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30 - 한 번에 30명씩, 세상을 바꾸는 인도 수학자의 교육 여행
비주 매튜 지음, 한유진 옮김 / 메종인디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14억 세계1위 인구대국이 되었다는 소식은,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세태에서 고무적이다.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경쟁으로 이어지는 현실에 정작 기초학력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즉 스펙에 기입할 학업 성취도는 아주 뛰어난데, 정작 개념정리가 되어야 할 것엔 소홀히 한 측면이다. 평준화를 지향하는 공교육의 한계상, 최상위권은 늘 선행학습을 해왔는데, 초등학생이 수능문제를 푸는 현실은 암울함 자체다.

 



 

 

2008년부터 매해 30명의 가난한 학생들을 인도 공과대학에 진학시킨 이야기를 담은 『슈퍼30』 은 가난에 절망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널리 확행되어야 할 담론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연말연시 때를 즈음한 각종 기부 모금을 숱하게 봐왔다. 하지만 그 참여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때가 많다. 사람들을 돕는 마음이라면, 평상시의 거듭된 악행은 어찌 해석해야 하는가?

 


 

 

성인 남자의 한 뼘 크기도 안되는 조그만 책이니, 바쁜 현대인의 생활 한 가운데 짜투리 시간 맞이하는 따뜻한 감화의 효능감은 극대화될 수 밖에 없다. 불특정 다수와 부대끼는 밀착생활 가운데, 성취를 이뤄낸 일화를 읽어나가니 촉매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비해, 습득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편리해졌다. 특정 지역 계층에 국한되던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되고, 정보에 보다 편리하게 접근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해, 예전엔 시험때면 출간러시를 이루던 합격수기를 발견하기 힘들어지게 되었다. 열악한 가난을 딛고 본인들의 노력으로 성취한 성공신화가 사라진 것이다. "시험" 의 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역전 사례는 희소해졌다. 반면 열악한 생업의 환경을 딛고, 경제적으로 성취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등장한다. 하지만 실전에 부딪쳐야 터득할 수 있는 것이기에, 책으로 다루기엔 무용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성장율이 높은 나라의 특징은 기초과학이 전체 국가산업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또한 청소년 미래세대의 인구비중이 아주 높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 많은 인도의 잠재력은 청소년에 있다. 예전 중국이 개방정책을 펼쳤던 원동력은 미국에 파견한 엄청난 규모의 과학 인재들 이었다. 인구가 많은 만큼, 다양한 종족· 언어 · 종교로 이뤄진 인도에서 어떻게 매 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임원과 과학자들을 탄생시키는가? 하는 것을 돌이켜보면, 결핍을 밑거름삼아 그들은 치열하게 교육 발전을 이뤄가는 모습이다.

 

1947년 인도 독립 당시의 문맹률은 12프로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다종족 다언어의 인도의 특수성을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결코 교육수준이 낮다고 할 수가 없었다. 『슈퍼30』 에서도 가난하지만 학습능력이 뛰어났던 청소년들은 남의 집 계단 밑에 노숙하면서 수학책을 볼 정도 였다고 하니, 그들의 목표를 향한 집념이 30명 전원 인도공과대학 합격할 수 밖에 없었다. 놀라운것이 95년 당시 인도 전체 공과대학은 5개에 불과했고, 최근에 23개로 전체 정원은 16,0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과학은 양이 아닌, 질이라는것을 보여준다. 인도의 미래 경쟁력이 밝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밀레니얼 이전만 해도, 대한민국도 대체로 이러했다. 『슈퍼30』을 읽으며 중학교때 은사님을 떠올렸다. 한국사를 담당하셨던 해병대 출신의 담임선생님께선 무뚝뚝한 말투로 쪽지시험을 시행하셨다. 집에 가면 변변한 참고서가 없었던 까닭에, 당시 초등학교 교실에 비치되던 문구보급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선행학습이 되어 있는 지라, 10개 다 맞춘 사람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다. 당시의 가정 형편은 아주 극단적으로 좋지 않았다. 치열한 고입 시험을 마쳤을 때 였나? 선생님은 학원 무료 수강권을 건네주셨다. 당시에 유명한 수학강사였다. 떠올려보면, 그때처럼 공부가 제일 잼있어요. 시절이 없었다. 비록 몇 달 후 차별을 당연시 여기던 고교 선생들로 인해, 3년은 내내 잠만 자다 나오는 처참한 경험이었다. 어느 누구도 내가 어떤 학업성취도를 하는지 관심도 없었고, 예상보다도 훨씬 낮은 폭망한 점수에 턱걸이로 합격을 도피 삼았다. 만약 아난드 꾸마르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셨더라면, 조금은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인도의 가파른 경제 성장률은 대한민국과 닮은 듯, 다른 면면이 있다. 다양성의 존중의 토대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가 그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식의 교육정책이면, 과시성의 겉번지른 시설 유치에 국한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작은 사람에 투자해야 할 재원은 나날이 공중소멸 되고 있다. 인생의 은사를 맞이했던 중학교는 한 학년 정원만으로 800명에 육박했고, 운동부 종목만으로도 체육중학교로 불릴 정도였는데....

지금은 전교생이 고작해야 2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주거지에 근접해 교육받으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단적으로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끼리 학습하지 못하며, 경쟁만 심화될 뿐이다. 아무리 연봉이 높아도, 선천적으로 세습된 자산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이 가중되는 것처럼.... 교육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분명 이 책을 처음 펴낸 당시와 한국어판을 펴낸 지금의 인도상황이 "상전벽해" 급으로 달라져 있을 것인데, 조상들은 후세를 위해 찬란한 문화를 남긴다 했다.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지 않아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관광자원을 보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도인들은 교육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도에 관해 잘알못이고, 워낙 다다다 로 이뤄진 광대한 대륙이니... 이 책에 담긴 단면만으로 인도를 단정내릴 수는 없다. 다만 교육의 선한 영향력이 인도대륙의 미래를 밝게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문맹 단계는 넘어섰지만, 치열한 교육열이 되려 문해맹을 증가시키는 면도 크다. 글자로 쓰여진 정보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는 지체현상이 가중되면, 다양한 형태의 재능기부를 통한 교육적 효과 까지 반감된다. 다양한 잠재력을 발굴할 수 있는 천금의 시기에 "졸업장"에 귀착한 체, 많은 가난한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열망없이 체념시키는 데 익숙할수록,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슈퍼30』 에서 아쉬웠던 것은 대한민국의 아난드 꾸마르 의 사례를 발굴해 소개하지 못해 번역서에 그쳤다는 점이다. 하지만 간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며 따뜻한 귀감을 얻을 수 있어, 지치고 힘들때 인도의 따뜻한 수학선생님을 떠올리며 힘을 낼 것이다.

 

 

이 책 서평은 메종인디아 에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개인적 소감을 담은 내용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