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불렛저널
Marie 지음, 김은혜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좋은 습관이 생활을 바꾸고, 결국엔 기본적인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옛말이 틀릴것 없는것이 결코 좋지 않은 행동습성을 버릇이라 한다. 고쳐야 하는데 결코 쉽게 고쳐지지 않는 악순환의 유형이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모두들 시작한다. 2019년의 달력도 이제 첫 장을 넘겨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올해는 제대로 기록조차 못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할 엄두를 못내게 하는 의욕상실의 일들이 이어지고나니, 기약없이 일정이 멈춰서 있는 상태에 있다. 사실상 해야만 하는 당의적인 일들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날짜로 구분되는 현재, 과거, 미래의 장벽에 스스로 갇혀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 현재 시점만 충실하면 되는데, 현실은 과거에 하지 못했던 일과들을 떠올리며 머뭇거리고 있다. 일의 우선순위가 뒤죽박죽된 여파이다. 시간을 거슬러 이미 하지 못한 일들을 되돌릴 수도 없고, 아쉬워 할 필요도 없는데...

더미에서 우선 벗어나는것 부터 불렛저널 시작하기

 

가득 쌓인 '더미'들 속에서 당장에 해야 할 일들부터 정리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책상 위를 가득 점령한 물건들을 치우고 나니, 한켠에 수북하게 쌓인 메모들을 발견했다. 간편하게 떼었다 붙일 수 있는 포스트잇도 있지만, 유독 애용하는건 이면지의 A4용지들이다. 한면만 인쇄된 용지들을 가지런히 놓고 8등분으로 잘라서 사용한다. 필기구의 종류에 상관없이 빠르게 써내려갈 수도 있고, 살갗에 닿은 종이의 촉감이 편하다.

누렇게 변한 책을 넘길때마다 손끝에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과 만난 느낌과 일맥상통한다. 빼곡하게 적어둔 메모를 보니, 지나온 과거의 경험의 흔적들과 생생하게 마주하는 감회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점의 감정상태, 배경 상황 까지도 떠오를 정도였다. 그렇게 정리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한결 비좁기만 하던 공간도 여유를 찾아갔다. 가득쌓인 공간의 답답함에서는 실감할 수 없었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텁텁하고 답답한 심리적 상태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불렛저널』 방식의 편리한 기록을 떠올린 라이더 캐롤의 당시 상황또한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혁신적인 방식의 다이어리 기록으로 손꼽히는 불렛저널은 알고보면 오래전부터 효과적인 메모의 방식으로 정착해왔다. 노트필기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네모체크리스트에 넣어 기록하며 항목별로 구분하는것이 드물지 않았다. 꾸준한 기록의 습관을 이어가다보니, 터득된 습관의 유형이다. 최근 불렛저널이 주목받는것은 책의 형태로 체계성을 갖췄다는 데 있다. 즉 쉽게 흉내낼 수 없었던 맛의 비결을 레시피 형태로 정형화된 지식으로 옮겨오면서 손쉽게 요리감각을 높일 수 있게 된것과 같다.

생활의 기록을 일목요연하게 시작하는 비결

 

아무리 좋은 책도 딱딱하기만 하면 보는 내내 나른함과 악천고투를 벌인 체 덮는 일이 수두룩할 것이다. 다이어리 기록또한 마찬가지다. 흔한 작심3일의 예가 새록새록 기록하겠다는 연초의 각오가 무색한 새하얀 종이의 발견에 있다. 뭣이 중한지 핵심만 시원하게 간추려주는 일의 순서는 고사하고, 그 흔한 중요일정도 적혀있지 않을때가 많다. 하루의 일정이 일정하지 않은데 1/2장~1장 정도로 배정된 날짜 속지에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이미 지난 날짜에 기록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불렛저널은 편리하다. 꼭 매일 일정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최우선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검정 하드커버의 불렛저널이 원서를 번역한 버전이라고 한다면, 『나의 첫 불렛저널』은 대한민국 버전으로 재구성한 실생활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즉 실제 불렛저널을 통해 꼼꼼한 기록을 이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법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사실 불렛저널 책을 처음 읽게 되었을때서야 비로소 불렛저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원리는 간단한데, 다소 서술에 있어 복잡하다는 생각했다. 『나의 첫 불렛저널』 은 불렛저널의 개념을 인지하지 못한 분이라도, 읽어보면 고개 끄덕할 만한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소책자 같은 가독성 높은 구성방식

 

불렛저널에 관한 활용 전반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 자체가 두껍지도 않고 가볍게 되어있다. 손에 쥐고 다니기에도 간편해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쓱쓱 읽어나갈 수 있는것이 매력이다. 저자는 엉망진창 흐트러진 일상에서부터 메모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리고 우연히 2013년 불렛저널에 관한 기사를 접해 입문했다고 한다. 전작의 불렛저널을 접하면서 사실 불렛기호를 사용한 항목별 정리 방식은 쉽게 이해갔지만, 습관이 되지 않아 실제 적용하는것이 쉽지 않았다. 어쩌면 『나의 첫 불렛저널』을 발간한것도 나와 같이 아직은 습관되지 않은 기록자들이 많은 덕분일 수도 있다.

