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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병리학 - 경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
최용식 지음 / 새빛 / 2024년 2월
평점 :

경제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연적인 활동을 말한다. 즉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유통·소비 하는 활동 전반을 가리키는 활동에 연계되는 사회적 관계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경제학 하면 '복잡하다' '어렵다' 라고 여긴다. 물론 주된 수단인 돈을 무엇을 통해 획득하고, 확장하는가는 어려운 측면이다. 경제현상을 잘 헤아리지 않아도, 운칠기삼으로 수완을 발휘하는가 하면... 번번히 경제적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명한것은 인문학의 뿌리가 철학이고, 사회과학의 뿌리는 경제학 이란 사실이다. 자원의 배분과 맞물려 물물교환이 발생하고, 저장단계를 거치고 화폐를 통해 교류하는 매개체 이기 때문이다.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고, 사회교과 수업시간마다 적극적인 성취 동기 덕에 일찌감치 경제학을 전공하기로 선택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의 숙제는 동네 상점의 업종, 가게명을 알아오는 것이었다. 동네 곳곳을 누벼야 했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계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어렴풋이 터득할 수 있었다.
내가 배운 경제학은 70-80년대 학번과 다를 바 없는, 수십년 전의 내용 그대로 답습했다. 저명한 석학 이준구 교수님이 쓰신 경제학원론이 교양으로 깔리고, 이것에 파생적으로 거시/미시 경제학으로, 정치 환경 경제학이 등장하던 시절이다. 정보의 측면에서 비대칭성이 극심했다. 경제학의 기본원리는 간단명료하다. 사람의 심리기저에 있는 경제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요체이다.
역대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활약하던 최용식 저자는 2023년 『경제파국으로 치닫는 금융위기』 는 실증적인 경제병리학의 중요성을 알리며, 베스트셀러에도 등극한다. 경제에 관한 막강한 유튜브 채널에 활발하게 출연하여 통찰력있는 경졔예측으로 누적 컨텐츠 4천만건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불과 1년도 안된 사이에 출간된 『경제병리학: 경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 은 실증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경제현상을 분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즉 『경제파국으로 치닫는 금융위기』 가 기본적인 원론에 그치는 한계감을 아쉬워하며, 왕성한 분석력으로 경제 통찰서를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잠재성장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문제는 선성장 후분배의 사회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데 있다. 우리는 재화의 총량 측면에서는 오랜 선진국 몇 곳을 제외하곤, 짧은 기간 독보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나날이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경제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다양한 계층 연령에 수렴되는 소득 재분배 또한 최대한 넓게 균일한 상태로 퍼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소비하는데 필요한 유효수요가 정체 상태를 넘어서,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계효용체감법칙을 감안하면, 소득이 일정범위를 넘어서면 더이상 화폐단위의 경제순환이 촉진되지 않는다. 또한 중장기적인 경제계획은 실시되지 않고, 단기적인 대증 처방만 이뤄지니, 근본적인 문제점은 고착화된다.
개인이 자산을 활발히 구축하지 않았던 시절엔 국가주도의 경제가 활성화되었다. 특히 세계 대공황 이후 대규모 생산경제 시스템에선 케인즈 학파의 국가가 유효수요 까지 촉진하는 경제시스템이 통용되었다. 그러다 매년 발행된 화폐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고, 또다시 경제적 세습화를 가속화하며 기업의 규모가 메머드화되면서 "경쟁논리"의 신자유주의가 도입된다. 문어발식 족벌 경영이 근본원인이었던 IMF 역시도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발생했어도 수수방관한 금융 경제 당국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공적자금으로 '공무원연금'이 투입되었음에도, 제대로 회수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문제를 유발시킨 대기업과 금융기관은 인수 합병으로 몸집을 키워나갔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속하고 있음에도, 외환국책은행은 금융위기 즈음하여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에선 경제질병의 공통적인 원인을 '경기과열'로 보고 있다. 즉 재정당국은 경제병리적인 근본 처방을 하지 않고, 단기간의 재정수치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최근 2년간은 총체적인 부실 이라 할 정도로, 무려 60조에 육박하는 세수결손이 발생하며 돌려 막기 식으로 얼렁뚱땅 떼우는 식으로 일관하니, 경제과열의 신호 자체가 위험해질 수 밖에 없다. 국가는 경제현상에 있어서 일종의 보증수표 같은 역할을 한다. 재정정책이 불투명할수록, 시장경제는 훨씬 불확실의 악순환이 가중된다. 자원배분이 적재적소 이뤄지지 못하고, 교란이 발생한다.
불공정의 시스템이 만연된것도 고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치솟는 자산가치의 매각으로 화폐단위를 축적할 궁리는 하면서도, 충분히 풍족한 잉여자원을 어떻게 잘 배분할 지는 전혀 모색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경제적 성취는 개개인의 능력 이라 치부한다. 심지어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데 기여한 보수의 상당수를 갈취 당하면서도, 고용주에 철저하게 경제주권까지 예속한다. 주권은 경제적 위치가 높거나 낮거나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내가 수호하려 하지 않는 권리를 남이 대신 챙겨주지도 않는다. 부쩍 소비를 하는데 있어서도, 공정소비를 떠올린다. 적어도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한 몰지각한 CEO 호의호식하는데 기여해서는 안될 일이다.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판도는 미국이 주도했다. 천문학적으로 달러를 발행하는 기축통화국의 지위가 최근 중국의 급성장에 견제받게 되었다. 사실 최근 2년간 세계경제의 흐름은 퇴행했다고 할 수 있다. 유효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유동성 증가는 곧 자산의 폭등으로 이어지게 되고, 양극화를 가속화했다. 그러던 중 각종 첨단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니, 미국을 주축으로 한 견제 세력이 공급망 카르텔을 형성한다. 미국 vs 중국 패권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대한민국 리더는 현명한 실리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어떠한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방치수준을 넘어서 졸부감세에... 예산삭감, 정책폐지 복지축소 의 가렴주구가 극성이다. 『경제병리학: 경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 의 통찰적 깊이는 1회독으로는 전혀 부족하고, 10회는 읽어야 할 것 같다. 책 자체의 두께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느슨했던 경제적 인식을 돋구는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 발견한 거대한 경제현상의 줄기 따라, 인과관계의 분석, 해결책, 미래 예측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경제병리학 도서를 네이버카페 문화충전 200프로를 통해 무상제공받아, 간략적으로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