의 '최애' 만화 고백담
곽재식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평점 :

본 서평은 문화충전 200을 통해, 출판사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내용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은 단적으로 K-컬쳐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원천은 현실의 한계를 자유로운 상상의 기제로 표현하는 만화 등에서 비롯된다. 문화는 무형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이며, 사회 전반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사실 어릴 때만 해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최소한의 생활 여유가 동반될 때만이 가능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도서관의 경우에도 만화책을 비치한 도서관이 있을 리 없었다.


만화, 다시 보는 창으로 열리다
『크리에이터의 인생만화』는 만화책을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이들에게도 다정한 손짓을 건네는 책이다. 성인이 되어 자연스레 멀어진 만화라는 매체를, 다시 한 번 조명하게 하는 특별한 계기를 선사한다. 다양한 창작자들이 ‘인생만화’를 고백하듯 이야기하는 이 책은, 단순한 추천 목록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궤적과 창작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경험이 된다.
민트빛 표지 속 다채로운 이야기의 스펙트럼
책의 첫인상은 민트색 표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드럽고 감각적인 색채는 마치 '만화'라는 키워드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듯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딱딱하지 않고, 오히려 감각적으로.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감을 준다.


만화라는 감각의 기록, 그들이 선택한 이유
각 크리에이터가 소개하는 ‘인생만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자전적 에세이처럼 읽힌다.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순정만화에서부터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들은 작품 속 인물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거나, 어려웠던 시기에 힘이 되었던 장면을 이야기하며 만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소함에서 흥미로움으로, 나도 몰랐던 관심의 발견
성인이 된 이후 만화책을 거의 읽지 않았던 나에게도, 이 책은 마치 잘 짜인 전시회처럼 느껴졌다. 모르는 작품이 더 많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제목조차 낯선 만화들이 ‘누군가의 인생작’이란 이유만으로 무게감을 얻으며, 그 이유를 따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작품들에 마음이 끌린다.


만화의 장르를 넘어선 심리적 공감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소개되는 만화들이 크리에이터들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작가, 영상 창작자 등 각자의 창작영역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자신에게 영감을 준 작품으로 만화를 꼽는다는 점은 이 매체의 힘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누군가에겐 추억, 누군가에겐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
만화는 ‘어린 시절의 산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 책은 만화가 추억을 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한 감정과 통찰을 건넬 수 있는 매체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여전히 중요한 ‘현장’이라는 것을 창작자들의 경험을 통해 담담히 말해준다.

이야기의 무게는 표현의 방식과 상관없다
짧은 대사, 간결한 그림, 때로는 과장된 표현으로 구성된 만화는 결코 가벼운 매체가 아니다. 오히려 짧기에 더 강하게,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되어 있기에 더 깊게 독자의 내면을 건드린다. 이 책은 그러한 만화의 ‘방식’이 가진 미학을 알게 해준다.
나만의 인생만화 찾기, 이 책을 시작으로
책장을 덮은 뒤, 나는 자연스럽게 나만의 인생만화는 무엇일까 떠올려 보게 되었다. 어쩌면 아직 만나지 못한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인생만화를 찾는 여행의 출발점이 되어준다. 크리에이터들의 시선을 빌려, 나만의 감정과 기억을 투영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 과정이 시작된다.


창작자라는 렌즈로 본 만화의 미학
단순한 감상문이 아니라, 창작자다운 해석과 분석이 담긴 추천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들은 왜 이 작품을 인생작으로 선택했는지, 어떤 장면이 창작의 전환점이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독자로서 만화를 새롭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누군가의 작품이,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
이 책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는 결국 이것이다. 어떤 작품이든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 만화도, 창작도, 그리고 이런 추천 또한 그 고리를 만든다. 『크리에이터의 인생만화』는 바로 그런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크리에이터의 인생만화』는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물론, 한때 만화를 좋아했지만 멀어진 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각기 다른 창작자들이 말하는 만화는 그 자체로 다양한 감정과 기억을 불러오며, 동시에 만화라는 장르에 다시 눈을 돌리게 만든다. 나만의 인생만화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