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여행자에게 - 여행을 마친 뒤에야 보이는 인생의 지도
란바이퉈 지음, 이현아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돌이켜보면, 일상 한 가운데서 발견하는 특별함이 많다. 그 도시의 명소, 내가 사는 동네의 명소는 오히려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의 검색에 의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 현실. 원래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익숙할수록 특별함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는 편 이다. 걷다보면 펼쳐지는 조용한 풍경에 어수선한 마음까지도 내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풍경속에서 마주하는 새로움은 보물찾기와 같은 즐거움을 준다. 여행은 늘상 동경의 대상이다. 홀가분하게 바쁜 일상을 미뤄두고 떠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거주지역을 벗어나는 순간엔 만반의 채비를 갖춘다. 길을 나서면, 금새 사통팔달 전국으로 향하는 버스를 마주할 수 있는 내가 사는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아닌 이유이다. 여행을 통해 인생을 발견한 많은 이야기들이 책으로 펼쳐지곤 하는데, 대체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 자체를 고무적으로 여긴다.

젊을때 아니면, 떠나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일까?

 

워라벨 에 대한 인식이 이제야 싹트고 있는 현실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한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나기는 쉽지 않다. 얽매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자! 좋은 직장에 다닌다는 증빙으로 봐도 될 것이다. 물론 요즘은 오히려 직장 스트레스에 맞서 온전한 자기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여행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남'이 아닌 '나 자신'이 누려야 할 자존감에 대한 인식이 생성된 덕분이다. 갈수록 여행에 있어서도 자기 주도적인 설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점차 알뜰해지는 것이다. 『돌아온 여행자에게』는 여행의 과정을 설파하는 에세이는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한 가운데서 여행이 가진 의미를 발견하고 자기 주도적 삶을 개척하는 담론에 집중하고 있다.

일상이야말로 진짜 장거리 여행이다.

최근에야 나는 장거리 여행을 일상처럼 하기보다

일상생활을 장거리 여행처럼 하는 게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낯선 곳을 다녀옴으로써 새로운 활력소를 얻는게 여행의 주목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떠난 여행의 과정자체가 도리어 남들이 많이 가는 곳을 추천받아 빠듯한 일정에 '쉼없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진 않을까? 쉼없이 이어진 바쁜 일상을 해소하려고 떠나는 여행이다. 그렇다면 일상 자체를 조금은 차근히 쉼없게 보낸다면 우리는 충분히 재충전할 수도 있다. 시종일관 이 책은 정말 인생을 통해 실감하는 사실들에 대해서 공감력있게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맹목성이 우선적이던 세대에선 여행은 일종의 사치에 그치지 않았다. 또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 대해서도 편견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가족으로서의 신뢰 보다는 가부장적인 질서의 한계만 여실히 드러냈다.

우린 모두 떠도는 사이에 어른이 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떠도는 사이에 어른이 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어야 어른이다. 집 떠나보면 집이 그리워진다. 떠도는 순간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스스로 챙겨야 한다. 스스로 챙기지 못한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된다. 그러다보니 수동적인 자아에서 벗어나 능동적일 수 밖에 없다. 남이 챙겨주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챙기고 준비하게 된다. 막연히 피할 수 없고, 떠도는 순간은 어떻게든 극복해야만 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그러다보니 현실의 실체를 눈으로 보고 느끼고 몸으로 겪을 수 밖에 없다. 떠도는 과정 속에 어른이 되어간다.

여행은 세상의 어려움과 고통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P27-

알베르 카뮈는 <이방인>에서 어쨌든 나는 실제로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 지 확신할 수 없지만, 무엇에 관심이 없는지는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다" 고 말했다. -P92-

 

여행을 통해 저자가 얻은 성찰적 고찰이 이렇게 후련할 수가 없다. 구구절절 공감대를 자극하는 통찰력깊은 시각이 담겨있다. 대표적인게 여행을 막는 아홉 가지 부정적인 말의 유형인데... 대체로 이러한 것이다. 험난한 세상속에서 든든한 울타리 역할에 충실해야 할 부모님이 전혀 그렇지 못하고 안절부절 불안한 상황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떤 발언권도 허용되지 못하고 종속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행을 떠나지도 못하고 갇혀 지내게 된다. 현실적으로 여행을 떠날 용기조차 사라지게 하는 원인이다. 그러함에도 소중한 우리 자신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세상속에 온전한 내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어야만 한다. 인생을 통해 우리는 함께 돌아보는 지혜를 발견해야 한다.

혼자 하는 여행은 스스로를 잘 돌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둘이 하는 여행은 서로를 잘 돌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여행은 여러 사람이 함께 돌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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