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Button 아이 러브 버튼 - 82가지 핸드메이드 프로젝트
서은 지음 / 수작걸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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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집 거실 찬장에는 갈색 약병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약은 없고 알알이 작은 단추들도 그득했다.

엄마는 어디 옷에서 떨어졌는지 알수 없이 방에 뒹구는 단추가 보인다던지.. 혹은 너무 낡아서 더 이상 수선을 해서

입기도 애매한 옷을 버려할때는 꼭 지퍼며 단추를 일일이 떼어 내어서 지퍼는 지퍼대루.. 그리고 단추는 그 갈색병에 담아두셨다.

갈색병에는 아직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어린 내가 보기에는 정말 별천지 같았다.

구멍이 네 개인 녀석, 두 개인 녀석, 그리고 싸개단추, 떡볶이 단추,

색깔도 얼마나 가지각색인지 ... 엄마가 시장에라도 가시며 나에게 새우깡 한봉지 쥐여주고 집을 비우시는 날이면

나는 여지 없이 잔장 문을 열고서 그 갈색 약병을 바닥에서 엎어놓고 단추를 하나 하나 고르는 재미에 푸욱 빠져들곤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근사한 장난감이 형형색색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단추에 관련된 서적을 접하게 되니.. 나도 모르게 옛 향수에 빠져들게 된다.

엄마의 그 단추금고 였던 갈색 약병이 넘치지지 않고.. 늘 적당한 선을 지켰던 것은 저자처럼 우리 엄마도 끊임없이

그 단추들을 어딘가 적당한 자기 자리를 찾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단추의 새로운 발견을 담아 놓은 이 책이 정겹고... 피식 피식 웃음이 나는 것이 반가움이 묻어난다.

특히나 나와 비슷한 단추에 대한 추억꺼리를 가지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마치 동네 동무를 만나서

어머... 너희집도 그랬니? 우리집도 그랬는데... 하면서 무릎쳐가면서...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같이 뭐든 넘쳐나는 시대에 단추를 모아두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떨어지면 바로 바로 달고 여분의 단추가 옷 택에 달려 있으니 딱히 보관을 해가면서 살뜰이 살림을 하는 여자들이

많을까? 나만 모으지 않고 다들 살림에 고수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게 하나 하나 버려지거나 행여 보잘것 없이 한쪽으로 몰려버릴것 같은 그런 단추의 다양한 활용법에 대해서

담겨져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면 가장 적당할 것 같으다..

주연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조연이라고 말하기도 애미한... 없으면 심심하고... 어디든 끼긴 꼭 끼여있는

그런 단추가 주연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단추도 참 종류도 많고.. 그 장식도 다양하다.

별거 아닌것처럼 보였던 밋밋한 단추들 하나 하나가 천을 덧대거나. 스티치 몇땀으로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탄생되는 것을 보면서... 작은 희열을 공감하게 된다.

싸개단추로 카드를 만들고 단추로 코르사주를 만들고, 내가 좋아라하는 태크도 만들고

티 코스터 , 단추 고리 행주, 컵 워머,냉장고 자석, 단추 밸런스 커튼,실내화 장식,북 마크, 소품 지갑 등등

그 다양한 재탄생을 82가지나 담아내고 있다.

특히나 밋밋한 블랙셔츠에 진주단추 몇개 달았을 뿐인데 새로운 포인트가 되어서 전혀 다른 모습의 옷으로

바뀐 걸 보고서 내 아이들의 옷에서 포인트를 좀 넣어봐야겠군..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참 재주 많은 사람들이 많고 작은 것을 잘 활용해내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 어릴적 향수를 일깨워주고

생활속에 작은 변화를 줄수 있는 단추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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