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삼국지 대모험 4 - 조조의 등장 설민석의 삼국지 대모험 4
단꿈아이 지음, 스튜디오 담 그림 / 단꿈아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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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카들이 먼저 사달라고 해요. 조조 등장이라니 아이들과 얘기할 거리가 더 풍부해지겠네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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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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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브라운의 장편소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에는 두 아내가 나온다. 한 사람은 1950년대의 주부인 넬리고 다른 사람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앨리스다.


앨리스는 남편 네이트의 주장에 못 이겨 넬리가 살던 교외의 오래된 집으로 삶의 터전을 바꾼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집을 이리저리 살피고 고치던 앨리스는 지하실에서 넬리의 요리 레시피와 편지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두 여자의 역사가 교차되고 때로는 겹쳐진다.


1950년대와 현대라는 시차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의 가정생활은 묘하게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물론 1950년대에 여성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과 현재 여성이 얻을 수 있는 삶의 조건은 다르기에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넬리의 남편 리처드는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부부간 강간을 저지르고 셔츠에 비서의 립스틱 자국을 묻혀 오지만 앨리스의 남편 네이트는 '꽤 좋은 남자'로 결코 아내를 때리지 않는다. 앨리스는 네이트가 동료와 묘한 구석이 있다고 의심하지만 네이트가 정말 다른 여자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사실, 남들 눈으로 보면 네이트는 정말 좋은 남자다. 그리고 외부인들의 눈에는 넬리의 남편 리처드도 '좋은 남자'였다.


남편의 아내, 남편의 경제력에 기댄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할 때, 가정생활의 '안사람'으로서의 여성이 느끼는 것들, 임신 문제, 집에 있는 나와 달리 '바깥사람'인 남편의 외도에 대한 감각 등 미묘한 것들이 50년대 넬리의 삶과 현대의 앨리스의 삶에 번갈아 나오며 비슷한 듯 다른, 혹은 다른 듯 비슷한 무늬를 짜간다.


작가인 카르마 브라운은 50년대에 펼쳐지는 넬리의 삶과 그녀의 선택, 여성들 사이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은밀한 비법과 이처럼 악이 선명한 넬리의 시대와 달리 미묘한 선과 살아가는 앨리스의 변화, 대응, 독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결정까지 400여 페이지에 걸쳐 솜씨 있게 짜낸다. 책의 리듬과 호흡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며 읽는 내내 독자의 신경줄이 느슨해지게 두지 않는다.


끝까지 보면 50년대의 넬리는 당대 사회 속 '완벽한 아내'가 되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완벽한 아내'에서 탈출했고 자유를 찾았다. 그녀의 선택을 무작정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대의 앨리스도 '완벽한 아내'가 되지 않는다. 사실 앨리스는 어떤 면에서 넬리보다 더 '완벽한 아내'와 거리가 멀다. 넬리의 선택과 그녀의 은밀한 비법에 동조한 독자들조차 앨리스의 결정과 대응에는 '아니, 네이트가 무슨 죄야? 앨리스가 미친x 아니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대가 요구하는, 혹은 은근히 기대하는 '완벽한 아내'가 되기를 거부하고 뚜렷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압박을 부수는 것에서 두 사람은 비슷하다.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하다. 무엇보다 넬리의 서사와 결말은 꽉 닫힌 '완벽한' '클래식'이지만 앨리스의 서사와 결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넬리의 남편 리처드에게는 더 이상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겠지만 앨리스의 남편 네이트는 적어도 다음에 부부의 인생을 바꿀 결정을 할 때는 아내가 알아서 자기 의견을 굽혀주거나 자기 생각 없이 네이트만의 단독 결정을 순순히 따르지 않을 거란 걸 알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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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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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여러 개들과 함께 했던 시인 메리 올리버가 쓴 개에 대한 시와 한 편의 산문, 그리고 메리 올리버의 털복숭이 친구들의 삽화가 실린 책이다.


