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야 산다 - WWW 월드와이드웹소설 공모전 대상작
김찬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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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와이드웹소설 공모전 대상 수상작 "공부해야 산다" 는 택배봉투를 여는 순간 고정관념을 잊게 해준다. 대상작인데, 아주 간결하다. 띄엄띄엄 인쇄된 책을 보며 얼핏 새로 나온 시집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늘 지구를 향한 혜성충돌 멸망은 등장했는데, 이것에 얽힌 회귀- 몽환- 혼돈의 어수선한 상황이 초반부 시점 전개되면서, 언어적 유희를 느낄 수 있었다.


읽어갈수록, 국가의 본질을 발견할 수 없는 실종의 현 세태와 일맥상통하는 면을 느꼈다. 늘 특정 시점되면 불특정 다수를 향한 허세를 남발하며, 악습을 은폐하는데 국가 시스템을 총동원하는 최근이다. 3년째 공시생의 직설적인 화법을 통해, 기회를 잃은 세대 · 계층의 108 번뇌를 읽을 수 있었다. 많은 공시생들은 최소한의 수험비용 조차 여의치 않아, 주경야독을 하다시피 한다. 그런데 따뜻한 밥 한끼 사먹으라는 배려에 인색한 자들은 오로지 "합격" " 불합격"의 이분법으로 사람을 대한다. 만약 스스로를 돌대가리라 하는 주인공에게 십시일반 격려금으로 쾌척을 했다면, 주인공은 기분 들떠 음주가무에 탕진하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계학습체감의 법칙이 상존하고, 수험은 일정기간 늘어지는 순간 집중력을 잃어 점수는 정체되거나 후퇴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웹소설의 묘미는 아등바등 살아가면서도, 전혀 자신의 삶에 진지하지 않은 즉흥적인 캐릭터를 통해 자연스러운 인간미를 표현하고 있다.초반부 일부러 시점 혼동되게 의도한 것 같기도 하다. 현재의 혼동의 세태를 반영한 것처럼... 혜성 이름을 2030DA로 명명한 것 또한, 불완전한 시대를 버텨가는 미래세대의 관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본인들만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제국주의적 헤게모니에 따라 일방적인 룰이 하달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헌법개정이 이뤄진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킬 권력자들의 방식이 채택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필기점수가 주가 되는 분야에선 여성의 합격 비율이 월등한데. 일률적으로 여성할당을 도입한 것을 보며 젠더갈등 유발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합격자는 소수인데, 불평등에 기저하는 갈등을 감정적으로 유발시켜 통치에 악용하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나라와 비교할 때, 사실무근의 정보가 확산되는 속도가 광속이며, 무분별한 파급에 대해 책임전가 하는 유형이 드물지 않다.


일률적으로 60퍼센트의 여성할당을 하니, 소수의 합격자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동조하게 하는 나쁜 전형이다. 세상 물정에 어둡고, 즉흥적인 감정표현 일색이던 주인공의 환생은 밋밋한 소설 전개에 탄력을 준다. 과거에서 온 피리 부는 사람... 그는 어느덧 영향력을 미치는 주류가 되는 듯 하지만, 동상이몽 저마다의 속내는 다르다. 경쟁자를 제거할 수단으로 삼는 싸이코 vs 협업을 모색하는 순진한 청년... 책에 다뤄진 내용은 본격적인 웹소설 전개의 1부쯤 되는 15회에 걸친 내용이다. 순간 허무한 맺음에 당황스러웠지만, 일반 소설 대비 웹소설의 경우 상당히 장편으로 장기간 웹을 통해 펼쳐지니 다음 전개가 궁금해진다.... 다음이 기대되면, 그 책은 무척 흥미로운 거겠지.


웬지 이 소설은 엉뚱한 맥락에서 유교 숭상의 전통과 익명성의 혼돈이 이어진다. 저 맥락에서 저런 오타쿠같은 대사가 등장하니, 초반부의 어수선함이 차분하게 정리되면서, 간결한 전개가 빠릿하게 이뤄진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한 감회를 담아 서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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