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소녀 1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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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뱀파이어니 마녀니 하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번에 한국의 이토 준지라 불리는

김종일 작가가 <마녀의 소녀>를 내놓았을 때

당장 읽어 보고 싶다 생각했지만 학원물이라서 해서

유치하기만 할까 봐 망설였던 것도 사실.

그래도 어쩔~~~ ㅋ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어느새 나도 모르게 책을 펼쳐들고 있다.

단짝 친구 진희가 농담처럼 건넨

소원이 뭐야?

우리들 마음속엔 누구나 수십 개의 소원이 있기 마련.

진희의 농담에 가볍게 생각하다 툭. 던진 한마디의

소원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나린.

뭐든 꽁으로 생기면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대가에 나린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이전으로 돌려보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진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진희에겐 이 소원 놀음의 이면에 뭔가 감추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이야기가 2권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갈 때까지 꼭꼭 숨겨놓아 보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폭발 직전까지 몰고 간다.

도대체! 마녀 진희는 왜 이런 짓을 꾸미는 걸까?

처음에는 연약한 소녀라고만 생각했던 나린의 성장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는데 힘들고 위험할 때마다

도움을 주던 사람들에게 기대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려고 애를 쓰는

모습은 어른인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강단 있었다.

단순히 학원 오컬트 로맨스라고 해서 유치할 거다..

(확실히 유치한 부분도 있다 ㅋ)라고만 멋대로 판단

했는데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손에서 시작해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한 테세우스의 신화가 나오고

아리아드네의 명주실, 호루스의 눈과 마녀재판.. 등

여러 신화와 이야기들을 솜씨 좋게 스토리 안에 녹여

현재와 판타지의 경계를 허물었다. 거기다 익명성 뒤에 숨어

인신공격을 하는 인터넷상의 마녀재판에 관한

이야기까지... 경각심까지 갖게 만드는데,

예상 밖으로 스피디한 전개에 뒤 내용이 넘 궁금해서

주말을 기꺼이 갖다 바쳐도 아깝지 않았던

<마녀의 소녀>.

누구나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소원에서 시작된

끝없는 재앙. 나린이는 이 재앙을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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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기다리고 있어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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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단숨에 읽어나갔다.

일본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는듯한 내용.

물론 내용이 극단적일 수도 있으나 분명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라는 생각에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그저 내 삶의 작은 나사 하나가 톡. 빠져 버렸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나사 하나로

끝 모를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공포.

<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읽으면서 안타까움과

슬픔과 답답함이 대부분이겠지만

그중 제일 컸던 게 바로 공포였던 것 같다.

아무도 도와줄 이가 없을 거라는 공포.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가까이에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정신적으로나마 안정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사람조차 없어 희망에서 절망으로..

자포자기의 삶으로 빠져버리게 되는 것일지도.

빈곤....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빈곤하다. (^^) 남들이 보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나도 치떨리게 빈곤하다 생각하고 있는데

소설 속 아이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이 어려워

정규직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는 파견 사원이다.

26세에 계약에 잘리고 모아둔 돈도 조금씩

사라지다 결국은 방 임대료까지 낼 수 없게 되어

노숙자가 되어 버린다. 나름 아껴가며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고는 했지만 현실은

만남 카페에서 만난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돈을 받아 생활하는 노숙자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말로 풀어내는 건 너무나 쉬운데

소설에서 이 상황을 너무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솔직히 읽어나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가 빈곤에 빠지게 된 건 돈의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은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

물론 혼자서도 당당히 잘 살고 잘 지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 한 사람도 많고 나도 그렇지

못한 사람 쪽이기 때문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한숨을 터트리고... 했을지도 ....

소설에서야 아이는 절친이었던 아메미야와

재회하고 구원(?) 받았지만 솔직히..

그것은 현실에선 정말 드문 케이스 일 것이다.

대졸 스펙을 가지고도 취업이 잘되지 않고

파견 사원으로 일하는 젊은 청년들.

