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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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喜怒哀樂) 기쁜 일이 있으면, 화나는 일 있고, 슬픈 일이 있으면, 즐거운 일 있는게 사람의 인생사... "완전 부부범죄" 는 가능할까? 어느 OTT 드라마처럼, 불륜을 벌이는 각양각색의 가정파괴범을 상대로 돈벌이하는 부부의 이야기도 아니다. 인생의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남편"을, "아내"를 해치는 실행을 하는 8가지 이야기를 무려 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가장 흔한 착각 중 하나는 어느 순간 가까이서 지내는 친구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 자녀는 성장하는 순간 부모와 가치관의 결별을 시작한다. 자의 반 타의 반 으로 자녀들이 학습적 성찰을 이뤄가는데 반해, 부모는 과거지사의 배경에 기반한 경제적 성취에 주력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서로를 너무나 모른다. 이런 경향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바쁜 위치에 놓일수록, 극명해진다. 나날이 경제적인 한계효용성은 급감해가는데도, 정서적 유대를 채워갈 여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수직지향적인 조직의 구조상, 상급자로 갈수록 피라미드의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실무적으로 챙겨야 할 범위보다는 관리해야 할 범위가 광범위해지며 가정에 소홀해진다.

 


 

애증 의 단어가 가정의 속성을 말해주는 단면 아닐까? 가장의 체면을 최우선시하는 가부장적인 문화에서는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하는 가장의 역할이 아닌, 상명하복식의 종속적인 특징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맹목성이 되물림되는 경향이 강했다.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불분명하고, 이성이 아닌 감정의 논리로 일방성이 가중되었다. 남의 사소한 문제엔 사사건건 가혹할 정도이면서도, 자신을 비롯해, 친분이 있는 사람에겐 늘 관대하다. 가족이 굶고 있는 실정은 외면해도, 그저 손님이 오면 상다리 휘어지게 대접하는것이 미풍양속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호 존중의 관계 이어야 할 부부는 무너지며, 가정폭력이 빈번했다.


 

추리소설의 장점은 막힘없는 전개속도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왜 그랬을까?" " 누가 그랬을까?" 하는 생각할 꺼리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편리함에 익숙해질 수록, 기본적인 사고력은 퇴행된다. 글자 자체를 읽고 쓰면서도, 정작 그 단어의 뜻을 모른체 언어도단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며, 1-2줄의 간단한 문장의 맥락도 헤아릴 수 없는 "문해맹"이 심각하다. 책 한 권 읽지 않는 성인이 너무나 많다. 소설책을 읽기 전에 그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는 경향이 있는데, 프로필을 검색해봤다.

 


 

68년생이니, 만 20살 성인식을 올리던 시절엔 88올림픽을 맞이했을 것이며, 당시의 어수선한 시국 상황에 군입대를 했을 것이다. 육군으로 입대하여 차출되어 경비교도대가 되었을 것이며, 천태만상의 사회 현상을 직관했을 것이다. 이런 프로필을 확인하고 보니, 「완전부부범죄」 소설책을 읽기도 전에 흥미롭다.

 

옴니버스 형태의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시대공감 메세지는 무엇일까? 세대별 계층별 공통된 특징이 대체로 있다. 단,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사고 행동방식을 보유한 사람에 국한한다. 황세연 작가는 작품의 모티브를 주로 그가 태어나고 살아온 터전을 바탕으로, 주변사람들과 아내의 생각을 담아 해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완전부부범죄」라 하면서도, 초반부에 쪽지에 섬뜩한 실행계획의 내용을 직설적으로 밝히고 있는 점을 봐도 장난끼 가득하게 소설에 녹아내리고 있다.

 

사실 소설책의 문체는 전혀 세련되지도 않았고, 토속적이라 잘 읽힌다. 전혀 필터링없고 악의없는 그대로의 말투가 듬뿍 베여 나온 느낌이다. 어떤 면에선 위선의 틀에 갇혀야 하는 회사 생활이 그에겐 얼마나 괴로운 과정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대개 추리소설엔 응징의 메세지가 강하다. 전혀 공정하기는 커녕, 부정부패한 제도권의 텁텁함에 쌓인 스트레스는 한 권의 소설책에 해독된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은 다수의 응징의 대상을 설정한 체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현실의 한계를 실감하거나 체념해나간다. 한때는 철저한 응징자의 입장이었던 사람들이 배신자로 변질하는 모습은 비일비재하다. 늘 좋은 일만 가득할 수 없고, 어떤 면에선 고난의 상황에서 찾아온 기쁨의 효용일수록 극대화 될 수 밖에 없다.

 

나날이 각박해지고 삭막해질수록 이 한 권의 소설책이 긍정의 촉매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읽어갈수록,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가까울수록 답답한 속내를 후련하게 밝히지 못하는 현실이다. 진심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 가십거리 되어 사실무근의 확대생산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서로 충돌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자존감에 평생 회복되기 힘든 상처를 주지 않는다.


 

이 서평은 교보문고에서 펴내고, 도서출판 북다에서 출간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한 개인적 소감을 담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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