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기다리고 있어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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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단숨에 읽어나갔다.

일본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는듯한 내용.

물론 내용이 극단적일 수도 있으나 분명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라는 생각에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그저 내 삶의 작은 나사 하나가 톡. 빠져 버렸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나사 하나로

끝 모를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공포.

<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읽으면서 안타까움과

슬픔과 답답함이 대부분이겠지만

그중 제일 컸던 게 바로 공포였던 것 같다.

아무도 도와줄 이가 없을 거라는 공포.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가까이에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정신적으로나마 안정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사람조차 없어 희망에서 절망으로..

자포자기의 삶으로 빠져버리게 되는 것일지도.

빈곤....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빈곤하다. (^^) 남들이 보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나도 치떨리게 빈곤하다 생각하고 있는데

소설 속 아이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이 어려워

정규직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는 파견 사원이다.

26세에 계약에 잘리고 모아둔 돈도 조금씩

사라지다 결국은 방 임대료까지 낼 수 없게 되어

노숙자가 되어 버린다. 나름 아껴가며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고는 했지만 현실은

만남 카페에서 만난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돈을 받아 생활하는 노숙자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말로 풀어내는 건 너무나 쉬운데

소설에서 이 상황을 너무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솔직히 읽어나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가 빈곤에 빠지게 된 건 돈의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은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

물론 혼자서도 당당히 잘 살고 잘 지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 한 사람도 많고 나도 그렇지

못한 사람 쪽이기 때문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한숨을 터트리고... 했을지도 ....

소설에서야 아이는 절친이었던 아메미야와

재회하고 구원(?) 받았지만 솔직히..

그것은 현실에선 정말 드문 케이스 일 것이다.

대졸 스펙을 가지고도 취업이 잘되지 않고

파견 사원으로 일하는 젊은 청년들.

지금 우리나라에도 차고도 넘치고 있고

그들 나름대로... 아니 누구보다 이 순간을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버텨내지만

쉽게 정규직이 될 수 없고 어느샌가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버린다.

소설이라서 좀 더 극단적으로 그려졌나?

싶다가도 뉴스나 인터넷을 보다 보면 역시 현실.

정말 사소한 계기로 노숙자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는

섬뜩하면서도 눈 돌려선 안될 현실인 것이다.

처음 읽기 전 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신을

내 마음대로 상상했던 게 부끄러울 정도로

한숨 나고 눈물 났던 ..........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배고파’ 정도의 가벼움으로

‘죽고 싶다’를 느낀다

인간의 마음을 좀먹고 젊음을

늙게 만드는 빈곤의 섬뜩함

책 소개에 담겨 있던 이 문구가

이렇게 뼈 깊이 아로새겨질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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