지금 우리나라에도 차고도 넘치고 있고

그들 나름대로... 아니 누구보다 이 순간을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버텨내지만

쉽게 정규직이 될 수 없고 어느샌가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버린다.

소설이라서 좀 더 극단적으로 그려졌나?

싶다가도 뉴스나 인터넷을 보다 보면 역시 현실.

정말 사소한 계기로 노숙자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는

섬뜩하면서도 눈 돌려선 안될 현실인 것이다.

처음 읽기 전 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신을

내 마음대로 상상했던 게 부끄러울 정도로

한숨 나고 눈물 났던 ..........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배고파’ 정도의 가벼움으로

‘죽고 싶다’를 느낀다

인간의 마음을 좀먹고 젊음을

늙게 만드는 빈곤의 섬뜩함

책 소개에 담겨 있던 이 문구가

이렇게 뼈 깊이 아로새겨질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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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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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태었났을 때 부터 내 수명을 부여받는다면?

<수이사이드클럽>에서는 미래의 뉴욕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태어나면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되고

그 특성에 따라 라이퍼비라이퍼의 삶을 살게 된다.

유전자 검사에 따라 선택된 라이퍼들은

(엄밀히 따져 진짜는 아니지만)

인공피부와 혈액 및 내부 장기를 교체하며

유지 관리해서 수명은 연장한다.

이들은 국가의 끊임없는 규제를 받으며

'생명'연장을 위해 노력해야하는데

이제 이들 라이퍼들은 300살까지 살 수도 있는

제 3의 물결을 기대하고 있다.

훌륭한 라이퍼로 창창한 앞날을 기대받으며

지내고 있던 레아의 삶은 과거에 사라졌던

아버지가 그녀의 삶으로 돌아오며

그녀가 바라고 진실이라 여겨왔던 삶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혼란과 강한 거부감으로

괴로워하던 레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들이 바라는 불멸이란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라면... 어떨까?

내가 만약 라이퍼의 수명을 받았다면...

정부의 온갖 지원과 혜택을 받는 대신

엄격한 규율에 따라 정해진 식사를 하고

창문을 열 수도 없고 정기적으로 건강

유지 관리를 위해 부품(?)을 교체 받는다... ?!

음.. 나라면.. 그냥 내 수명대로 살다 죽고 싶... ^^

영생. 불멸.

그럴싸하고 뭔가 아름다울 것만 같지만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장기를 교체해야하고 자신의 삶을 통제 받는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뇌는 죽었는데

장기만 팔딱팔딱 살아 신체적 기능만 살아있다면

농장(?)이란 곳으로 옮겨진다는데...

으... 상상만으로도 소오름이다.

그냥 내 명대로 살다가 갖은 실수와 행복과

눈물과 웃음을 느끼다 가고 싶은게

솔직한 내 심정이긴 한데 ㅋ 또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팔랑거리는 내 마음이 어느쪽으로 기울지는.. ㅋ

책의 제목이기도 한 수이사이드클럽은 누구나

원하는 라이퍼의 삶을 살고 있는 엘리트들이

더 이상의 의미없는 영생에서 벗어나고자

나라에서 금지한 음식을 먹으며 음악을 듣고

그들만의 파티를 즐기며 스스로의 삶의 마감을

계획하고 지금 사회를 조롱한다.

만약 누군가 그들의 모습을 본다면

호강에 겨워 미치는구나..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오로지 생명연장과 건강에만

목적을 두고 모든 것을 제약하고 옭아매 듯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생명의 고귀함을 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수이사이드클럽의 그들은 진짜이다.

그들이 무조건 옳다. 라는 건 아니지만.. ^^

평소에 상상해오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디스토피아 미래를 보여준 수이사이드클럽이었는데

이런 재미난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렸을까?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를 또 만났다.

생각보다 연약한 불멸

장기를 거래하는 뉴욕 증권 거래소

음악도 안돼. 창문도 열면 안돼.

자살 안돼.

.

.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갖고 싶은 불멸의 삶.

