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입 필수용어 사전 - 학생부 관리부터 입시 요강까지
이만기 지음 / 센시오 / 2024년 1월
평점 :
교육 100년 지대계가 무색하게 최근 교육관련한 정책은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중이다. 학습의 주체인 학생 미래세대 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의 혼란이 큰 이유이다. 대입정책을 기성세대가 주축되어 탁상 공론하는 것이 문제점이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는 부모들이 학부모 역할을 강행하려하니, 역효과만 유발될 수 밖에 없다. 부모님들이 한창 공부하던 때와 지금의 교육시스템이 바뀐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만점이 정해져 있는 이상은, 더 이상 가산할 수 있는 점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공교육의 범위가 아닌, 특정 계층의 사교육에 의존해야 할 출제내용으로 빈번하게 등장한다.
교육을 망치는 공통된 사항은 부모가 아닌, 학부모로서 교육의 자율권에 간섭하고 참견하는 경향성에 있다. 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의 조카를 둔 외삼촌 입장에서, 번번히 쉴 틈 없이 각종 학습활동에 동원되는 모습을 볼때마다 짠하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지식의 수용을 거부하며 책 한권 평생 읽지 않는 노년은 입버릇처럼 "공부" "공부" 강요한다. 아이들은 나날이 고도화되어가는 학습과정에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한편으로, 의외로 문해력의 기초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즉 책을 읽고 답안을 빠르게 도출하는데 훈련되다보니, 정작은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취약하다.
밀레니얼을 넘어서면서, 교육당국은 OECD 기준을 내세워, 유독 교실 당 학생 수 줄이기에 취중한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계층 세대의 또래들과 정서적 유대 교감을 느껴야 할 교육현장은 사라지고, 소규모 정예반 편성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한때 한 학년 인원만 800명에 이르렀고, 각종 종목의 운동부가 있던 도심의 중학교는 이젠 전체 학생 숫자가 불과 89명이다.
40년 가까이 입시전문가로 활약한 이만기 현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이 펴낸 대입 필수용어사전은 부모들이 필독해야 할 서적이다. 자녀에게 교육 관해 간섭할 기제로 읽는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녀들이 얼마나 복잡한 교육시스템에서 또래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란 것이다. 어느덧 40대 후반이 된 당시의 내신 15등급제가 2025년 되면, 5등급제로 바뀐다 한다.
중학교 입학 무렵, 참고서 부록으로 주던 수첩에 적힌 것들이 생각난다. "4당 5락" 이라 했다. 까까머리 중학교때부터 우리는 치열한 경쟁을 강요 당한다. 밤잠 쪼개어 자식이 공부하고 있으면, 부모님 마음은 안심되겠지만... 실제로 집중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학습자 스스로 흥미가 생기고, 오기가 발동하면 옆에서 뜯어 말려도 밤새도록 공부한다. 그 수첩에 적힌 내신등급을 머릿속에 암기하던 생각이 난다. 3,4,5,6,7,8,10,14,10,8 ... 물질이 귀하던 시대였으니 대량생산, 학교도 대규모 수용 이었는데, 특장점은 그 안에서 자발적인 경쟁이 촉진된다는 점이다. 정해진 교재에서 그대로 출제를 해도, 워낙 한 학급에 70명 가까운 인원에 상위 등수에 들어간다는 자체가 학습동기였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수록,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늪의 악순환을 느낀다. 덜 치열하게 경쟁해도 충분히 잠재적인 학습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오히려 학부모들의 부추기식 경쟁이 아이들을 망쳐놓는단 생각이다. <대입 필수용어사전> 엔 입시에 관련된 500개의 용어가 ㄱㄴㄷ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중간엔 입시전문가로서의 잔소리가 넘친다. 조금만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줄임말 형태의 신조어를 제외하곤 상당수는 이미 인지하고 있는 내용들이 많다. 확실히 대학입시 프로젝트를 넘어서, 대학 자체가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어가는 현상을 느낀다. 각종 교육활성화의 명목으로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은 대부분 수도권에 존재한다. 대학교 자체의 지역사회 공헌도를 볼때는 지방대일수록 그 역할이 크다고 본다.
오래전 조카의 숙제를 도와주면서, 이렇게 어린 아이들도 숫자/ 한글을 깨우친 후 부지런히 학습해가는데, 부모를 비롯한 기성세대의 학습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어느 정도의 성장단계에 이르는 순간 급격하게 소통이 안되고, 서로 충돌하게 된다. 그래서 자기계발삼아 수학을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하학과 미분법에 가산점이 붙는 2025년도 교육과정 개편 내용을 보니, 어느 정도 학업성취를 해본 경험있는
부모가... 외삼촌이 함께 공부하는 것 만큼 유용해 보이는 것이 없다. 씁쓸한 건 갈수록 기본적인 교육과정이 생략된다는 것이다. 역사/노동/정치경제 와 같은 교과목에 가산점이 붙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나라에 대비해, 다양한 실력에 기반한 평정 시스템이 전무하다 보니, 우리는 점수 채점 방식의 성적 지상주의를 펼친다. 각각 10%,24%,32%,24%,10%로 구성된 현행 5등급제는 같은 학교의 동급생간의 경쟁완화엔 유용할 것이나, 반대 측면으로 보면 돈이 없으면 접근하기도 힘든 사교육 영역의 의존도를 높일 우려가 있다.
부모가 제대로 아는 것이 자녀의 학습성취도도 높이는 비결이다. 유독 부모가 되려 하지 않고, 학부모로 저마다 자녀핑계로 감정이입 대리만족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몫이다. 적응해야 할 규칙은 빠르고 정확하게 선제적으로 습득하면 긍정의 효과를 발휘한다. 규칙을 꿰뚫고 있으니, 걸림돌이 될 요소를 거침없이 자녀를 대신해 해결해 줄 수 있다. 독서를 즐기는 가족이면 국어를 전담하고, 유창하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가족이면 영어를 도맡으면 되며... 사회적 이슈에 통찰력있는 가족이면 사회과학에 특화해 학습동기를 촉진하면 된다. 주말이면 가족끼리 도서관으로 자기계발 차원에서 함께 학습하는것도 학습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지혜가 될 것이다.
대입 필수용어사전을 읽고나니, 적어도 한 해 한 해 학습을 이어가는 조카와의 간극을 줄이는 실천을 느낀다.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은 어른의 소망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서술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