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고려사 : 고려거란전쟁 편 - 알고 봐도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
박종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려 거란 전쟁'은 고구려의 용맹한 기상을 계승한 고려시대의 살아있는역사이다. 어느 때보다 '친일망언' 과 '독도 분쟁화'등의 황당무계한 역사왜곡이 거듭되는 시점... 「역주행 고려사 고려거란전쟁 편 」 은 해박한 전개를 넘어서, 고려시대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착각에 들게 한다. 


  5천 년 역사의 소용돌이에 야만의 이민족 침략을 겪었다. 광활한 영토를 확장했던 고구려의 뜻을 받든 고려 역시도 북진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고구려 발해 멸망 이후, 영토의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당시의 전쟁은 임전무퇴 총력전을 다하는 성격이 강해, 전쟁에서 패퇴한 국가는 몰락했다. 국력을 소진한 체,  승전을 한 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는 결국 나당전쟁의 결과, 패망의 길을 걷는다. 중원의 주인이 사라지는 무주공산 군웅할거의 5대 10국의 혼란기가 이어진다. 유목민족의 거란족은 "요"의 정복왕조를 건국하며 거란은 파죽지세로 동북아의 맹주가 된다. 기마를 앞세운 전투력을 앞세워 정복을 이어가는데, 이들의 약탈 도륙의 극악성은 공포를 일으킨다. 



 역사에 관한 해박한 해설서는 많지만, 이야기 풀어내는 식으로 과거 시점을 현재적 전지적 서술을 하는 특장점을 가진 「역주행 고려사」 ...저서를 쓴 박종민님은 고려사와 조선 역사를 애니매이션 형태로 쉽게 해설하는 역사 유튜브 채널의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이 방영될 시점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KBS 공영방송 50주년을 기념해 제작에 들어간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은 제작비가 무색하게, CG의 비중이 높았다. 원작자는 분명 우리가 주입식 역사 지식의 단면으로 알고 있는 강감찬의 귀주대첩 식의 전쟁 참흑에서의 국난극복의 의식에 대한 재조명에 초점을 뒀을 것인데, 이와는 별개로 전쟁의 포화를 강조하고, 재가공을 거듭하여 역사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용 채널로 전락한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몇 년간 사극 제작에 들어갈 가능성도 안 보인다. 내일이면 세월호 10주기이다. 원래 방영되려던 다큐멘터리가 선거 영향 핑계로 일방적으로 취소된 상황 자체가 공정성을 잃어보인다. 그런 까닭에 더욱 쉽게 풀어쓴 역주행 고려사에 읽은 대목은 새로웠다.


 특히 저자의 관점은 왕족의 계보를 하트 표시 하는 형태의 쉬운 도식화와 톡 튀는 관점의 가설 설정이었다. 요즘 걸핏하면 역사왜곡에 편승한 마타도어가 극성인 가운데, 그것은 역작용을 하고 있다. 그때문에 제대로 역사를 알아가려는 의식이 강화된다. 



 당시의 지방 호족의 권력이 강했던 시대에, 개성의 한 호족이었던 왕건은 왕권이 미약했다. 고려 건국 이전 2명이었던 왕건의 부인은 이후 29명에 이른다고 한다. 저자가 유독 계보에 관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 대목을 이해할 듯 하다. 지금의 수많은 성씨를 보면, 고려 공신으로 성씨를 하사 받은 케이스가 많다. 왕과 '혼인'을 통해 왕족을 넓혀가는 회유책을 사용한다. 여기에 더해 '왕씨 성'을 하사한다. 즉 피가 섞이지 않은 혈족을 왕족에 편입시켜, 동시에 중앙집권적 지배체제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왕건의 아들들이 왕위를 세습해 2~4대 왕에 오르는데, 회유책으로 사용된 왕족 확장이 이후 권력 암투로 이어진다. 고려의 건국자 왕건은 적극적인 북진정책을 펼쳤고, 혼란기를 틈타 동북아의 맹주로 성장한 거란은 중원 정복을 위한 포석으로 동쪽에 있는 고려 침공을 계획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쟁은 물거품이 된다. 정벌에 성공한 거란의 태종이 돌아오는 길에 질병에 걸려 숨진 것이다. 지금의 의술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난다. 



 

 이후 수십년간 평화기가 찾아오고, 송나라와 거란족의 중원 쟁탈전이 시작된다. 당시 섭정을 하던 거란의 소태후 세력은 소손녕을 통해 고려침공을 감행한다. 당시의 성종은 중앙집권적 체제를 완성하고, 북진정책을 이어갔는데, 이것을 빌미삼아 제1차 거란전쟁 고려 침공을 한 것이다. 하지만 안융진 전투에서 패배하고, 겨울철 취약한 거란군의 약점이 노출되는 상황...애초 그들은 고려를 얕잡아 보며, 발해의 수도로 진격해 멸망시킨 전략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서희의 담판이 성공했던 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쥐어주고, 실리를 찾는 협상의 정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024년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본받아야 할 부분은 국난 극복이며, 불굴의 의지로 국토를 수호하려 했던 조상들의 혼을 배워가야 한다. 



어느 날 우연히 본 드라마가 잼있어서, 우리는 회차를 거꾸로 거꾸로 역주행할 때가 많다. 고려시대를 살아갔던 많은 조상들은 국난의 상황에서도 찬란한 문화유산을 꿈꿨으며, 인본의 도리를 강조하는 유교 문화의 토대에서 지배체제를 견고하게 했다. 이 당시는 남녀의 위치가 평등했다고 한다. 어떤 면에선 호족에겐 노비가 병역 등 국가 차출자원에서 제외되어, 그들의 특권을 공고히 할 기반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참하게 도륙이 벌어지는 전쟁의 아비규환에 과연 당시의 고려인들은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전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지금과 다른게 있다면, 그 당시만 해도 왕이 직접 나서 전쟁을 지휘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고, 갈팡질팡 기존의 정상적인 시스템 조차도 망가뜨리는 현 실정을 보며, 26년간의 고려거란전쟁이 주는 교훈을 깊이 새겨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적어도 전쟁을 미화하며 미래세대를 안보 희생에 떠미는 참사는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허투로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다. 반성과 성찰이 없으면, 반복될 수 있는 참흑이기도 하고,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만드는 촉매제 역할도 된다. 




역사를 잊지 말자. 적어도 어느 나라의 극우도 그 민족의 정체성을 고수하는 국수주의 경향성이 강한데... 우리는 극우라 부를 만한 집단도 없고, 합리적인 보수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애초에 청산되어야 할 역사의 잔재를 방치한 체로 물질적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수많은 국민 희생의 참사가 벌어져도, 쉽게 망각한 체 절대적으로 이기적인 다중성을 보인다. 

고려사를 접할수록, 현재의 국난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 기반이 취약할때 호족들을 규합하는 회유책으로 중앙집권적 구조를 마련해야 했던 고려 건국 초기의 상황. 협상과 항전의 균형을 추구하는 치국의 모습에서 본받을 점이 많았다. 고려시대는 문물을 수용하는데에도 개방적이었다. 고려는 여러모로 닮은꼴이 많다. 성리학의 기본적인 가치가 인간관계와 가족관계를 근본으로 하고 있는 '인본'에 중심점을 두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의 신진사대부로 옮겨 오면서 입신양명의 출세가 주가 되는 학자 관료제로 가면서, 조선후기 쇄국에 이르렀던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