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만원으로 작은 식당 시작했습니다
김옥영.강필규 지음 / 에디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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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잘 하는 것과 식당을 잘 꾸려가는건 다른 맥락


 

상당한 식당창업 실패는 "음식 잘 하시네요." 하는 일관성있는 칭찬의 힘이 크다. 정확히는 현혹이라 봐야 한다. 집밥 내공 수십년의 어머니들의 요리솜씨는 대체로 좋다. 대강 눈대중으로 간을 맞춰도 오랜 내공과 정성이 담겨 맛있다. 투박하게 담아낸 싹둑썰기도 촘촘한 간격으로 이뤄진다. 이 까닭에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흔하게 식당창업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뭐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쉬워 보일 수 밖에... 일단 하나의 음식이 완성되는 순간까지 뜨거운 불앞에 허리 펼 새 없이 바글바글 익어가는 상태를 체크하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내공이 쌓일수록 허리 휜 세월의 흔적과 맞바꿔야 하는 일이 허다하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볼 새 없이 혹사당하는 것이다.  적어도 식당을 꾸려가는 사람이라면 이같은 애환을 가슴속 깊이 느끼고 있지 않을까?  「5500만원으로 작은 식당 시작했습니다.」 책 제목부터가 진솔하다. 주변에도 가게를 꾸려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 금액으로 시작한다는 꿈 자체를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학가만 하더라도 조금만 상권이 형성될것 같으면,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 내 친구만 하더라도 잘되던 매장을 껑충 뛴 임대료 요구에 문닫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운좋게 저렴한 비용으로 다시 가게를 열었다. 






직접 해보지 않았으면, 한낱 보기좋은 꿈



 TV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돈을 연일 긁어모으는 대박집도 있지만, 솔직히 식당인데도 기본적인 조리법도 되어있지 않는 곳들도 많다. "내가 왜 이런 곳을 선택했을까?" 싶은 후회도 잠시 시장이 반찬이라 깔끔하게 반찬까지 싹싹 비운다. 다른 사람의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자체가 절반은 힘든 일이다. 맛이 있든 없든 식당을 열 때는 적어도 음식을 통해 포만있게 채워주리라는 각오가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식당을 여는 사람이라면 대동소이 할 것 이기에...  그런 까닭에 기본적으로 음식맛이 전제되어야 할 식당인데 차리기만 하는 식재료 스타일로 꾸리는 경우도 많다.  마트에 가면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소스로 맛을 내고, 얼려놓은 공장레시피를 그대로 데워주는 식이다. 







어떤 음식을 차려낼것인지 중심을 둘 때...


그저 책을 만들어낸다는 자체가 좋았거나, 그저 요리를 한다는 자체가 좋았던 부부는 10여년 전 약 9평의 작은 식당을 연다. 소박함에서 시작했지만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는 심사숙고 자체였다. 빠르고 신중하게 어떤 컨셉트(Concept)의 식당 모습을 그릴 지를 염두에 두고 주도면밀하게 준비한다. 신발 밑창이 다 닳도록 몇개월간 자신의 식당을 열 장소를 알아본 덕분에 뚜렷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식당의 경우 먹고 살려는 생존의 목적에서 시작한다. 삼시세끼 집밥을 당연하게 여기던 전통적인 산업구조에서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바깥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의 수요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산전수전 악천고투를 반복하며 그렇게 식당 창업 1세대가 안정적으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 각자의 손맛을 살리기만 하면 무난하게 식당을 꾸려갈 수 있었다.  지금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SNS의 발달로 레시피에서부터 쉽게 공유되어 어제의 손님이 오늘의 경쟁자가 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요리 한번 해본 적 없는데 인터넷검색으로 대강 조리법 익히고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이유불문하고 닥치는대로 시작했던 시대는 지났다. 고개숙인 사람들 가득한 요즘의 스마트폰 세태를 보면, 입맛에 있어서도 다변화되는 흐름을 읽어야 할 것이다.  대박은 아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담은 만큼,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작은 식당을 차리는데 있어서 필요한 프로세서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동안의 성찰에서 느낀 감회를 여과없이 담아내고 있다. 보통의 수필을 읽었을때 가슴속 뭉클한 공감대를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소박한 일상에서 이뤄내는 키친 에세이 라 할 수 있다. 하루 하루를 잘 버티고 살아남는것이 성공이라는 프롤로그 내용에 연신 고개를 끄덕한다. 수도 없이 내가 내자신에게 내뱉는 소리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버티다보면, 어느순간에 마음의 내공이 생겨난다. 이후에 찾아오는 시련과 고난이 덧없이 가볍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자신의 음식을 손님에게 판매하는건 맞지만, 음식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의미가 크다.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차려진 음식을 먹고나면,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한가? 이심전심의 마음을 알기에 오늘도 내가 향하는 식당의 그릇들은 말끔하게 비울 수 있다. 
  갈수록 1인가구가 늘어나고, 개인주의화 되는 각박한 세태에 식당만큼은 음식을 통해 훈훈한 정을 주고받는 공간이 아닐까? 점점 1인당 쌀 섭취량이 줄어드는 대신, 각종 육류 섭취량은 늘어나고 있다. 주말에도 마주하기 힘든 바쁜 가족 대신 각양각색의 식당에서 음식을 통해 힐링한다. 이런 고마운 식당인데, 기본적인 고마움 자체가 편의적으로 생략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 끼의 밥상을 차리는것이 쉽지 않다. 그것을 간편하게 제공해주는 곳이 식당이다. 여전히 어색하지만, 테이블위에 음식을 놓기 이전에 " 감사합니다."로 고마움을 대신하는것도 그런 이유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훌륭한 쉐프가 해서도 아니고, 그저 밥하는 수고를 덜어준 남이 차려준 밥 이다. 
  남들보다 부지런하고, 섬세한 부부의 마음이 공간 곳곳에 담겨,  공간이 무척 아늑해보인다. 언젠가 한번쯤 가서 먹어보고 싶은 바로 그 집을 연상케 한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음식은 정성으로 만들어진다." 한다. 정성은 기하급수로 찍어낼 수 없다. 최소한의 정성을 쏟기에 부족할 정도로 손님으로 붐비는 순간, 그 곳에서 맛볼 수 있었던 정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속도가 더해진 가공미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맛집으로 소개된 집이 정작은 맛이 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요리사보다는 '쉐프'에 익숙해질 정도로, 수많은 쉐프 덕분으로 이젠 음식 하나도 간편하면서도 제대로 다양하게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요리초보여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 덕분이다. 특이한 미각이 아니라면 기존보다 쉬우면서도 실패할 수 없는 맛을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풍부한 편집자 경험에서 오는 섬세함 덕분에 적어도 섣부른 판단착오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식당일이 얼마나 고단한 여정인지를 몸소 겪은 성찰경험 이기에, 식당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절실한 깨우침으로 와닿을 것이다.  부디 이 책을 읽고 시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으로 잘 버텨보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잘 되었으면 한다. 음식에 정성만큼이나 겸손이 중요한 대목이다. 음식솜씨가 있으면 별다른 불평이 없지만, 가끔은 간 자체가 안맞는 경우도 많다. 연속적으로 그렇다면 분명히 요리하는 사람에게 솔직한 시그널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손님이 음식 품평자가 아니기에, 식당을 여는 데 있어서 꼭 살펴봐야 할 기본기에 충실한다면, 성공확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본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책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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