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
인해.명오 지음 / 민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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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서평은 문화충전200을 통해 출판사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내용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마음의 평정이 필요한 시대, 과연 우리에게 종교는 있는가? 인류의 발전과 함께 종교도 발달해왔다. 중용의 마음을 품고, 경건하게 이기적인 자아를 다스리는 과정은 사회적으로 유용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종교는 지배와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한 체, 변질되기도 했다. 그러함에도 인적이 드문 산사에 있는 절은 그 자체로서 정화를 준다. 


불교는 오래된 종교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출가라는 선택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신비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는 통도사와 동학사의 두 스님이 각자의 출가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불교적 가르침과 그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진솔하게 들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불교 입문서가 아니라, 인간이 삶에서 마주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한다.



출가의 길: 현실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 진정한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

많은 사람들이 출가를 현실 도피나 세속적인 삶을 포기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책 속에서 두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와는 전혀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그들은 출가를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진정한 자유를 찾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통도사의 스님은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고자 하는 고민 속에서 우연히 들른 절의 경건한 분위기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다. 또한, 주변의 이모들이 하나둘씩 출가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반면, 동학사의 스님은 먼저 출가한 언니들의 영향을 받아 불교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되었고, 결국 스스로 출가의 길을 선택했다. 두 사람의 경험은 비록 출발점은 다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나 자신’을 찾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수행 터전인 통도사와 동학사는 한국 불교의 중요한 사찰로, 각각 독특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어 ‘불보사찰’로 불린다. 이곳은 계율 수행의 중심지로서, 출가 수행자들에게 엄격한 계율과 수행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동학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며, 대한불교 조계종의 비구니 강원으로 유명하다. 동학사는 자연 속에서 깊은 수행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많은 여성 수행자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열어주었다.

불교의 가르침과 현대적 해석

책은 단순히 출가 경험담에 머무르지 않고,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을 현대적 시각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한다. 특히,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라는 불교의 세 가지 핵심 개념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괴로움과 갈등의 본질을 조명한다. 통도사 스님은 우리가 집착하는 많은 것들이 본질적으로 덧없으며,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평온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동학사 스님은 ‘무아’의 개념을 통해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특히, 불교의 가르침이 현대인들에게 주는 의미를 강조하면서, 명상과 수행이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논의는 불교를 종교적인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철학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두 스님이 ‘행복’과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는 경쟁과 성공을 요구하며,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스님들은 이러한 삶의 방식이 반드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비움’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무언가를 더 가지려 하기보다는 내려놓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가져온다는 점을 설명한다.

또한, 두 스님은 출가 이후에도 인간적인 갈등과 내면의 흔들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불교가 단순히 깨달음의 종교가 아니라, 지속적인 수행과 실천을 통해 완성되는 가르침임을 시사한다.



마치며: 불교는 삶을 위한 길이다

『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는 출가라는 선택을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불교의 가르침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책이다. 단순히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불확실성과 불안이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은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결국, 출가는 단순히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우리 각자가 출가할 필요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내면의 출가’라는 개념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즉,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불필요한 집착을 내려놓으며, 현재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불교적 삶의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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