시를 읽으면서 산책 나온 강아지를 볼 때처럼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강아지들을 '순수한 갈망덩어리'라 표현한 걸 보고 킥킥거렸고 '무언가를 추적하고 나서 보이던 위풍당당한 만족감'이라는 문장에서는 저절로 바깥 냄새를 잔뜩 묻힌 채 어깨를 펴고 돌아온 개의 모습이 떠올랐다.


개는 당신에게 와서 당신의 집에서 당신과 함께 살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개를 소유하는 건 아니야


라는 문장이나 '개는 확고해, 개는 옳아'라는 문장에서는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눈밭을 뛰어다니는 작은 개(베어)를 묘사한 시 <폭설(베어)>에서 발견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잔뜩 흥분해서,

    멈추질 못하고, 뛰어오르며, 돌며

새하얀 눈 위에 살아 움직이는 커다란

    글자를 쓰지,

이 세상에서 몸이 누리는 기쁨을 표현하는

    긴 문장을 쓰지.



나 같으면 그냥 '우리 애 신났구나', '저거 어떻게 씻기냐', 웃고 말았을 거다. 하지만 개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남다른 감수성, 사물을 보는 예리한 눈, 뛰어난 표현력을 가진 시인은 그 흔한 장면을 이렇게 잡아낸다. 눈밭에서 난리 난 강아지가 남긴 흔적에서 '새하얀 눈 위에 살아 움직이는 커다란 글자'를 보고 '이 세상에서 몸이 누리는 기쁨을 표현하는 긴 문장'이라고 하다니. 역시 시인들은 좀 다른가보다. 같은 세계를 봐도 대충 숭덩숭덩 지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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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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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천재성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말하느냐에 있다."는 뉴요커의 평에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작품인지 궁금했는데 운 좋게 창비 서평단이 되어 가제본으로 미리 접했다.


피버 드림은 첫 문장부터 다짜고짜 시작된다. '벌레 같은 거예요.'라고.


—벌레 같은 거예요.

—무슨 벌레인데?

—벌레 같은 거요, 어디에나 다 있는.


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독자는 벌써 흐르고 있는 물에 휘말리듯 작품에 진입하게 된다. 이들이 무슨 관계인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 대체 이건 어떤 이야기인 건지. 이미 시작된 대화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알아내야 한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저절로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읽으면서 어느 시점부터는 병상에서 죽어가며 딸 니나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려는 아만다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끊임없이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순간에 집중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다비드가 작가로 보이기도 했다. 디테일을 중요시하고 어떤 이야기를 요구하고 이야기가 가야 할 방향을 디렉팅 하는 편집자 겸 작가. 


그러나 더 읽어가며 그런 다비드가 독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반부터 나름 역전이 일어나는 것도 흥미로웠다. 대화 내내 다비드에게 끌려 다니던 아만다가 "이제 무슨 얘기에 집중할지 정하는 사람은 나야.", "이제 이게 중요한 얘기가 될 거야." 하는 모습들.


다비드가 파고드는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순간'은 어쩌면 우리 삶에 균열이 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인수공통전염병이나 환경 문제로 읽을 수도 있지만 사실 일반적인 개념의 병이나 확실히 지시할 수 있는 어떤 뚜렷한 문제를 가리키기보다는 '풀밭의 이슬 아닌 이슬'처럼 언제 어느 때고 너무나 쉽게 우리 삶을 부술 수 있는 무언가를 작가가 세련된 솜씨로 분위기를 구축하고 신경을 조여드는 감각으로 서술한다. 이런 작품을 어떤 밋밋하고 평평한 말로 일반화하거나 납작한 메시지로 만드는 건 이 소설의 신경 가닥을 건드리는 매력을 휙 불어 끄는 일일 것이다.


