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 처음과 끝의 계절이 모두 지나도
동그라미(김동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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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없었더라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했을까요?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근원인 사랑 때문에 많은 일들이 생겨납니다. 설레는 만남- 아쉬운 이별 - 헤어진 후 그리움이 반복되고 나면 우리의 감정은 수없이 변화합니다. 온 세상에 버림받은 것처럼 세상과 단절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괴에 빠지기도 합니다. 상황변수인 '사랑'이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명확하게 결론난다면, 우리는 한때의 사랑때문에 고통을 떠안는 일도 없습니다.

오랜만에 시집같은 에세이 편지를 읽었습니다. 90년대 후반의 디지털과 그 이전의 아날로그의 교차점에 있는 세대인 전, 가끔 편지만큼 가슴뭉클하게 한 마음의 교류는 없었습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낮에 고른 편지지를 차곡차곡 채워가는 순간부터 마음의 깊이를 알게 되더군요. 세상을 살아가면, 온전한 내 마음조차도 어떤건지 혼잡하기만 할때가 많은데, 편지를 쓰고 나면 복잡한 심연까지도 그 순간만큼은 정돈되어 갑니다. 지금도 가끔 힘든 순간엔 편지를 읽어 봅니다. 시간은 되돌아갈 수 없지만, 너무나 다양한 감성들을 주고 받았구나. 싶고, 소중한 추억들을 되돌아보며 흐트러진 오늘의 현재를 이어갑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편지안에 마음을 담고 나면 그렇게 후련해질 수 없습니다.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는 종이 한켠에 켜켜이 적어 갔을 엽서글같은 사랑 독백을 모아놓은 책이에요.

 

 

 

 

 

 

빼곡한 문체의 글들만 읽다가, 유유자적하는 흐름을 읽으니 오랜만에 아날로그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직접 보고 만지며 느끼는 체감 경험은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가장 기본이라고 감히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편리함에 사로잡혀, 변화무쌍한 변화를 직시하기 힘든 일이니까요.

여름 무렵 갓 시작한 사랑꽃은 금새 아쉬운 이별을 맞이합니다. '나'와 '나' 의 마음이 한결같이 같을 수 있나요? 하지만 누구나 자신과 일맥상통하기를 바라죠. 만나면 헤어지고, 또 새롭게 이어지는게 사람의 운명인데,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별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건, 사람이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마음은 시소와 같아서, 마음을 쏟은 만큼 아플 수 밖에 없습니다.

 

 

 

 

  

첫 눈에 마음에 들어 선물을 고르고, 선물을 잃어버렸다 하는 그녀에게 새로 사서 다시 채워주려는 그 마음은 여름에 시작해 겨울에 갈무리를 맺습니다. 자신을 향한 독백에서 시작한 글들이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따뜻한 위로가 되는 순간, 어쩌면 동그라미 작가 역시도 자기극복을 통해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고자 했을 것입니다. 저역시도 많은 이별 후 상념에 관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입니다. 때론 '답정너' 가 될 법한 촉이 느껴질 때도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려 합니다. 그런데 최선의 조언은 어떻게 해라.가 아닌, 철저하게 그 사연의 당사자가 되어 그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이라는걸 오랜 기간 후에야 알게 되더군요.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처음 일면식한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을 보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라고 해야 하겠죠. 정작 오랜 세월 알고 지낸 사이에선 친밀감 이면에 개입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이 존재합니다. 흔하게 다른 친구의 경우를 빌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죠. (정말로 그 사람과 내면적으로 공감대를 이룰수록, 진심으로 서로를 마주한 체 공감을 나눌 거에요. )

 

 

 

 

 

 

사실 처음 몇장을 넘길때는 풋풋함에 이어, 복잡한 심경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편지 속에 표현한 자기 감정보다는 미처 밝히지 못한 속내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짧막한 문장속에서도 저자는 마침표를 선언하지 않아요. 하나의 문장으로 선명하게 매듭짓지 못하는 답답함을 책에서 발견하기 시작했죠. 어떤 문장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처럼 난해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잠시 책을 읽는 내 입장에서 떠올려보니 이해갔습니다. 얼마나 책속에 담지 못하고 쓰다 만 체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던 조각이 많았을까? 복잡함에 사로잡힐수록 본인 자신이 쓰면서도 문장은 온통 산만해지기 시작합니다. 결정적으로 헤아릴 수 없는 방대함을 몇번의 클릭으로 통째로 지우기도 합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이어, 또다시 글을 써갑니다. 무거움이 더해질수록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체 겨우 마무리를 하죠. 그 순간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여야 했을까? 공감이 가더군요. 사랑이란 친구는 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 급기야 타락에 빠지게도 하는 걸까? 이 무슨 알궂은 운명의 장난인가?

 

 

 

 

 

 

 

 사랑의 뜻을 살펴보니,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자세라고 하는 군요. 다채로운 저마다의 마음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는 없고, 생각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면... 우린 한때는 사랑했던 그 사람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했던 부분을 바라봐야 하고, 나 자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성실함을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줄 아는 넓은 도량 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사랑의 기본 본질에 충실했고, 수없이 되뇌이는 과정이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또한 많은 감정이 교차하고 반복하면서 자신의 매듭을 지은 끈기에 이 책의 가치를 높게 여깁니다. 흔히 말하는 '복수'또한 나의 변화된 모습으로 인해 헤어진 사람에게도 보다 행복한 삶을 준비할 수 있게 해 주는 촉매제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고 세상에 하나뿐인 좋은 사람이, 헤어지고나면 급기야 더미 신세로 전락하는 걸까요? 어느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면 미처 몰랐던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법... 힘들다고 생각될때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책을 권해드려요. 저자의 편지 처럼 미처 전하지 못하고 가슴속에 묻어야 했던 상념이 있다면, 그 사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멋지게 살아가세요. 그것이 사랑이 주는 값진 지혜일 것 입니다. 돈으로도, 멋진 외모로도 바꿀 수 없는 님의 가치를 보석같이 빛나게 할 방법입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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