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 타고난 성향인가, 학습된 이념인가
존 R. 히빙.케빈 B. 스미스.존 R. 알포드 지음, 김광수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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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치만큼 생활 전반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없다. 그런데 유독 우리는 지극히 정치 주제라 할 수 없음에도 금기시 하는데 익숙하다.  여타의 사회현상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정치적 현상이라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어릴때부터 사회적 현상에 관심을 가질수록, 문제해결 의식이 강하고, 정치적 실현 욕구가 강하다. 다수결로 귀결되는 정치는 신속 정확하게 이뤄질수록, 보다 많은 사람들의 공익 실현에 기여한다. 우리는 지난 12.3 내란 사태를 겪으며, 한 순간의 투표가 가져오는 치명적인 결과를 실감했다. 오랫동안 형식적으로만 민주적 형태가 유지되어 왔음을 깨달았다. 상식적으로 전혀 말이 안되는 일들이 작년 그 날의 끔찍한 사태 이후에도, 벌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 어렸을 때 직접 목격한 민주주의의 저항을 보며, 줄곧 그 정치성향을 매 선거때마다 본능적으로 선택한다. 







인간은 왜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갖게 되는가. 교육과 환경, 경험의 차이일까? 아니면 유전과 기질이 영향을 미칠까?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이 단순하면서도 근원적인 물음을 과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 책은 정치학, 생물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정치 성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저자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심리학자와 생물정치학자들이다. 그들은 기존 정치이론이 간과해온 인간 본성의 요소를 연구의 중심에 놓는다. 즉, 우리는 정치적 선택을 ‘합리적 판단’으로 내린다고 믿지만, 실상은 감정과 생리적 반응이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책의 시작은 한 가지 불편한 진실로 독자를 이끈다. “정치적 논쟁은 이성의 싸움이 아니라, 생물학적 반응의 충돌일 수 있다.” 특정 정치 이슈에 대해 느끼는 혐오감, 공포심, 안정욕구 등은 대부분 무의식적이며, 이는 개인의 생리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는 보수 성향자들이 위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실험 결과다.

저자들은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정치 성향의 ‘신체적’ 뿌리를 추적한다. 예를 들어 보수주의자들은 낯선 자극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이며, 사회적 질서와 통제를 중요시한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새로운 정보와 변화에 개방적이고, 타인의 고통에 더 민감한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혐오감’이라는 감정이 정치적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다. 위생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의 정치적 입장이 단순한 의견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경향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유전학적 분석도 포괄한다.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정치 성향의 약 40%는 유전적 요인에 기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환경이나 교육만으로 정치적 입장을 바꿀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를 설명해준다.


이처럼 책은 ‘정치성향의 결정 요인’이라는 난제를 다루되, 단순한 생물학적 환원주의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들은 인간의 정치 행동이 본능과 경험, 문화가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산물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결정된다’는 단어를 ‘고정된다’는 의미가 아닌, ‘형성되는 방향성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또한 이 책은 정치적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진보와 보수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생존 전략에서 비롯된 상호보완적 속성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회가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가 필요하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은, 정치적 설득이 왜 그토록 어려운가에 대한 자각이었다. 우리가 논리적 언어로 설득하려 할 때, 상대는 신체적 본능과 감정으로 저항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정치 소통은 감정을 수용하고, 생리적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자들은 마지막 장에서 이 연구들이 윤리적,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성찰한다. 이 책은 단순히 정치학 서적이 아닌, 정치 커뮤니케이션, 교육, 심리치료 등 여러 분야에 시사점을 던진다.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라는 저자들의 결론은 이 책의 주제를 함축한다.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정치에 대한 통념을 해체하며, 인간 본성에 근거한 새로운 정치 이해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순히 ‘좌냐 우냐’의 프레임을 넘어서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가’를 묻게 된다. 진영 논리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강력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

정치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나아가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단순한 정치 서적이 아닌, 인간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는 학제 간 지식의 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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