여러분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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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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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리한19 -소름 끼치는 예언- 편에도

소개되었던 <어둠의 눈>은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미리 예견했다 해서

나온 지 40년이 지나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막상 책을 읽고 보니 실제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단 몇 줄..

"그 물질은 우한 외곽에 있는 DNA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우한-400’이라는

이름이 붙었소. 그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인공 미생물 중 400번째로 개발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이었기 때문이오. "

이뿐이었다. 때문에 <어둠의 눈>이 작금의 사태와

비슷한 바이러스 때문에 어떠한 소요가 일어나는

재난 소설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알려두고 싶다.

오히려 <어둠의 눈>은 초자연 현상이 주요하게

언급되는데 처음에는 코로나에 관련된 소설이라고

해서 흥미를 가졌다가 점점 읽어갈수록 바이러스는

뒤로 제쳐두고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너무 궁금하고 흥미로워서 페이지 넘기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사실 코로나를 앞세워 읽게 하더니

그 이야긴 쏘옥~ 들어가고 초자연 현상?

초반에는 배신감도 느꼈지만 작가의 의도대로

소설 속에 꽉 움켜쥐어져진 채 서스펜스와 로맨스 및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마구 섞여 있는

<어둠의 눈>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살아있다 믿으며 찾아 나서는

크리스티나의 행동에서 시작하는 <어둠의 눈>에는

자식을 찾으려는 부모의 용기 있는 행동과 미친 과학자,

파렴치한 정치인, 거기다 초자연적 힘, 로맨스와

첩보... 이 모든 조합이 맛깔나게 조합되어 예상외로

더욱 즐겁고 생각을 자극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별 관계없는 우한 바이러스로 이슈가 되긴

했지만 그 내용은 즐길 거리가 충분히 넘쳤기에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집콕 중 독서에 추천 날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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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 김유담 소설집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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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징글맞음이 경쾌하게 울린다!

이 문장 때문에 너무나 읽고싶었던 <탬버린>.

사실 나는 탬버린을 좋아하지 않는다. 짤랑거리며

경망스럽게 울려대는 그 종들이 너무 거슬려서...

언젠가 어쩔 수 없이 끌려갔던 노래방에서 미친듯이

탬버린을 흔들고 있는 직장 동료가 너무 징그러워서

며칠간 피해다니기까지 했다는 ...

나는 징그럽게 여겼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경쾌하고 흥을 돋구는 도구로 쓰였을 탬버린.

그 <탬버린>이 제목인 이 책에는 여러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결코 세상살이가 호락호락하지도

만만하지도 않고 오히려 징글징글하지만

결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만하거나 도망쳐버리는 게 아니라

담담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닌 주인공들을 보며 단순히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닌 내 주변.. 아니 내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친밀감을

느꼈다. 탬버린에서의 인물들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과장되었겠지만 지긋지긋하고 팍팍한 삶을

박차고 떠나 재벌을 만난다거나 하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지금 내가 두 다리를 뻗어

버티고 서서 하루하루 버텨내어

가고 있는 삶과 마찮가지로 현실에 수긍하고

충실히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탬버린이란 제목과 밝은 느낌의 표지 때문이었는지

처음에는 뭔가 통통 튀고 가벼운 내용이 담겼을 거란

내 멋대로의 착각에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침울하기도 하고 한없이 어둡기만 한

여덟편의 이야기들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그들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함께 공감하고 탄식하고 슬퍼하다가

그네들과 함께 눈믈을 흘리기도 하면서

너무도 담담하게 풀어놓은 그들의 하루하루가

어느새 나에게 조그만 위로가 되었다는 걸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저 주어진 오늘의 삶에 수긍하고 버티는게 다이지만

그게 바로 나!이고 내 인생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탬버린을 흔들 때마다 징글징글징글,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나는 그 소리가 좋아.

나만 징글징글하게 사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어때? 너도 들리니?

'송'이 말한 것럼 탬버린에 달려있는 징글이

대신 말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삶은 징글징글하다고... 하지만.. 살만은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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