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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사회 - 휴머니티는 커피로 흐른다
이명신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2월
평점 :

본 서평은 문화충전 200을 통해,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커피처럼 따뜻하고 달달한 서평 입니다.
어릴 때, TV 브라운관의 미국 드라마 에선 빵과 커피를 즐기는 장면이 고정값 이었다. 큼직한 잔에 커피를 물 처럼 마시는 모습이 낯설었다. 갓 대학에 입학하니, 어른들은 커피를 권한다. 수시로 커피 자판기 앞은 동기들과 마주치는 주된 장소였다.
어느덧 경치 좋은 곳엔 어김없이 카페가 위치해 있고, 밥값 보다 비싼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겐 카페를 들러 테이크 아웃 하는 상황은 거의 없다. 세로토닌 이 부족한 비내리는 날씨엔 따뜻한 커피의 푸근함과 달달한 향기에 감미로운 에너지를 얻을 때가 많다. 커피사회의 따스한 맛이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이야기는 생각보다 깊고 넓다. 『커피사회』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한 컵, 그 커피 속에서 인간과 사회의 연결을 읽어내는 따뜻하고 섬세한 에세이다. 저자 이명선은 단순히 커피의 유래나 맛을 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커피를 통해 인류의 이동, 노동의 가치, 세계화의 그늘, 도시 공간의 변천, 그리고 사회적 관계의 재구성을 이야기한다.
책은 커피를 소비재가 아닌 **‘사회적 상징’**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커피는 어느덧 지구촌 전체를 잇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핵심이 되었고, 카페는 단순한 유행의 공간을 넘어 삶의 의미를 나누는 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수많은 이들의 노동 현실과 경제적 불균형이 존재하며, 저자는 이를 조용한 시선으로 따라가며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은 독자에게 죄책감을 주거나 일방적인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커피의 문화사적 여정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일상의 소비가 어떤 구조적 흐름 안에 놓여 있는지 자각하게 만든다. 커피 농장의 생태계 파괴, 공정무역 운동, 젠더 불균형, 카페 공간에서의 소외 등 다양한 주제를 탐색하면서도, 결코 딱딱하거나 무겁지 않다. 문장은 유연하고, 전개는 감각적이며, 사례들은 생생하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커피를 매개로 도시와 젠더, 계급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섬세하게 분석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커피숍이 단지 감성적인 휴식처가 아니라, 누구에게는 배제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회적 층위를 반영하는 매개체임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접근은 독자에게 기존의 시각을 흔들고, 보다 넓은 관점에서 커피와 삶을 바라보게 만든다.

결국 『커피사회』는 커피를 이야기하지만, 더 넓게는 ‘인간 사회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매일 아침 손에 쥐는 커피 한 잔이 누군가에겐 생계이고, 누군가에겐 기억이며, 또 누군가에겐 문화다. 그렇게 커피는 하나의 흐름이 되어 사람과 사람, 사회와 자연을 잇는다. 저자의 시선은 예리하면서도 따뜻하며, 일상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심스럽게 되묻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제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생각을 부르는 도구’**가 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라면, 혹은 사회적 관찰을 좋아하는 이라면 반드시 손에 쥐어야 할 에세이. 『커피사회』는 단순히 커피를 말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의 삶과 연결을 말하는, 커피로 쓴 인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