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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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는 인간 내면에 있는 불안함의 기제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극한의 공포심을 자아내는 극적 구성은 사실 소설상에서는 긴밀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호러소설의 경우 언제부터 전해왔는지 모를 구전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글속에서 실체를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원작에 영상이 가미되면, 직접적으로 그 장면을 목격하는 감정이입 상태에 몰입하게 된다. 방문자, 소유자, 제삼자로 칭해진 다소 독특한 구성전개는 3가지 관점에서 바라보는 불확실의 현실을 말해줬다. 
  '방문자'의 첫 장에서는 침울한 도시풍경을 배경하고 있다. 쇼와시대는 1926~1989년까지 이어진 히로히토 일왕 시대이다. 이 시기가 끝날 무렵 유년시절을 겪은 작가의 시대의식이 반영되고 있다. 즉 순수한 영혼에 접근해 해를 끼치는 요괴의 존재를 통해 잘못을 늬우치지 않는 가부장적인 무질서 상태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경제호황에 가려진 사회의 어둑한 그림자를 드러낸 것이다. 급기야 제 몸을 가눌 수도 없었던 할아버지는 낯선 방문자를 쫓아낸다. 생로병사의 기로에서야 그동안 하지 못했던 책임을 다한것이다. 쓸쓸한 장례식을 통해 그 세대가 겪었던 폐쇄적이고, 단절적인 사회상을 비춰주고 있다.  할머니가 거듭 외손자에게 손주며느리에게 잘할것을 부탁하는것도 그런 단면이다. 많은 일본에 관한 서적에 언급되는것이 순종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자기 주체적인 솔직함을 드러내지도 못한 체로 오로지 남편의 뜻을 거스릴 수 없었다.   
 소유자에서 아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것도, 자기주체적인 시대의 변모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시종일관 작가의 현실인식을 반영하고 있는데, 합심하여 '보기왕'의 위협을 물리치고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은 가족을 회복하는 이정표를 전달한다. 곳곳에 가정폭력과 같은 상황이 복선적인 역할을 한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난 순간 개별적인 독립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상명하복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결과론적으로 생략된 사회부조리의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더이상 억울하지 않으려면 자기 스스로 당당하게 맞서서 이겨내야 한다고. 그래야 내가 지켜줘야 할 소중한 가족들에게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것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그저 방관으로 스치고 지나간 일들이 쌓이고 쌓여, 지레 떠안지 않아도 될 불안감을 조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든 문제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수습해야 한다.  평소 호러장르를 좋아하지 않아서 초반엔 독특한 문체 자체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을 이어가는 상황적 전개는 이해가는데, 소설의 전개상황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시대상황을 매칭해보니, 어떤 주제로 접근했는지 공감이 간다. 왜 데뷔작으로 대상을 거머쥘 수 밖에 없었는지 알 것같다.

 

 

본 보기왕이 온다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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