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렛저널은 나 자신이 나에 관련된 일들을 주체적으로 기록 정리하는 연속선에 있다. 나 자신에게 좀더 전념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준다. 즉 남으로부터 방해받을 시간을 어느정도 제어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루를 부지런히 보냈음에도 정작 일과를 마치고 나면, 한 일을 별로 떠올릴 수 없는건 중요치 않은 일들을 반복적으로 시간소비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불렛저널을 잘 활용한다는건 그만큼 시간 가용성을 축적할 요소를 비축한다는 의미이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에 있어서, 보다 기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제시한다. 지금은 매 순간이 고민의 연속이다. 정보 과잉의 시대로 불려도 충분할 만큼 많은 선택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대신 선택해주길 바랄 정도의 햄릿증후군 상태의 요즘에서 불렛저널은 일목요연하게 일의 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도 없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도 없다. 시간은 우리가 하고 싶은 욕구에 대비 현저하게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뒤죽박죽 혼돈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불렛저널 방식의 기록을 통해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탈피할 수 있다. 당장에 하지 않아도 되는 미완료 상태의 리스트들 덕분에 마음의 여유를 누리기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즉 꼭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숙제와 같다. 미처 숙제를 하지 못한 아이가 안절부절 숙제검사 없기를 은근히 바라는 심정과 같다고 할까? 홀가분하게 끝내놓고 나면 오히려 참잘했어요. 도장을 받기위해 기다려지는 법이다. 일상의 숙제를 홀가분하게 마무리한 사람의 여유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사람의 감성은 디지털 문명을 통한 편리함보다는 아날로그 방식을 통한 전달에 익숙한 측면이다. 꾹꾹 써내려간 긴 편지 자체로도 그 사람의 마음이 읽혀질 때가 많지만, 장문의 메세지가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 착각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다. 지나치게 "빠른 전달"에 익숙한 나머지 최소한의 마음배려를 생략하기 때문이다. 노트와 펜 그리고 꾸준한 습관으로 이어지면 충분한 불렛저널은 그런 면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고양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펜보다는 키보드에 익숙해지다보니 갈수록 기본적인 필체도 나빠질 수 밖에 없다. 글씨를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최소한 고사리같은 아이손으로 그려낸 글씨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깔끔하게 정리된 불렛저널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마다 얼마나 뿌듯할까? 손으로 쓰는 학습만큼 좋은 사고습관도 드물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당장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고립된 것처럼 불안하다. 당장에 연락해야 할 전화번호는 머릿속에서 사라진 즈음이다. 단순히 불렛저널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일의 진행상황을 체크하는 것을 떠나서 기록을 하다보면 의식적으로 해야 할 일의 순서가 정리될 수 있다. 일일히 훑어보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억하려는 노력을 촉진한 결과이다. 일일히 당장에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수정하기 귀찮아서라도 꼭 해야할 일들 위주로 정리해 일사천리로 정리하는 습관이 키워질 수 밖에 없다.
거듭 『나의 첫 불렛저널』을 통해, 1년을 마무리할 시점되면 차곡차곡 쌓인 기록들을 마주할 수 있길 바라며, 지금부터라도 당장 해야만 하는 것들부터 망설임없이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