노트와 펜만 있으면 빠르게 기록하고 싶은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필기환경은 짧은 시간에 손가락의 힘을 마비시킨다. 위 아래로 춤을 추려는 필체를 진정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러다보면 습관도 정착되기 전에 기본적인 성격만 변질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스쳐지나가는 바람처럼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을 당장에 기록해두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일쑤다. 한참 일정표 범주에서 벗어난 순간에야 깜빡 잊은 자체를 떠올리며 후회하는 일이 많다. 늘 오늘 생각난 일을 미루는 순간 차일피일 결국엔 하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일상이다. 기록을 효과적으로 한다는건 일상의 효율을 높여주는 측면이다.

불렛저널을 잘 활용하는건 시간활용성을 극대화하는 비결

 

불렛저널은 나 자신이 나에 관련된 일들을 주체적으로 기록 정리하는 연속선에 있다. 나 자신에게 좀더 전념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준다. 즉 남으로부터 방해받을 시간을 어느정도 제어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루를 부지런히 보냈음에도 정작 일과를 마치고 나면, 한 일을 별로 떠올릴 수 없는건 중요치 않은 일들을 반복적으로 시간소비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불렛저널을 잘 활용한다는건 그만큼 시간 가용성을 축적할 요소를 비축한다는 의미이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에 있어서, 보다 기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제시한다. 지금은 매 순간이 고민의 연속이다. 정보 과잉의 시대로 불려도 충분할 만큼 많은 선택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대신 선택해주길 바랄 정도의 햄릿증후군 상태의 요즘에서 불렛저널은 일목요연하게 일의 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도 없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도 없다. 시간은 우리가 하고 싶은 욕구에 대비 현저하게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뒤죽박죽 혼돈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불렛저널 방식의 기록을 통해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탈피할 수 있다. 당장에 하지 않아도 되는 미완료 상태의 리스트들 덕분에 마음의 여유를 누리기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즉 꼭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숙제와 같다. 미처 숙제를 하지 못한 아이가 안절부절 숙제검사 없기를 은근히 바라는 심정과 같다고 할까? 홀가분하게 끝내놓고 나면 오히려 참잘했어요. 도장을 받기위해 기다려지는 법이다. 일상의 숙제를 홀가분하게 마무리한 사람의 여유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사람의 감성은 디지털 문명을 통한 편리함보다는 아날로그 방식을 통한 전달에 익숙한 측면이다. 꾹꾹 써내려간 긴 편지 자체로도 그 사람의 마음이 읽혀질 때가 많지만, 장문의 메세지가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 착각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다. 지나치게 "빠른 전달"에 익숙한 나머지 최소한의 마음배려를 생략하기 때문이다. 노트와 펜 그리고 꾸준한 습관으로 이어지면 충분한 불렛저널은 그런 면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고양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펜보다는 키보드에 익숙해지다보니 갈수록 기본적인 필체도 나빠질 수 밖에 없다. 글씨를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최소한 고사리같은 아이손으로 그려낸 글씨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깔끔하게 정리된 불렛저널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마다 얼마나 뿌듯할까? 손으로 쓰는 학습만큼 좋은 사고습관도 드물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당장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고립된 것처럼 불안하다. 당장에 연락해야 할 전화번호는 머릿속에서 사라진 즈음이다. 단순히 불렛저널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일의 진행상황을 체크하는 것을 떠나서 기록을 하다보면 의식적으로 해야 할 일의 순서가 정리될 수 있다. 일일히 훑어보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억하려는 노력을 촉진한 결과이다. 일일히 당장에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수정하기 귀찮아서라도 꼭 해야할 일들 위주로 정리해 일사천리로 정리하는 습관이 키워질 수 밖에 없다.

거듭 『나의 첫 불렛저널』을 통해, 1년을 마무리할 시점되면 차곡차곡 쌓인 기록들을 마주할 수 있길 바라며, 지금부터라도 당장 해야만 하는 것들부터 망설임없이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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