책을 다 덮은 후에 샤워를 하면서도 머릿속에 달라붙듯 오래 기억나는 것은 이 작품이 자아내는 어떤 뉘앙스, 분위기, 신경적인 것, 그리고 이미지들이었다. 28개의 무덤, 아직 어두운 새벽길을 건너는 수많은 '이상한' 아이들, 벌레를 품은 아이들의 이미지들. 그리고 엄마인 아만다가 끊임없이 어린 딸 니나를 보며 가늠하는 '구조 거리'의 감각, 실로 이어져서 팽팽하게 배를 조이는 그 감각이 백지를 건너 독자에게 가하는 환상통.


이 책이 건드리는 모성 불안의 측면도 흥미로웠다. 아만다는 끊임없이 딸 니나와의 구조 거리를 살피는데 부모의 공포에도 여러 결이 있는 것 같다. 내 아이가 어느 날 사라진다면, 이라는 존재하는 아이가 부재되는 것에 대한 공포.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손가락 발가락 개수를 확인하는 것처럼 내 아이가 혹시 '정상'이 아니거나 다친다면, 이라는 아이 존재의 훼손에 대한 두려움.


피버 드림에서는 아이의 실종이나 훼손도 아니고 아이가 존재하는데 더 이상 내 아이가 아닐 때의 불안과 공포를 그린다. 이런 내 아이 아닌 아이의 존재는 부모가 끊임없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재는 구조 거리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래서 다비드는 끊임없이 지금 니나가 어디 있냐는 아만다의 물음에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영상화된다는데 영상물이 되면 원작과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영상에서는 좀 더 '개연성'있게, 그러니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원인과 결과 같은 게 보다 자명해지고 몇 십 분 정도 영상을 보고 끝에 도착한 시청자가 나름대로 손에 어떤 해답을 쥘 수 있는 퍼즐 맞추기 형 미스터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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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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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리얼리티 프로 등 새로운 시대에 대한 생각,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세상을 보다 건설적으로 접근하는 방법, 정신 나간 음모론에 대해 "이 멍청이들아!" 소리 지르지 않고 우아하게 음모론의 말이 안 됨을 찔러주기, 오늘날의 인종주의와 언론, 정치에 대한 예리한 지적, 글에 대한 이야기까지 현 시대를 움베르토 에코가 날카로운 통찰력과 특유의 유머로 꿰뚫은 에세이 모음집이다.


정확히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쓴 칼럼 중 일부를 묶은 것인데 베를루스코니나 샤를리 앱도 테러 사건처럼 거론되는 정치인이나 사건이 과거의 일이라도 그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아 여전히 유효하다. 설령 특정 사안에 대해 에코와 생각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가 생각을 진행시키고 한 편의 글로 만드는 과정은 접해 볼 만하다.


움베르토 에코의 팬들은 그의 믿을 수 없는 박학다식함만이 아니라 묘한 유머 감각을 사랑하는 것 같은데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 하는 방법》에서도 그런 면을 느낄 수 있다.


역시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 모음집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 나오는 이런 태도가 이 책의 밑바탕에도 깔려있는 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은 우리를 화나게 한다. 그러나 그 어리석음에 대해 어리석게 반응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그 씨실과 날실의 미묘한 짜임새를 음미하면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다. (p.11)



+


읽다가 가장 마음을 찔렀던 문장.


국가를 통해서건 혁명을 통해서건 위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버린 이 시대의 전형적인 특징은 분노를 동반한 항의 운동이다. 그런데 이 운동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는 알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른다. (p.15~16)


유동 사회(Liquid Society)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한 지그문트 바우만의 지적을 에코가 옮긴 내용이다. 속이 쓰릴 정도로 공감되었다.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 열 받고 돌아버릴 것 같고 이게 나라냐, 이게 사회냐, 이게 정치냐, 이게 기업이냐, 이게 언론이냐, 이게 학교냐 기타 등등 성내고 따질 것투성이인데 분노 표출과 항의 이상으로 나아가지를 못한다. 이게 아닌 것 같다는 심정은 가득한데 그렇다고 다른 대안을 제시하거나 뭔가 건설적인 것, 실질적인 것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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